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무관심했던 엄마와 대화 우울했던 삼남매가 웃네요

가족역량강화사업 1년

부산에 사는 김민지(가명·12)양에겐 동생이 넷이다. 곧 막냇동생도 태어난다. 아래로 연년생이어서 어릴 적부터 최근까지 10년 동안 할머니 집에서 생활했다. 올해 초부터 김양을 상담해온 이다인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부산서부지부 미술치료사는 첫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제가 질문을 하면 영 엉뚱한 대답을 한다든가, 중간 내용은 건너뛰고 결론만 말했어요. 뭘 할지 의사를 물어보면 ‘모른다’고 무기력하게 있을 때가 잦았죠. 처음에는 대화로 수업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어요. 비슷한 또래의 고학년이면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할 시기이고, 대화를 통한 수업이 가능하거든요.”

문제는 자존감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존중받은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부모와 조부모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많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이다인 치료사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민지의 상태를 감지한 건 지난해 여름, 굿네이버스가 진행한 초등학교 여름방학 교실에서였다. 세 남매 모두가 심리 문제가 발견돼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로 연계된 것이다.

김양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이뤄졌다. 일대일 상담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이었다. 1년 가까운 상담 끝에 김양은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생각을 닫는 대신 조금씩 언어로 표현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1시간 동안 본인에게 지난 1년 사이 어떤 게 달라졌는지 찾아보는 시간을 갖게 했어요. 이전 같으면 ‘모른다’고 했을 텐데,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스스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 점이 달라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장점을 10가지 찾아보자는 수업에서도 처음에는 ‘없다’고만 하더니, 이제는 단점 5개, 장점 7개를 찾아내는 식으로 나아졌습니다.”

김양의 변화가 가능한 건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더좋은맘 사랑방’의 부모교육도 큰 역할을 했다. 매주 3회에 걸쳐 세 남매 심리상담이 이뤄지고 나서, 10여분씩 엄마와 치료사 선생님의 만남이 뒤따랐다. 시간이 갈수록, 자녀 양육에 무관심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개선됐다. 김양의 어머니는 굿네이버스 부산서부지부에서 진행하는 가족 이벤트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김양의 어머니 이진수(가명·54)씨는 “아이들이 한 번도 집에 친구를 데려온 적이 없었는데, 올해 들어서 친구도 많이 데리고 온다”고 했다. 가족역량 강화사업이 진행된 지 1년 만의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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