2024년 5월 4일(토)

“원래 말썽쟁이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요?”

인성교육 키워드 5가지는?

이달 21일부터 세계 최초의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 학교는 매년 인성교육계획을 수립·실시해야 한다. 인성교육 의무화의 첫 단추를 꿰기 전,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가르치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신외남 삼숭초등학교 교장, 신원영 굿네이버스 나눔인성교육 선임연구원, 양혜진 서울신용산초등학교 교사, 전주은·조서영 굿네이버스 인성스쿨 강사(이상 ‘가나다’ 순) 등 학교 안팎의 교육 전문가 5인에게 인성 교육의 ‘키워드’를 물었다.

조수연 굿네이버스 사회개발사업부장은 “아동이 성학대 예방교육을 통해 학대 상황을 깨닫고 이를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인성교육 역시 우리 사회가 인성의 개념을 바로 세우고 의식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 제공
조수연 굿네이버스 사회개발사업부장은 “아동이 성학대 예방교육을 통해 학대 상황을 깨닫고 이를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인성교육 역시 우리 사회가 인성의 개념을 바로 세우고 의식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 제공

① 전문성_신외남 삼숭초등학교 교장

신외남(54) 삼숭초등학교 교장이 35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며 내린 결론은 ‘문제아’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가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책임감과 배려심이 생길 거라는 것은 어른들의 착각”이라면서 “인성은 올바른 경험과 교육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학교 특성상 내부 인력은 교과 교육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키바코울루(핀란드의 학교폭력예방교육 프로그램)’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에 늘 목이 마릅니다. 인성교육진흥법으로 이제는 아동권리 NGO 등 전문 단체가 개발한 좋은 프로그램을 학교로 도입할 기회가 많아졌죠. 학교 밖 인성 교육 전문가와의 협력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분명 긍정적인 시너지가 발생하리라 봅니다.”

① 신외남 삼숭초등학교 교장. ②양혜진 신용산초등학교 교사. ③전주은 굿네이버스 인성스쿨 강사. ④조서영 굿네이버스인성스쿨 강사. ⑤ 신원영 굿네이버스 선임연구원.
① 신외남 삼숭초등학교 교장. ②양혜진 신용산초등학교 교사. ③전주은 굿네이버스 인성스쿨 강사. ④조서영 굿네이버스인성스쿨 강사. ⑤ 신원영 굿네이버스 선임연구원.

② 실천_양혜진 신용산초등학교 교사

양혜진(32) 신용산초등학교 교사는 “도덕 시험 답안지가 아이의 인성을 말해주진 않는다”면서 인성 교육의 핵심을 ‘실천’으로 꼽았다.

“교과서로 인성을 배우면 단순히 읽고 외우는 것에 그치기 쉽습니다. 아이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열쇠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더군요. 선생님인 제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었어요. 실수가 생기면 제가 먼저 아이들에게 사과를 하고, 청소도 앞장서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흡수했습니다.”

양 교사는 또 학급에서 실시 중인 ‘굿네이버스 인성스쿨’ 과정 중 아이들이 직접 행동지침을 만들고 활동할 수 있는 캠페인을 예로 들며 “인성 교육 과정에서 아이들이 배움을 실천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③ 존중_전주은 굿네이버스 인성스쿨 강사

“얼마 전, 인성스쿨을 진행하기 위해 방문한 학급에서 한 아이가 담임선생님께 혼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원래 문제를 잘 일으키는 아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아이는 누구보다 열심히 교육 과정에 참여했어요.”

전주은(47) 굿네이버스 인성스쿨 강사는 “존중이 없이는 인성 교육이 시작될 수 없다”면서 ‘교사 교육’ ‘부모 교육’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이 수업은 우리 엄마, 우리 선생님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아이가 소외감을 느끼게 두지 마세요. 교사와 부모가 먼저 인성의 개념을 제대로 알고, 아이를 마주할 수 있어야 올바른 인성 교육이 가능합니다.”

④ 협력_조서영 굿네이버스인성스쿨 강사

“아이가 학교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친구의 가정에서 아이의 태도를 바로잡아주길 기대하긴 힘들고, 선생님도 지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조서영(35) 굿네이버스 인성스쿨 강사는 가정과 학교에서 채우기 어려운 인성 교육의 빈틈을 전문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메울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

“1차 인성 교육은 물론 가정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형제와 어르신들 틈바구니에서 자라며 인성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전통 가정과 오늘날의 가정은 조금 다릅니다. 학교 역시 수업시수 등 현실적인 문제로 아이들에게 인성 교육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죠. 이렇게 가정과 학교가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은 외부의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채울 수 있습니다.”

⑤ 효과_신원영 굿네이버스 선임연구원

오스트리아·벨기에·불가리아 등 전 세계 36개국 청소년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며 문화적·사회경제적으로 이질적인 상대와 협조하는 능력)’ 수준은 35위로 꼴찌를 겨우 면했다(청소년정책연구원, 2011년).

신원영(35) 굿네이버스 나눔인성교육 선임연구원은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은 세계화, 다문화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고 설명하면서 “인성 교육은 아이들이 공동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 학습 모델의 하나”라고 말했다.

“인성 교육은 개인의 도덕적 역량을 높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시민을 키워내는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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