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독일 시민, 법적 성별 스스로 결정한다

독일 정부가 호적이나 여권에 기재할 이름과 법적 성별을 국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AP 통신 등 외신은 독일 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초록당 연립정부는 23일(현지 시각) 내각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자기주도결정법 제정안을 의결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23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마르코 부쉬만(오른쪽) 독일 법무부 장관과 리사 파우스 가족부 장관이 자기결정권법 제정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마르코 부쉬만(오른쪽) 독일 법무부 장관과 리사 파우스 가족부 장관이 자기결정권법 제정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제정안에 따르면 독일 성인은 누구나 법적 성별을 ▲남성 ▲여성 ▲다양 ▲무기재 중에서 결정할 수 있다. 변경을 희망하는 사람은 호적사무소에 진술서와 자기부담확인서를 제출하면 된다. 3개월 후 신청 내용대로 이행된다. 재변경은 1년 후 가능하다. 14세 미만 어린이는 부모 등 보호자가 대신 신청을 해야 한다. 14세 이상 청소년은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변경 가능하다.

제정안은 1980년부터 적용됐던 성전환자법을 대체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법적 성별을 바꾸려면 성전환자법에 따라 심리감정을 받고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굴욕적인 질문에도 답변해야 했다.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었다.

마르코 부시만 독일 법무부 장관은 “이번 제정안은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트랜스젠더의 자유와 존엄에 대한 문제로, 국가는 더 이상 이들을 환자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리사 파우스 가족부 장관은 “독일 기본법은 인격의 자유로운 계발과 성정체성에 대한 존중을 보장하지만, 성소수자들은 40년 이상 성전환법으로 인해 고통받아왔다”며 “이런 차별은 이제 막을 내리게 될”고 말했다.

제정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의회 승인 절차가 남았다. 다만 중도보수 성향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진통이 예상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독일은 벨기에, 스페인,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덴마크 등 이미 법적 성별 결정권 원칙을 받아들인 유럽 국가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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