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사회적기업은 디자인 중요성 느끼고 디자이너는 또 다른 길 경험해 “모두 윈윈”

‘스프링’ 프로그램 도입한 디자인 회사 슬로워크 임의균 대표
1년 2번, 디자인 전공 대학생 선발해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활동 참여

‘비영리단체와 디자이너, 모두 윈윈(win-win)할 순 없을까.’

디자인 회사 ‘슬로워크’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스프링’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다. 스프링은 슬로워크가 1년에 두 번, 디자인 전공 대학생을 선발하는 ‘예비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다. 선발된 학생들은 두 달 동안 슬로워크 인턴으로 활동하며 디자인 실무를 경험하고, 이후 두 달은 파견단체(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4개월간 급여는 슬로워크가 부담한다. 조성도(사진 오른쪽·31) 슬로워크 디렉터는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엔 조직 내부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고, 디자인 전공생들은 친환경·사회적 디자인이라는 ‘제3의 길’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기 스프링 프로그램에 선발돼 ‘열린옷장'(잘 입지 않는 정장을 가진 사회 선배들과 면접용 정장이 필요한 청년 구직자들을 연결하는 공유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이혜인(25)씨는 “사업 초기라 명함부터 소책자까지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고, 김소령 열린옷장 공동대표는 “디자인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업을 기획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6개 단체에 6명의 디자이너를 파견했고, 3기 ‘스프링’ 프로그램은 오는 6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탄생은 10년이 넘는 비영리단체와의 파트너십에서 비롯됐다. 임의균(사진 왼쪽·38) 대표가 회사를 창업한 2002년, 첫 고객이 비영리단체였다.

임의균 슬로워크 대표 /조성도 슬로워크 디렉터
임의균 슬로워크 대표 /조성도 슬로워크 디렉터

“아름다운재단에서 공익광고 CF를 만든다고 1500만원 정도 예산을 책정했어요. 사실 그 돈이면 40초짜리 영상물에 음원, 더빙작업만 하면 끝이에요. 거기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다른 스튜디오에서 퇴짜를 맞았나봐요. 제가 시민단체에서 디자인 작업도 했으니, 해줄 수 없겠냐고 찾아왔습니다.”(순수 회화를 전공했던 임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참여연대 문화사업국 간사로 일하며 ‘비영리단체 디자인’에 눈을 떴다. 초창기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도 그의 작품이다.)

임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비영리단체 사정을 뻔히 알면서 거절하기도 힘들었고 도와주자니 터무니없는 예산이었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 ‘공익광고 제작 공모사업’을 발견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임 대표가 직접 제안서를 써서 2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총 3500만원의 예산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한 것이다. 아름다운재단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희망제작소 CI(Corporate Identity) 제작도 맡게 됐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못하겠다”는 다른 회사와 달리 정부의 지자체 공모사업을 알려주거나, 인쇄 도수를 낮추는 등 예산을 절약할 대안을 알려줬다.

현재 슬로워크의 주요 고객은 아름다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등 굵직한 비영리단체다(세이브더칠드런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패키지,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 나눔KIT’,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애첫기부’ 리플릿 등이 대표 작업물이다) 비영리단체가 성장하면서, 기업 사회공헌·CSR팀과 호흡을 맞출 기회도 생겼다. 임 대표가 생각하는 비영리단체 디자인의 핵심은 무엇일까.

세이브더칠드런‘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패키지/아름다운재단‘나눔교육 나눔KIT’ /슬로워크 제공
세이브더칠드런‘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패키지/아름다운재단‘나눔교육 나눔KIT’ /슬로워크 제공

“비영리단체는 디자인 작업에 투입할 역량도 부족하고, 담당 간사가 자주 바뀌기도 해요. 홍보물들이 일관성이 없는 것도 그 이유죠. 작년 브로셔에는 빨간색을 썼다가, 올해엔 파란색을 쓰기도 합니다. 저희는 비영리단체별로 ‘브랜드 매뉴얼’을 만들어줘요. 로고 색은 이걸로만 쓰고, 단체 색은 무엇이라는 방식으로요. 담당자가 바뀌어도 일관성 있는 디자인이 가능하죠. 후원자들은 단체를 쉽게 각인할 수 있고, 비영리단체도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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