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배움에 목마른 NGO 리더들, 우리는 어디서 배우나요?

비전 공유하고 직원들과 소통하는 ‘리더십’ 교육 시급
해외선 NGO 리더십 강화 위해 기업·대학 지원 줄이어

commons.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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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되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조직 경영, 소통, 재원 조달 등 새로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막상 배울 곳이 없어 막막하다.”(M단체 홍보팀장)

“직원들의 교육 비용을 지원하고 싶어도 ‘기부금을 엉뚱한 곳에 쓴다’는 인식 때문에 조심스럽고, 매번 외부 지원을 받기엔 한계가 많다.”(H단체 경영지원팀장)

최근 비영리단체 팀장급 실무자들은 배움에 목말라있다. 국내 NGO의 모금액 및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전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는데, 정작 이들을 위한 역량 강화 교육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이에 전문가들은 “NGO 직원들의 역량이 높아질수록 후원자들의 기부금도 좀 더 효율적이고 가치있게 쓰인다”면서 “NGO 리더 양성을 위한 새로운 변화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리더가 필요한 비영리단체, 리더십 교육은 없다?

최근 밀알복지재단은 내부 교육 시스템 개편에 나섰다. 올해 본부 직원 수가 100명으로 껑충 뛰어오르면서, 중간관리자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2명에 불과했던 대리급 직원도 1년 새 10명을 넘어섰다. 정민용 밀알복지재단 경영기획팀 과장은 “설문조사 결과 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비전 교육’, 2순위는 직장 예절·소통 등 ‘리더십 교육’으로 나타났고, 오히려 실무교육의 니즈가 제일 낮았다”면서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조직 경영, 관리, 소통 역량을 키우는 강의는 많지만, 이를 곧바로 NGO에 적용하기엔 괴리가 있어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NGO들은 주로 외부 강사를 초빙하고 있지만, 교육 만족도는 ‘복불복’이란 이야기가 많다. C단체 인사팀장은 “비영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다 끝나는 강의가 많았다”면서 “그 후로 외부강사를 모실 때 사회복지 전공자나 현장 경험이 있는 분 위주로 섭외하려는데, 영리와 비영리를 전부 이해하는 전문가를 찾기 정말 어렵다”고 귀띔했다.

외부 기관에서 진행되는 교육이 NGO 신입직원의 눈높이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범호 월드투게더 사무차장은 “홍보, 마케팅, IT, 모금 등 외부 교육에 참여한 신입직원들과 7년차 이상 경력자들 간의 만족도는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관리자급엔 다양한 성격을 지닌 직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량과 조직 경영 전반에 대한 넓은 시야가 필요한데, 이러한 맞춤형 리더십 강의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규모 NGO들엔 그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양질의 외부 교육 비용은 70만~150만원 수준. 5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초빙 강사도 있다. 반면, 일 년간 직원 1명에게 지원되는 교육비는 단체 규모에 따라 평균 1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단체 규모에 따라 성장 속도나 직원 역량 수준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C단체 실무자는 “교육 관련 업체에 NGO 실무자 강의를 개설해보라고 제안했는데, ‘NGO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서 수익이 나질 않는다’고 거절하더라”면서 “어렵사리 한 기업으로부터 직원 교육비를 지원받아 리더십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지원이 끊겨 1년 만에 중단됐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에선 비영리단체의 리더십 강화를 위해 기업·대학들의 지원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 국제금융회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는 비영리 리더십 아카데미를 설립해, NGO의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교육 과정 후에도 온라인 네트워크, 전화 코칭, 연간 목표 달성 등을 체크하는 등 기업 리더십 역량을 활용한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HKS), 콜롬비아 비즈니스스쿨, 보스턴대학 등은 경영대학 교수들이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의 리더십 역량을 개별적으로 코칭하고, NGO 맞춤형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한다.

◇’나무’를 좇던 실무자가 ‘숲’을 보는 리더로… 해답은 지속적인 공유·협력에 있다

이에 각 단체는 직원들 간 정보 공유와 소통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하트하트재단은 리더십 관련 도서를 읽고 함께 토론하거나, 부서별 성과 공유 때 국장·이사장의 수퍼비전(Supervision·종사자 역량을 향상시켜 효과를 높이는 지도)을 진행한다. 손은경 하트하트재단 홍보팀장은 “NGO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전 공유”라면서 “수요일마다 전 직원이 모여 티타임을 가지며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은 사내강사로 선발된 외부 강의·도서 비용을 지원하고, 이들이 다른 직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교육하도록 한다. 해비타트는 아침회의 직후, 목요일 점심시간을 정해 해외 사업 현장에 다녀온 직원들의 소식이나 국내외 이슈를 공유하고, 희망브리지(전국재해구호협회)는 대학원 학비를 1년 평균 400만원까지 지원해 직원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한편, 아름다운가게는 내부 강의 자료를 소규모 단체를 위해 공개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기본소양교육·직무교육·핵심역량교육으로 나눠 3개월 동안 온라인 강의를 지원하고, 직책별로 3단계 교육 커리큘럼을 진행한다. 상근활동가 300명을 위한 1년 교육 예산은 총 1억5000만원. 단체의 지원으로 외부 강의를 듣고 온 직원들은 내부 인트라넷 지식공유시스템에 보고서를 올려야 한다. 이렇게 12년간 쌓인 교육 정보를 갓 설립된 비영리단체나 사회적 기업을 위한 교육에 활용하고 있는 것. 박설경 아름다운가게 HR팀 차장은 “아름다운가게 설립 때부터 매출의 1%를 적립해 직원 교육에 사용해왔는데, 직원 역량이 커진 만큼 조직도 성장하더라”면서 “단체가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해 설립 초기 단체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부총장은 “국내외 미디어 트렌드, 국제단체와의 네트워킹 등 큰 비전을 그릴 수 있는 리더십 교육이 시급하다”면서 “우리나라 기업, 공익재단들도 미국처럼 비영리 리더십 교육을 위한 지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최태욱 기자

김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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