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7일(토)

“내가 원하는 것을 학습하며 나만의 특기를 찾아야”

“결국에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자립이 돼요. 잘 할 수 있는 나만의 특기를 찾아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할 수 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에서 유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석원(30) 씨는 UIM(United In Music·이하 UIM) 콰르텟의 리더다. 지난 3월 기아대책의 후원으로 첫 정기연주회를 연 UIM은 올해로 창단 9년째인 현악 4중주 그룹으로, 모두가 ‘자립준비청년’ 출신이다.

유아이엠 콰르텟 정기연주회에서 공연 중인 이석원씨. /기아대책

이 씨가 자립하게 된 것은 2013년도. 이불과 옷가지 몇 개가 가진 것의 전부였다. 아는 형 집에 얹혀살며 LH 대학생 전세주택을 신청했다. 그는 “보증금 백만 원도 없어 주인 할머니가 대신 보증금을 내주며 도장 인감을 찍어준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지원받는 금액은 월 30만 원. 주거 이자와 휴대전화 비용을 내고 나면 사라지는 돈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학식도 비싸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데, 누가 보면 손가락질할까 빨리 먹었다”며 “모든 걸 30만 원 안에서 하려고 하니 대학 친구가 없을 정도로 삶이 빠듯했다”고 회상했다. 대회 준비 비용은 바이올린 현까지 아껴가며 마련했다. 그는 도움 받을 생각은 없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다”고 답했다.

한예종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로 기아대책 음악특기생인 이석원 씨가 지난달 열린 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그가 악기를 만난 것은 보육원 안이었다. 그는 “보육원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보며 재능을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능력을 찾아내고 상담도 많이 하면서 자신의 길을 정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제도도 ‘특기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는 “자립준비청년은 배움의 영역에서 뒤처진다”며 “자신이 원하는 걸 선택해서 듣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형태의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육원이나 위탁가정을 떠난 이후, 자립을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었다. 그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것을 알고 외로움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다”며 “특히 음악이나 예체능과 관련된 재능을 가진 청년들에게 특기를 내세워 후원금을 가져가려 ‘아버지가 되어주겠다’며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유아이엠 콰르텟의 리더인 이석원씨 프로필. /기아대책 홈페이지 갈무리

‘Normal One(평범한 사람)’, 잘 자란 청년이라 불리고 싶다는 그가 꼽은 자립의 성공 요건은 ‘좋은 생각과 멘탈’이다. 그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조금만 더 열심히 노력하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며 “자존감이 낮은 상태로 안주하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이 주변에 생긴다”며 “사람들을 기피하며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만나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