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후원금 42억 손실난 K단체, 책임 놓고 갈등 공방

前회장 사후 이사회·사무국 갈등 표면화
42억 투입한 ‘선한이웃병원’ 파산 책임 서로 미뤄
社內 대폭 물갈이… “징계 조치” “보복성 인사” 대립

김경하 기자
김경하 기자

국내 대표 NGO 중 하나인 K단체(이하 K단체)가 고(故) 정정섭 회장 사후 극심한 내분에 시달리고 있다. 차기 회장으로 선임됐던 김영걸(54) 카이스트 교수는 올 1월 초 자진 사퇴했고, 이후 선교사로 재직 중이던 이성민(57) 캄보디아 지부장이 회장 업무대행이 됐다.

이성민 회장 업무대행은 올 2월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됐고, K단체 5개 법인(사단법인 K단체, 사회복지법인 K단체, (재)국제개발원, (재)섬김, (재)행복한나눔)의 회장이 됐다. 그 과정에서 정 회장 당시 총괄본부장이었거나 회장이었던 이들은 권고 사직을 당하거나 손해배상을 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지난 1일 윤희구(69) 사회복지법인 K단체 이사장은 언론사에 호소문을 보내 “사단법인 K단체 두상달 이사장은 사퇴하고, K단체는 공공 NGO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K단체 내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42억원 투입된 선한이웃병원, 책임은 누가 지나

이번 사태가 불거지게 된 데에는 42억원이라는 K단체의 후원금이 투입된 ‘선한이웃병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11월 K단체는 CCC(한국대학생선교회) 산하의 ‘아가페의료봉사단’이 단독 운영하던 선한이웃병원에 20억원을 투입하면서 공동 운영을 시작했고, 이후 수차례에 거쳐 총 42억원을 넣었다. 하지만 경영 상황은 계속 악화됐고 결국 지난해 ‘법인회생절차’까지 밟아 현재 운영이 정지된 상태다.

윤희구 사회복지법인 K단체 이사장은 호소문을 통해 “2008년 선한이웃병원에 경영 참여를 결정하면서부터 소란에 휩쓸리게 되었고, 급기야 두상달 이사장과 정정섭 회장은 그 책임을 지기로 했고 차기 이사장·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1년을 잔여 임기로 하기로 2012년 2월 총회에서 의결했다”며 “당시 ‘이렇게 좋은 병원에 참여하지 않으면 내 돈으로라도 인수하겠다’고 했던 이사들이 정 회장 소천 이후 자기들은 반대했고 모두 정 회장이 독단적으로 했다고 주장한다”고 비난했다. 윤희구 이사장은 이어 “선한이웃병원 참여를 결의했던 당시 이사들은 모두 손해를 배상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두상달 사단법인 K단체 이사장은 “선한이웃병원 20억원 자금 투입을 결정할 당시에는 윤남중 명예이사장이 이사장이었고, 내가 이사장이던 2010년엔 정정섭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해 이사장 결재 없이 22억원의 추가 자금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두 이사장은 이어 “2012년 정기총회 당시 ‘더 이상 식물 이사장 노릇을 못하겠다’고 발언한 것이지 선한이웃병원 경영 책임 문제로 물러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정섭 회장 사후, 수면 위로 떠오른 이사회와 사무국의 갈등

이와 함께 정정섭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를 계기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이사회와 사무국의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정 회장은 1989년 K단체에 합류한 후 24년 동안 K단체를 실질적으로 이끌며, 설립 자금 5만달러(약 5000만원)로 시작한 K단체를 후원회원 43만명·모금액 1500억원(2012년)의 대형 NGO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윤남중(85) 사단법인 K단체 명예이사장과 두상달(75)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는 “정 회장의 공은 인정하지만 독단적인 운영으로 식물 이사회를 만들었다”며 “이사회를 바로 세우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발한 윤희구 사회복지법인 K단체 이사장은 호소문에서 “이사 2명(대법관 후보였던 가재환 변호사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카이스트 김영걸 교수)이 사퇴하자 사단법인 정관에도 없는 CCC 출신인 목사 선교사를 회장으로 임명했다”며 “정정섭 회장과 함께 12년간 목숨을 다해 기구를 10배나 키워온 직원들을 강등, 감급, 지방 발령 등으로 좌천시키고, 육아휴직 중인 직원에게까지 권고 사직 및 해고를 자행하는 인사를 서슴지 않았다”며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아는 한 관계자는 “이사장 측이 어용 단체를 결성해 인선위원회가 불법이라고 재판까지 제기하는 바람에 김영걸 교수가 뒤숭숭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수차례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K단체 이성민 회장은 “K단체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인사 조치로, 차기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회장 직무를 대행할 것”이라며 “(정 회장 당시) 이사회 결의 없이 특정 직원을 상임이사로 승진시킨 인사권에 대해 지방 발령 및 감급 조치를 취한 것이며, 올 1월 비상대책위를 열어 사회복지법인 기구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전횡에 대한 징계”라고 밝혔다.

미상_그래픽_NGO_기아대책사태일지_2014

한편 CCC 산하 아가페의료봉사단 측은 2011년부터 사문서 위조 및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K단체에 대해 고소·고발을 잇따라 제기했고, K단체는 9건의 형사재판에서 모두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K단체의 한 관계자는 “K단체 또한 피해자인데, 아가페의료봉사단은 경영 악화 책임을 물어 5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등 악의적인 고소·고발을 해왔다”고 말했다. 현재 민사소송 2건은 따로 진행 중이다.

최근의 사태로 K단체 내부는 몇 달 동안 뒤숭숭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42억원의 거액의 돈을 낸 기부자들은 NGO가 자신들을 대신해서 가난하고 아픈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후원한 것”이라며 “후원자들의 돈을 철저한 검증 없이 집행한 이 사태는 횡령·배임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조금이라도 연루된 이들은 책임을 지는 등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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