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방재전문가 된 주민들… 지역자율방재단, 여름철 안전사고 막는다

주민이 주도하는 민간 자율방재단
재난 예방부터 초기 대응·복구까지

올여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폭우와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작년 여름 갑작스러운 폭우로 서울·포항 등 전국 곳곳에서 수해 피해가 발생한 탓에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이 이끄는 지역자율방재단(이하 방재단)은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방재단은 지역주민 스스로 각종 자연재해 예방·대응·복구 활동에 참여하는 민간 조직이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에서 약 7만명의 단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위험지대를 발굴하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 각 방재단은 운영에 필요한 소정의 활동비를 소속 지자체로부터 받는다.

지난달 13일 경기 남양주 지역자율방재단원들이 배수구 아래 쌓인 흙먼지·낙엽 등을 괭이와 삽으로 퍼내고 있다. /장성희 청년기자
지난달 13일 경기 남양주 지역자율방재단원들이 배수구 아래 쌓인 흙먼지·낙엽 등을 괭이와 삽으로 퍼내고 있다. /장성희 청년기자

방재단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재난 예방이다. 특히 강수량이 많은 여름에는 지역 내 취약시설에 대한 사전 점검·정비가 이뤄진다. 본격적인 수해 예방 활동에 돌입한 남양주 지역자율방재단 활동에 지난달 13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들이 동행했다.

권영수(64) 남양주 방재단장은 “최근 몇 년 해마다 물이 범람했다”며 “지역 내 배수펌프를 하나씩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뭇가지나 흙먼지가 배수 구멍을 막으면 빗물이 빠지지 않을뿐더러 하천의 역류를 막는 밸브를 잠글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방재단의 영문 약자인 ‘CAIND(Citizen corps Active In Disaster)’가 새겨진 초록 조끼차림의 단원들이 남양주 퇴계원읍 신화촌에 모였다. 왕숙천 둑을 따라 설치된 배수펌프 19기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단원 6명은 능숙하게 배수구 위에 덮인 고무 매트와 얇은 철판을 걷어냈다. 판 밑의 배수구 덮개를 열고서 빗물이 구멍으로 잘 빠지도록 배수구 아래 쌓인 흙먼지·낙엽 등을 괭이와 삽으로 퍼내 자루에 옮겨 담았다. 퍼올린 불순물은 주변 땅으로 걷어낸 흙을 제외하고도 세 포대에 달하는 양이었다. 해당 과정을 거치며 발견된 문제는 작업이 끝나고 시청에 보고된다. 이날 방재단의 노트에는 향후 수리돼야 할 항목이 빼곡하게 적혔다.

남양주시 지역자율방재단원들이 풀숲의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연막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장성희 청년기자(청세담14기)
남양주시 지역자율방재단원들이 풀숲의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연막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장성희 청년기자

재난 예방뿐 아니라 평상시 지역주민 생활에 밀접한 이슈들을 해결하는 일 역시 방재단의 몫이다. 방재단은 왕숙천의 배수펌프시설을 점검한 후 진건배수펌프장에서 모기 유충 구제 활동을 벌였다. 모기 유충 부화를 막기 위해 배수구에 약을 살포했고, 풀숲의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연막 소독을 진행했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신화촌 주민 A씨는 “평일에도 방재 단원들이 활동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익숙한 풍경”이라고 말했다. 권 단장 역시 지역주민들에게 방재단은 이미 유명하다고 말한다. 그는 “가끔은 주민들이 새참이나 간식을 주기도 하는데, 이럴 때 지역사회와 유대감을 느낀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 밖에도 방재단은 주기적으로 남양주 내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응급처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 독거노인 집 청소, 읍면동 행정센터 물품 무상 수리 역시 방재단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영역이다. 남양주시 방재단은 다방면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장성희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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