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펑펑’… 우리 마을엔 하루 40t씩 희망이 솟아납니다

LG의 글로벌 CSR 현장 에티오피아 구타마을
웅덩이물에 전염병 돌던 곳 마을 공동우물 만들어 식수 해결하고 농장 운영
주민이 식수 구매하면 마을 발전 기금 2배 적립
현지 인재 역량 키우도록 내년엔 희망 직업학교서 전자 제품 수리 교육 계획

미상_사진_글로벌사회공헌_구타마을어린이들_2013

“살면서 처음 깨끗한 물을 마셔보게 됐습니다.”

에티오피아의 대표적 낙후 지역 ‘구타마을’에서 지하 150m 우물물을 받아든 주민 아쉔씨의 말이다. 지난 4월 ‘마을 공동 우물’이 생기기 전, 아쉔씨는 인근 웅덩이 물로 밥을 짓고 식수로 사용했다. 건기 때면 이마저도 말라부터 10㎞ 거리를 왕복해 물을 구해와야 했다. 먹는 물도 부족해 농사는 꿈도 못 꿨다. 138가구, 760여명의 주민과 가축이 웅덩이 하나에 기대 살다 보니, 전염병은 끊이지 않았다. 이범호 월드투게더 경영지원본부장은 “사람이나 가축, 풀 모두 하나같이 바싹 마른 모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초당 8ℓ, 일일 40톤(t)의 물이 나오는 공동우물 덕에 마을은 확 달라졌다. 식수 해결은 물론, 농장도 운영하고, 농산물 판매로 수익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LG의 글로벌 CSR ‘LG희망 커뮤니티 프로젝트’

구타마을이 달라진 건 LG그룹이 올해 에티오피아에서 벌인 글로벌 CSR활동 ‘LG희망 커뮤니티 프로젝트’ 덕분이다. 이 프로젝트는 ▲낙후지역을 소득창출이 가능한 자립형 농촌마을로 개발하는 ‘LG희망마을’ ▲직업교육을 통해 현지 청년들에게 자립기반을 마련해주는 ‘LG희망 직업학교’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 3가지로 구성됐다. 왜 에티오피아일까.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는 에티오피아는 한국전 당시 자국의 형편이 어려움에도 6000여명을 파견한 ‘고마운’ 나라다. 하지만 지금은 유엔이 정한 최빈국 중 하나다. 김영기 LG CSR팀 부사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해외 사회공헌활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한국전 참전국이자 최빈국이면서 제2의 인구 대국(9300만명)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에티오피아에서 보은 차원의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LG는 글로벌 CSR 활동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올해 초 LG전자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사회공헌활동을 전담하는 현지 지사를 신설했다.

구타마을은 그 첫 번째 시범마을이다. 파트너기관인 국제개발NGO 월드투게더 이범호 부장은 “시내에 나가려면 길도 없는 진흙밭을 3시간 넘게 걸어야 했다”며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시내 장터에 나가는 정도가 외부와의 유일한 접촉수단이었다”고 했다. LG는 지난 4월, 이곳에 마을공동우물을 준공한 데 이어 마을 입구까지 3㎞ 길이의 도로를 냈다. 우물물은 공짜가 아니다. 단순한 ‘원조’로 일회성 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주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식수 가격은 20리터(ℓ)당 0.25비르(한화 약 20원)이다. 주민이 식수를 구매하면, LG는 2배의 금액을 추가로 적립해 이를 마을발전기금으로 조성한다.

1 지난 4월, 에티오피아에서 LG 희망마을 우물 준공식이 열렸다. 2 LG전자 노동조합 임직원들이 LG희망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 /LG 제공
1 지난 4월, 에티오피아에서 LG 희망마을 우물 준공식이 열렸다. 2 LG전자 노동조합 임직원들이 LG희망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 /LG 제공

◇’교육’은 ‘구타마을’도 꿈꾸게 한다

구타마을 주민 대부분은 농부다. 마을에 학교라곤, 초등학교(1~4학년) 하나뿐이어서, 별다른 기술과 지식이 없이 그저 ‘하늘만 보고’ 농사짓는 게 고작이다. 현지 주식인 밀·콩 등을 재배하며 올리는 소득이 한 달 평균 2만원(한화 기준)이다. 현지의 한 주민이 “단 한 번도 배불리 먹을 만큼 풍족한 작물을 수확한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LG는 농사를 통해 마을 소득을 올리는 자립 모델을 지원해오고 있다.

지난 6월부터 LG연암학원이 운영하는 ‘천안연암대학’의 농축산전공 학생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현지에 지속적으로(7개월 단위) 파견되고 있다. 리더와 청년층을 대상으로 현대식 농사법을 실시하는 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에티오피아 홀레타 지역에 있는 ‘코피아(KOPIA)연구소'(농촌진흥청 아프리카 사무소)를 방문한 구타마을 리더 8명은 “건기에도 농작물이 죽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얘기에 호기심 가득 찬 눈빛으로 새로운 농사기법에 대한 질문을 주고받았다.

내년 초에는 5헥타르(ha) 규모의 ‘시범 농장’도 지을 계획이다. 시범 농장에는 우기(雨期) 빗물을 모아 농업용수로 쓰는 저수지, 농사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20㎾급 태양광발전, 주민들에게 농사기술을 교육하고 마을회관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트레이닝 센터 등도 만들어진다. 현장학습에 참가한 주민은 “직접 방문해 보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LG는 첫 번째 ‘LG 희망마을’인 구타마을을 성공적인 자립 모델로 만들어 사업 지역을 점차 확대해갈 계획이다.

◇학교구축·장학사업으로 미래성장 토대 세워

에티오피아 젊은이들의 역량을 키우는 활동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내년 초 착공 예정인 ‘LG 희망 직업학교’와 확대 시행될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이 대표적이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과 함께 만드는 ‘LG 희망 직업학교’는 전문대 수준의 직업교육 기관이다. 여기에는 LG전자의 가전제품 수리 및 서비스 노하우를 적용, 100여명의 현지 젊은이들에게 휴대폰·TV·컴퓨터 등의 전자제품 수리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LG는 또 국제백신연구소와 함께 에티오피아 ‘콜레라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오로미아 지역에서 연말까지 2만명 이상 주민들에게 예방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주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백신연구소를 후원, 3년간 백신 안전성 테스트, 지역 조사 등 에티오피아 맞춤형 백신을 개발해왔다. 지난 2012년부터 진행됐던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도 확대 시행키로 했다. LG 임직원들이 일대일 후원 방식으로 참전용사 후손 100여명에게 3년간 고등학교 학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글로벌 CSR 활동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기 위한 LG의 남다른 도전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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