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목)

LED 전등 교체·태양광 난방 시공… 에너지 소외 가정에 온기 전해드릴게요

포스코에너지 사회공헌
포항·광양·인천 등 40가구 방문 봉사
중앙자활센터 등 자활기업 협력 통해 저소득층 주거 환경 개선·일자리 창출

“생활비, 난방비만으로도 삶이 너무 빠듯해서 우리 부부는 몇십 년째 고기를 못 먹었어. 기름보일러는커녕 전기장판도 겁나서 못 틀어. 찬 바람이 들어와서 병풍을 쳤는데도, 소용이 없더라고.”

임영기(79)씨의 주름진 손이 안방 벽면에 닿았다. 벽에는 온기가 돌았고, 방바닥도 따뜻했다. “지난주 공사 이후로 방 안 온도가 달라졌다”며 6평 남짓한 집 안 곳곳을 소개하는 임씨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부부는 기초생계, 노령연금을 합해 60만원으로 한 달을 버틴다. 겨울철 난방비·전기료로만 월 20만원씩 지출되다 보니, 수도료·관리세·약값까지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얼마 전 대장 용종 9개를 떼어낸 임씨 수술비 150만원도 지인에게 빌려야 했다. 부부의 딱한 사연을 접한 포스코에너지는 한국에너지복지센터와 함께 에너지 노후 설비 교체 시공을 지원했다. 비가 새던 천장을 수리하고, 벽과 바닥에 단열 시공을 했다. 형광등도 LED로 교체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한 달 난방비·전기료만 50%가 절약될 거란 말에 부부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제 처음으로 이웃집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했어. 그동안 집 안이 너무 추워서 부를 수 없었거든. 이제 보일러를 조금만 켜도 따뜻해. 난생처음으로 ‘집 좋다’ ‘우리 집이랑 바꾸자’는 말도 들었어.”

지난 5일, 전남 광양에 위치한 지적장애인 자활·자립 기관인 햇빛마을주간보호센터에 태양광 난방 및 단열 시공이 이뤄졌다. /포스코에너지 제공
지난 5일, 전남 광양에 위치한 지적장애인 자활·자립 기관인 햇빛마을주간보호센터에 태양광 난방 및 단열 시공이 이뤄졌다. /포스코에너지 제공

◇저소득 가구 에너지 효율 높이고, 전기 점검 봉사까지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포스코에너지의 사회공헌이 확대되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전력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 에너지 회사의 역량을 살려,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단열·보일러·LED 전등 교체 등 에너지 효율 시공을 실시하고 있는 것. 우리나라엔 가구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로 지출하는 에너지 빈곤층이 150만 가구에 달한다(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년 새 30만 가구가 늘었다. 저소득층의 30% 이상이 단열되지 않는 건물에 사는 데다가, 석유류·LPG 등 비싼 에너지원을 사용하기 때문. 김동민 포스코에너지 총무그룹 겸 사회공헌팀장은 “100와트(w) 형광등을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전력 소비를 35% 이상 줄일 수 있지만, 설치 비용이 형광등보다 약 3배 비싸서 설치 못 하는 저소득 가정이 많다”면서 “특히 일반 가정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20% 이상이 누전 차단기 오작동에서 비롯되는데, 지난 2년간 우리가 에너지 효율 시공을 진행한 대다수 가정에 전기 안전 설비가 노후된 것을 보고, 올해부터 전기 안전 설비 지원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포스코에너지 임직원들은 한국전기안전공사 임직원들과 함께 조를 이뤄, 에너지 빈곤층 전기 점검 재능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봉사단 26명은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포항·광양·인천에 사는 에너지 빈곤층 40가구를 방문해 누전 차단기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누전 위험이 있는 스위치·콘센트·전구 등을 교체했다.

지난달 21일 방문한 인천 서구 가좌동의 한 무허가 주택 천장엔 형광등이 무려 9개 설치돼 있었다. 양계장을 가건물로 개조한 터라 천장 높이가 2m에 불과했고, 성인 얼굴 크기만 한 창문도 2개뿐이라 햇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 36년째 사용하고 있는 낡은 형광등에선 불꽃이 튀었다. 박정식(가명·80)씨는 “한 달 소득이 35만원인데, 전기 요금이 4만원이니 무서워서 형광등을 못 켰다”면서 재능 봉사단이 교체해준 LED 전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낡은 형광등 교체를 맡은 임경찬 포스코에너지 주무는 “발전소 계측 기기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터라, 오늘 진행한 LED 전등 교체 업무가 익숙하다”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역량을 활용해 봉사 활동을 하니 더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렇게 올해 포스코에너지가 에너지 효율 시공 및 전기 안전 점검을 위해 사용한 금액은 총 5억원. 이를 통해 저소득 가구 57곳과 복지 시설 6곳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에너지 빈곤가정을 방문해 전기안전 점검 재능봉사를 하고 있는 포스코 에너지 임직원. /포스코에너지 제공
에너지 빈곤가정을 방문해 전기안전 점검 재능봉사를 하고 있는 포스코 에너지 임직원. /포스코에너지 제공

◇자활 기업과 파트너십 통해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 높여

“내년부터 정부 인건비 지원이 끊길 예정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 시공으로 한시름 덜었습니다.”

지난 5일, 전남 광양 햇빛마을주간보호센터에서 만난 김원삼 자활기업 ‘편안한집’ 시공총괄 부장이 입을 열었다. 건축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2009년 다리를 다쳐 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왼쪽 다리 수술로 병원에 8개월간 입원하고 나니, 취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자활 기업 ‘편안한집’에 들어간 그는 도배·시공 전문 기술을 익혀 ‘탈(脫)수급’에 성공했다. ‘편안한집’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인 직원 15명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 모두 기술 자격증을 1개 이상 보유할 정도로 탈수급 의지가 강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업 등 거래처와 연결이 어려운 데다가, 정부 지원마저 미약하기 때문. 지난 7월, 포스코에너지와 계약하고 5개월간 햇빛마을주간보호센터 도배·단열 장판 시공을 진행한 김 부장은 “공사 단가를 낮추는 다른 기관들과 달리 포스코에너지가 시공에 필요한 금액을 충분히 제시해준 덕분에, 운영비 부담을 덜었다”면서 “대기업과의 거래가 늘수록 자활 기업의 자립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사장(오른쪽에서 2번째)이 인천 미래관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지역사회 저소득가정에게 전달할 나눔 방한 키트를 제작했다. /포스코에너지 제공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사장(오른쪽에서 2번째)이 인천 미래관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지역사회 저소득가정에게 전달할 나눔 방한 키트를 제작했다. /포스코에너지 제공

이처럼 포스코에너지는 올해부터 중앙자활센터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활 기업을 통해 에너지 효율 시공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활 기업이란 기초생활수급권자 및 차상위계층의 ‘탈수급’을 위해 이들을 채용, 재활용·청소·간병·건축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말한다. 포스코에너지는 올해 8개 자활 기업과 계약하고, 저소득 가구 17곳과 복지시설 6곳의 에너지 효율 시공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자활 기업 저소득 근로자들의 급여 및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았다. 이성우 경북주거복지센터(자활 기업) 대표는 “햇빛마을주간보호센터 태양광 난방 시공에만 자활 기업 근로자 70명이 투입됐다”면서 “포스코에너지가 제시한 태양광 난방 시공 비용 4000만원은 자활 기업 평균 연매출의 10%에 달할 정도로, 자활 기업 운영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 기관이 책정한 주거 환경 개선 사업 예산의 3배가 넘는 금액”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성인 지적장애인 14명의 재활·자립을 돕고 있는 박민주 햇빛마을주간보호센터장은 “이번 시공으로 매달 20만원의 난방비를 절약하게 됐는데, 이는 센터 전체 운영비의 35%에 달하는 금액”이라면서 “어둡고 축축하고 보일러도 안 들어오던 교실이 환해지고, 바닥 시공을 한 덕분에 장애인 친구들이 휠체어도 마음 놓고 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임직원 150명과 함께 이불 등이 담긴 방한 키트를 제작한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사장은 이날 오후 에너지 효율 시공을 진행한 오트지역아동센터를 방문했다. 지난 8월, 황 사장이 직접 이중창 교체·공간 난방 공사 봉사 활동에 참여했던 곳이었다. 황 사장은 “에너지 회사라는 역량을 살려, 겨울철 추위에 고생하는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광양=정유진 기자

인천=정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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