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더나미 책꽂이]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나는 동물’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논픽션 작가인 저자가 시각장애인 친구 시라토리 겐지와 2년간 미술관을 돌아다니면서 나눈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주제는 예술, 인간, 사회, 역사, 장애 등 다양하다. 인체의 감각 수용체 중 70%는 눈에 집중돼 있다. 그만큼 시각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 친구는 어떻게 미술 작품을 느끼고 이해했을까. 저자는 말한다. 시라토리와 함께 미술관에 가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익숙한 미술관은 전혀 다른 장소로 느껴졌다고.

가와우치 아리오 지음, 김영현 번역, 다다서재, 2만2000원, 432쪽

자연에 이름 붙이기

오리너구리는 오리일까? 너구리일까? 18세기 호주에서 오리너구리가 처음 발견됐을 당시 생물의 이름과 질서를 연구하는 분류학계가 술렁였다. 형태는 포유류인데 새처럼 부리가 있고, 알을 낳으며, 물속에서도 생활하기 때문이다. 결국 오리너구리는 기존 분류체계에 속하지 못하고 ‘오리너구리과’라는 새로운 분류체계에 속하게 됐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오리너구리 사례 같은 기존 생물 분류체계 대해 의문을 품는다. 그는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일 것만 같은 과학적 진실이 사실은 인간의 발견으로 정립된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움벨트(umwelt)’란 개념을 소개한다. 움벨트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환경’이지만, 정확히는 ‘인간 특유의 감각을 통해 바라본 환경’이란 의미를 갖는다. 저자는 움벨트와 과학적 사실이 대립하는 현장들을 누비며 자신만의 깨달음을 쌓아나간다.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번역, 윌북, 2만2000원, 440쪽

나는 동물

‘탈시설 등 장애인의 자립생활 관련 권고 이행 노력 촉구.’ 지난해 9월 한국 정부가 장애인권 보장과 관련해 유엔으로 받은 평가 중 하나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수어를 공식 언어로 인정한 ‘한국수어법’과 점자를 한글과 동일한 지위로 규정하는 ‘점자법’ 채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 지원은 부족하다고 밝혔다. 탈시설이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것을 뜻한다. 시설에 거주하며 서비스를 받는 ‘관리의 대상’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 보자는 취지다. 유엔의 성적표가 공개된 후 한국 사회는 얼마나 변했을까? 책에는 여전히 변화를 만들기 위해 현 제도에 전면으로 저항하며, 짐승이 아닌 ‘좋은 동물’로 살아가기 위한 저자의 투쟁 기록이 담겼다.

홍은전 지음, 봄날의책, 1만3000원,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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