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가장 좋은 범죄 예방법? 이웃과 손잡고 동네 한 바퀴

‘셉테드’ 대안은

미국은 1970년대부터 지역 민간단체의 주도로 주택가, 학교, 교통수단, 상가 등으로 셉테드를 확장해나갔다. 영국은 1998년 ‘범죄와 무질서법’을 만들면서 지방정부가 도시 계획과 설계 단계에서 셉테드를 의무 도입하도록 했다. 국제셉테드연맹(ICF·International CPTED Federation)에 따르면 셉테드의 본질은 사람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민관 협업이 핵심이다.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기도 구리 지역의 한 주민이 주차된 차와 노출된 가스 배관으로 외부 침입에 무방비인 주택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여성재단 제공
경기도 구리 지역의 한 주민이 주차된 차와 노출된 가스 배관으로 외부 침입에 무방비인 주택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여성재단 제공

한국에서도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셉테드 싹이 움트고 있다. 지난 10월과 11월에 걸쳐 한국여성재단은 청소년, 학부모와 동네 안전을 점검하는 ‘꼼꼼히 살펴보는 우리 동네 안전’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전국 7곳 지역의 시민단체와 연합하면서 100여명의 주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지난 3일 오후 6시 경기도 구리 지역 캠페인 현장에선 8명의 중·고등학생과 4명의 학부모가 한 손에는 펜, 다른 손에는 동네 안전 체크리스트를 들고 1시간 동안 구리 인창동주민센터 일대를 모니터링했다. 후미진 인창공원 현충탑 쪽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삥 뜯으려고 이런 곳에 들어오면 아무도 몰라요!” 최성우(13·인창중 1년)군이었다. 정욱진(13·동부중 1년)군은 “도둑이 가스 배관을 타면 유리창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집들이 있고, 이 일대에는 CCTV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눈은 정확했고 꼼꼼했다.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학부모 길혜진(45)씨도 “사생활을 강조하다 보니 ‘이웃’이라는 말이 사라져 가는데 이웃과 동네를 함께 돌며 안전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어 좋았다”면서 “우리 동네뿐만이 아니라 구리시 전체가 안전해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금희 한국여성재단 기획홍보팀장은 “지역당 50만원 정도 예산이면 3주 동안 사람들을 교육하고 직접 안전 점검도 할 수 있다”면서 “대전에서는 주민은 물론 동네 지구대가 함께 모니터링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민·경찰이 협력하는 네트워크까지 형성됐다”고 했다. 굳이 많은 예산을 들일 필요 없이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특별취재팀=김경하 기자, 강보미·김정희·김효빈·신은정·이상훈·이소영·이호재 청년기자(청세담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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