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워킹맘이 일과 육아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인터뷰] 강문영 해낸다컴퍼니 대표

앱으로 워킹맘과 자녀 연결
출시 보름만에 1000명 가입

교보생명 사내벤처로 출발
창업 1년만에 독립 분사

“워킹맘들은 죄책감을 자주 느껴요. 아이에게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내가 옆에 없어서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하죠. 일터에 있는 엄마들이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해낸다컴퍼니는 강문영(40)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워킹맘이다. 교보생명에 2008년 입사한 그는 지난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같은 워킹맘이자 입사 동기 두 명과 사내벤처를 꾸렸다. 약 9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최근 엄마와 자녀를 잇는 애플리케이션 ‘오후1시’를 선보였다. 자녀의 일정과 동선을 관리하고 게임을 통한 습관 관리로 자기주도성을 기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출시 2주만에 가입자 1000명을 넘었고, 지난 7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제24회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으로 선정돼 장관상을 받았다. 예비창업팀이 대상을 수상한 최초의 사례다. 수상식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강문영 해낸다컴퍼니 대표를 서울 광화문 스파크플러스에서 만났다.

강문영 해낸다컴퍼니 대표는 “여성은 일과 육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고 둘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자녀 나이에 따라 워킹맘의 고충도 다르다.

“핵심 서비스 대상은 초등학교 3~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다. 정부의 육아지원 정책은 미취학 아동에게 집중돼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는 육아휴직을 쓰거나 단축 근로를 신청한다. 시터를 쓰기도 한다. 문제는 3~6학년 시기다. 아이가 3학년 정도 되면 혼자 학원도 다니고 이동할 수 있으니까 엄마들이 업무에 완전히 복귀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나.

“초등학생이 빠르면 1시40분쯤 하교를 한다. 그때부터 엄마가 퇴근하는 저녁 7시까지 돌봄 공백이 생긴다. 어쩔 수 없이 학원 ‘뺑뺑이’를 돌게 된다. 보통 5~7개씩 다니는데, 셔틀 있는 학원을 보내야 한다. 셔틀을 한번 놓치면 그다음 일정이 줄줄이 밀린다. 그러니까 엄마들이 ‘학원 차 탔어?’ ‘집에 도착했어?’ 계속 전화를 하는 거다. 그나마 전화로 연결되는 상황이면 괜찮다. 회의에 들어가야 하는데 전화를 안 받거나, 반대로 계속 전화가 오면 불안해진다.”

-경험담인가.

“아이와 연락이 안 돼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몇 번 있다. 우리 아이는 매일 하교하는 길에 ‘집에 가고 있다’고 전화를 하는데 하루는 연락이 닿지를 않았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서 위치추적도 안 됐다. 일하는 내내 진정이 안됐는데, 알고 보니까 집에 있었다. 배터리가 없어서 전화기를 꺼놨던 거다. 그날 바로 집에 CCTV를 달았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에게 전화를 걸면서 집착하게 됐다.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가 연락을 너무 자주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다.”

-애플리케이션으로 그 불안을 해소할 수 있나.

“엄마와 아이가 함께 사용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엄마가 자녀의 일정을 입력하면, 그 시간에 아이에게 알림이 뜬다. 엄마에게는 아이가 이동할 시간이라고 알려준다. 이동 현황도 보여준다. 엄마는 굳이 전화를 안 해도 앱만 보고도 안심할 수 있다. 기존에 자녀의 위치를 추적하는 앱도 있고, 일정 관리 앱도 있지만 여러 기능이 통합된 건 없었다. 단순히 정보만 전송하는 건 아니다. ‘엄마의 편지’라는 기능으로 정서적 유대를 쌓을 수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보낼 편지를 적어 두면 아이는 학교가 끝나고 휴대전화기를 켜자마자 읽을 수 있다. ‘오늘 비가 많이 오는데 학교 갈 때 힘들지 않았어?’ ‘엄마는 회사에서, ○○이는 학교에서 파이팅하자’ 이런 메시지를 써둔다. 그럼 아이는 ‘엄마가 회사에서도 내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떨어져 있어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강문영 해낸다컴퍼니 대표. 교보생명 사내벤처로 시작한 해낸다컴퍼니는 오는 8월 분사할 예정이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아빠’는 서비스 대상이 아닌가?

“엄마들이 육아에 대한 책임을 아빠보다 더 크게 느끼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선은 워킹맘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표다. 물론 아빠가 사용해도 된다. 사용 대상은 점점 더 넓혀갈 예정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말이 있지 않나. 나중에는 시터 이모님, 조부모님, 학원 선생님, 셔틀버스 아저씨 등 아이를 돌보는 모든 사람이 연결될 수 있는 앱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워킹맘을 위한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

“워킹맘으로 성공한 여성들의 인터뷰를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는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한 주를 시작하는 날, 포기하지 말고 잘 버티라고 동기 부여할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내주는 거다. ‘맘콘서트’도 분기에 한 번씩 연다. 워킹맘들은 평일 오전에 열리는 학원 설명회에 갈 수가 없다. 이런 엄마들을 위해 주중 저녁이나 주말에 행사를 오프라인 행사를 연다. 교육 전문가나 워킹맘 선배가 와서 강연을 한다. 오프라인에서 비슷한 상황의 워킹맘들을 만나서 힐링이 된다는 반응이 많다.”

-워킹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워킹맘들은 일에서도, 자녀 양육에서도 다 100점을 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다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60점 이상만 받으면 된다. 61점을 받으면서, 아이가 중고등학교 갈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해낸다컴퍼니는 엄마들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 그 시기를 견딜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경력을 이어가서 리더로 성장하는 여성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의 유리천장도 깨질 수 있다. 그런 선배들이 있어야 여성 후배들이 따라오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 길을 만드는 워킹맘 선배가 되고 싶다. 내가 힘들었으니까, 후배들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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