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빛 잃어가던 아이들,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하트하트재단의 실명예방사업
개도국 아동 실명 80%는 예방·치료 가능
최빈국 ‘부룬디’에 아동 眼보건센터 설립
캄보디아·탄자니아 등 10만명 치료

미상_사진_국제개발협력_시력검사아동_2014

“간단한 안과 치료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는 아이들이 하릴없이 방치되며 빛을 잃어갔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인근 르완다로 가서 수술을 하라’는 말뿐이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외국에 나가 수술받을 수 있는 형편의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죠.”

임마누엘 은다이푸카미에(Emmanuel Ndayipfukamiye) 국장의 말이다.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시청각 장애인의 치료와 재활 사업을 진행하는 ‘임마누엘 교회공동체(CEEM·Communaute de Eglises Emmanuel du Burundi)’에서 일하는 그는 “지역에 나가서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손으로 돕지 못해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1962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이후 끊임없는 내전과 갈등을 겪어오며 세계 4대 최빈국의 오명을 안게 된 부룬디의 현실이다. 부룬디 ‘까멍게 국립대학병원(CHUK)’의 소아안과 전문의 레비 켄데케(Levi Kandeke)씨는 “개발도상국 아동 실명의 80% 이상이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한 안질환에서 비롯되는데, 적절한 장비와 인력,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손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민관 협력으로 부룬디 밝히다

전 세계 2억8500만명의 인구가 시력이 손상된 상태로 살아간다. 이 중 90%가 개발도상국에 사는데, 15세 미만도 1900만명이나 된다. 만약 실명까지 이르게 되면 절반이 2년 이내에 사망한다. 10명 중 8명은 쉽게 고칠 수 있는 아이들이다(세계보건기구·2010). 인접한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르완다 등에 비해 산업 수준이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나 해외 원조를 받기도 어려운 부룬디의 안(眼)보건 체계는 그야말로 전무한 수준이었다. 눈 치료가 필요한 아동이 매년 4500명씩 발생했지만, 어떤 치료나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부룬디 지역사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안 검진 아웃리치 활동 모습(왼쪽 사진)과 안질환 아동 발굴 교육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 체험 활동을 하고 있는 부룬디 주민들. /하트하트재단 제공
부룬디 지역사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안 검진 아웃리치 활동 모습(왼쪽 사진)과 안질환 아동 발굴 교육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 체험 활동을 하고 있는 부룬디 주민들. /하트하트재단 제공

올해 1월부터 하트하트재단과 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KOICA)이 부룬디의 수도 ‘부줌부라(Brundi Bujumbura)’를 대상으로 ‘부룬디 국가 아동 안보건 체계 구축 사업’을 시작한 것은 그래서다. 예방·치료·수술로 이어지는 단계까지의 아동 안보건 체계 구축을 목표로, 오는 2016년까지 이어지는 사업이다. 조형래 코이카 르완다 사무소장은 “아동의 안보건 문제는 한 개인의 인생뿐 아니라 국가의 성장 잠재력에도 크나큰 장애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완공식이 열렸던 부줌부라 소재 ‘까멍게 국립대학병원’의 아동 안보건 센터는 민관 협력 사업의 첫 번째 결실이다. 부룬디 내에서 아동 전문 안과 수술 및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의료기관이 처음 생긴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부터 대학병원 안과 외래진료실과 병동을 리모델링하고, 필수 안과 장비, 기자재, 의료 소모품을 구비했다. 아동 안보건팀을 구성하고, 이들을 위한 교육훈련도 이뤄졌다. 레비 켄데케(Levi Kandeke) 안과 전문의는 “이번에 완공된 센터는 부룬디 안보건 발전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제는 ‘지역에서 눈에 문제가 있는 아동들을 만나면 이쪽으로 데려오라’고 자신 있게 권한다”고 했다. 문후정 하트하트재단 해외사업부장은 “안보건 센터와 함께 월 1회 아동 환자를 직접 발굴하러 나서고, 수술 환자에 대한 정기적인 사후 관리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며 “발굴부터 진단, 치료, 사후관리까지의 단계에서 하나라도 누수가 생기면 지속 가능한 아동 안보건 체계는 구축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조형래 소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약 1만명의 아동에게 희망과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개발국 25만명 어둠에서 건진 하트하트재단의 ‘실명예방사업’

“2008년 방글라데시에 한국 안과 의사들을 데리고 간 적이 있어요. 안과가 없는 지역에 들어가서 캠프를 차리고 수술을 해줬는데, 3일간 700명의 환자가 모이더라고요. 이런 서비스가 굉장히 필요했던 거죠.”

문후정 부장은 하트하트재단이 ‘눈’ 건강에 주목했던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방글라데시에는 80만명에 이르는 실명 인구와 4만명의 15세 이하 실명 아동들이 살고 있었다. 재단은 그 길로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Dhaka) 북서쪽에 있는 가지풀 지역에 안과클리닉을 개원하고, 안과 준전문인력(MLOP·Mid Level OphthalmicPersonnel) 양성센터를 설립했다. 센터 1기 졸업생으로 현재 방글라데시 국립 안과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카디자(26)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제대로 교육을 받기 힘들었는데, 하트하트재단의 양성 과정을 통해 안과 전문가로 당당하게 살아가며 지역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이후 하트하트재단은 캄보디아(실명예방사업), 탄자니아(트라코마 퇴치사업), 필리핀(시립병원 안과구축 및 실명예방사업) 등을 차례로 진행하며 현지 정부, 병원, 교육기관, NGO 등과 함께 안보건 체계가 미비한 지역에 효율적인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안과 클리닉 및 훈련센터 등 100여 곳의 의료 인프라를 구축했고, 2251명의 전문의와 의료진을 교육했다. 또한 총 10만5627명에게 진단·치료·수술 등의 안과 서비스를 제공했고, 지역의 초등학교 학생 14만6838명에게 실명 예방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제실명예방기구(IAPB)와 트라코마(눈꺼풀 내부 표면을 거칠게 만드는 전염성 안질환) 퇴치를 위한 국제연대(ICTC)의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한 실명을 퇴치하자’는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비전2020’에도 동참하고 있다. 김승범 코이카 탄자니아 사무소 소장은 “탄자니아 음트와라 지역의 경우, 정부의 지원도 적고 NGO 활동도 미미한 소외 지역이었는데, 하트하트재단이 펼친 실명예방사업이 위생적인 환경에 대한 교육과 인식 개선으로까지 확대되며 지역의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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