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아시아·아프리카 청소년, 기후위기 해법 함께 찾는다

굿네이버스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 현장

23국 청소년 691명
3개월간 온라인 교류

맹그로브 나무 심고
업사이클링 캠페인 진행

“제가 사는 에티오피아는 기후위기 취약국이에요. 가뭄과 홍수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어요. 먹을 수 있는 식량도 급격히 줄었죠. 부모님은 한숨을 내쉬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요. 기후변화로 지구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알 방법이 없었죠.”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울여자중학교. 에티오피아·네팔·한국 등 3국 청소년 42명이 온라인(줌)에서 만나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에 참여한 에티오피아 청소년 사램(15)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답답했는데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Global Youth Network)’에 참여하면서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 4기에 참여한 서울여자중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중학교 교실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날 에티오피아·네팔·한국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교류 활동을 진행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 4기에 참여한 서울여자중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중학교 교실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날 에티오피아·네팔·한국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교류 활동을 진행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개도국 청소년에게 ‘세계시민교육’한다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는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인 굿네이버스가 ‘세계시민교육’의 하나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아동·청소년이 기후위기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이해하고 연대를 통해 대응할 수 있게 하자는 목표로 출발했다. 1기(2021년 9~12월) 104명, 2기(2022년 6~7월) 377명, 3기(2022년 10~11월) 351명 등 지난해까지 총 832명의 국내외 청소년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해 마련된 4기(5~7월)와 5기(9~11월) 프로그램은 교육부와 외교부, 환경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원이 후원한다.

이날 줌 회의에서 만난 3국 청소년들은 4기 학생들이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12국(네팔·라오스·방글라데시 등)과 아프리카 11국(르완다·말라위·에티오피아 등) 청소년 총 691명이 4기 활동을 함께 했다. 학생들은 3개월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세부 내용과 글로벌 기후위기 현황을 배웠고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 계획을 세웠다.

이날은 국가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자 진행한 실천 활동들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였다. 사램이 속한 에티오피아 소그룹은 플라스틱 물병과 와이어 등을 활용해 일체형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램은 “학교에 플라스틱 물병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만들게 됐다”면서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리사이클링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네팔 그룹 참여 학생인 아시크(12)는 “학교 뒷산에 올라 잡초를 뽑고 나무를 심으면서 산을 가꿨다”며 “나무를 심을 때 화학비료가 아닌 천연비료를 썼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서울여자중학교와 중앙중학교가 참여했다. 서울여자중학교와 중앙중학교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유튜브 시청 시간 줄이기 ▲잔반 줄이기 ▲안 쓰는 전력 사용 줄이기 등의 친환경 활동을 펼쳤다.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시민교육에서 소외된 ‘개발도상국’ 청소년들을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시민교육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지식과 기능, 태도를 길러주는 교육으로, 평화·인권·빈곤·다양성·공동체·연대 등이 주요 키워드다. 김지숙 굿네이버스 세계시민교육센터 팀장은 “영국·캐나다 등 선진국은 공교육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개발협력 NGO들이 중심이 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서 “하지만 개도국 청소년들은 지구촌 전반의 글로벌 의제를 다루는 세계시민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해 이 프로그램이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맹보영 서울여중 교장은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개도국을 ‘도움을 줘야 하는 나라’가 아닌 ‘함께 지구촌 문제를 해결하는 동반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여중 학생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실천한 환경 보호 활동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 3기에 참여한 모잠비크 청소년들이 마을 내 시장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 중인 모습.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굿네이버스
서울여중 학생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실천한 환경 보호 활동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 3기에 참여한 모잠비크 청소년들이 마을 내 시장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 중인 모습.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굿네이버스

청소년을 기후위기 의제 당사자로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추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우간다 학생들은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며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민들이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불을 지필 때 숲에서 나무를 베어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가축 배설물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숯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친환경 숯은 나무보다 오래 연소한다는 장점이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케냐의 한 청소년 단체는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나서 지역의 환경단체와 협력해 기후변화 관련 현행법과 정책에 저탄소 개발 지침을 포함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로컬 단체들과 협력해 재사용 생리대를 여아에게 지원하는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운동을 벌였다. 잦은 홍수로 어려움을 겪던 필리핀 학생들은 지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수해 대응 방안을 모르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해 맹그로브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방법과 효과 등을 소개했다. 이후 지자체와 협업해 필리핀 외곽의 뿌갓-티바귄 지역에 맹그로브 나무 35그루를 심었다.

굿네이버스 국제 교류 프로그램의 효과성 연구를 진행한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는 “참여 청소년들은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기후위기 관련 지식과 정보를 습득했을 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방식을 학교와 지역사회에 확산했다”면서 “특히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후속 프로젝트가 이어졌다는 건 참여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으로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됐다는 것, 그리고 함께 노력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일종의 효능감을 형성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일에는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 4기 활동을 마무리하는 ‘클로징 세리머니’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굿네이버스는 4기 참여 학생 가운데 우수한 활동을 펼친 15명(한국 5명, 케냐 5명, 베트남 5명)을 뽑아 ‘청소년 국제교류 NGO 활동가’로 위촉했다. 위촉된 청소년들은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기후위기 관련 성명서 작성, 언론 기고 등 후속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배광호 굿네이버스 세계시민교육센터장은 “청소년들은 기후위기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로, 기후위기 의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면서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가 향후 모두를 위한 보편적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아시아, 아프리카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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