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드론 띄우고 수중 촬영까지… 시민의 힘으로 ‘육해공’ 쓰레기 데이터 모은다

“뭘 그렇게 열심히 찾아요?”

서울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28일. 뜨거운 햇빛 아래서 하수구를 향해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기자를 보고 한 시민이 말을 걸어왔다. 담배꽁초 개수를 세고 있다고 답하니 재차 질문이 날아왔다.

“왜요?”

이날 기자는 해양쓰레기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민과학 프로그램 ‘바다기사단’ 활동에 동행했다. 바다기사단은 비영리단체인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하 ‘오션’)이 운영하는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으로 해양쓰레기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데이터 수집 범위는 공중, 수중, 해안, 도심 등 육해공을 아우른다.

도심에서 진행되는 데이터 수집은 하수구 주변에서 이뤄진다. 이날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역 인근에서 시작한 모니터링 활동으로 30분 만에 8개 구간에서 총 146개의 쓰레기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전체의 약 66%는 담배꽁초였다. 홍선욱 오션 대표는 “하수구는 도시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관문이라 여기부터 점검하는 게 해양쓰레기를 줄이는 길”이라며 “시민들이 굳이 해안으로 장비를 갖춰 나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데이터 수집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양쓰레기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드론을 하늘에 띄워 촬영한 모습. /스카이나이츠 임세한
해양쓰레기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드론을 하늘에 띄워 촬영한 모습. /스카이나이츠 임세한

시민의 힘으로 해양쓰레기 데이터 수집

최근 2주년을 맞은 바다기사단은 모니터링 공간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드론 카메라로 해양쓰레기 분포를 확인하는 ‘스카이나이츠’ ▲수중카메라로 수중 해양쓰레기 정보를 수집하는 ‘아쿠아나이츠’ ▲스마트폰으로 해안쓰레기를 촬영하는 ‘테라나이츠’ ▲도심의 쓰레기 정보를 수집하는 ‘어반나이츠’다. 각각의 목적은 조금씩 다르다. 스카이나이츠와 테라나이츠는 해양쓰레기의 양과 종류, 분포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아쿠아나이츠는 바닷속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진행된다. 어반나이츠의 경우 바닷가가 아닌 도심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배수구 주변 쓰레기의 실태와 원인을 찾아 일상에서부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

해양쓰레기 줄이기에 관심 있는 시민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스카이나이츠(드론)와 아쿠아나이츠(다이빙 자격증 및 장비)에 필요한 도구들은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다만 해안가의 쓰레기 정보를 수집하는 테라나이츠와 도심 속 배수구 등에 있는 쓰레기 정보를 수집하는 어반나이츠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오션 클라우드’만 설치되어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바다기사단 활동으로 수집한 데이터가 ‘오션 클라우드’에 업로드된 모습. /전유정 청년기자
지난달 28일 바다기사단 활동으로 수집한 데이터가 ‘오션 클라우드’에 업로드된 모습. /전유정 청년기자

도심 속 쓰레기를 모니터링하는 ‘어반나이츠’ 활동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수구 주변은 ‘노다지’였다. 담배꽁초, 담뱃갑,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 등이 하수구마다 놓여 있었다. 쓰레기를 발견하면 사진을 찍고, 애플리케이션의 ‘자료 제출하기’ 탭에서 업로드하면 된다. 사진이 서버에 올라가면 조사날짜, 촬영시간, 위치 등이 자동으로 등록됐다. 이후 조사 대상지를 입력하고 사진 속 쓰레기 정보를 구체적으로 입력하면 된다.

취재에 동행한 홍선욱 대표는 사진에 나와 있는 쓰레기 종류의 정보를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입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데이터들이 모여야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쓰레기 종류는 플라스틱 페트병, 비닐, 담배꽁초 등 11개의 세부 항목으로 구분된다. 세부 항목은 현장 활동가들의 의견에 따라 수정되기도 한다.

데이터 쌓일수록 문제 해결에 가까워진다

현재 활동 중인 바다기사단원은 총 245명에 달한다. 모니터링으로 수집된 자료들은 학술 연구, 정책 연구 등의 자료로 사용된다. 또 쓰레기 밀집 지역을 알려 폐기물을 수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보로도 쓰인다. 오션 클라우드에서 구체적인 위도와 경도, 면적까지 측정하는 이유다.  홍선욱 대표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가치와 활용도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이잖아요. 앞으로 어떤 데이터를 보유했는지가 경쟁력이 될 텐데 이렇게 시민들의 참여로 모은, 질 좋은 현장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거죠. 더군다나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니까요. 프로그램을 좀 더 키워서 시민, 오션, 기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바닷속 해양쓰레기를 모니터링하는 아쿠아나이츠 단원들의 모습. /아쿠아나이츠 곽태진, 강경빈, 양기영, 김미루
바닷속 해양쓰레기를 모니터링하는 아쿠아나이츠 단원들의 모습. /아쿠아나이츠 곽태진, 강경빈, 양기영, 김미루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83억t의 플라스틱이 생산됐고, 이 중 약 50억t은 매립되거나 바다로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연간 10만 마리 넘는 해양포유류와 바닷새 100만 마리 이상이 폐사하거나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수산업, 관광업 등의 해양 산업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해양쓰레기는 기후변화와 더불어 인류가 직면한 문제다.

국제사회는 플라스틱에 대한 생산과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용기 중 30%를 재생 플라스틱으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2021년 1월부터는 ‘플라스틱세’를 도입해 사용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부터 매장 내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이미 발생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려 해도 정확한 위치와 규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쓰레기들이 해류와 바람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쓰레기를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지만 1만5000km에 달하는 해안을 모두 직접 관리하기는 어렵다. 오션이 시민주도의 모니터링 프로그램인 바다기사단을 창단한 이유이기도 하다. 홍선욱 대표는 “물이 나오고 있는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으면 아무리 바닥을 닦아도 소용없는 것처럼 쓰레기도 결국엔 생산을 줄여야 한다”라며 “버려진 쓰레기들을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한 만큼 어딘가에서 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유정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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