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예술꽃 피우려면 CEO부터 즐기는 맛 들여야죠

윤은기 예술나무포럼 회장

주선영 기자
주선영 기자

“CEO가 술을 좋아하면 회식 때 술 마시지만, 문화예술을 좋아하면 직원들이나 거래처 사람들에게 발레도 보여주고 국악도 들려줍니다. 문화예술을 확산하는 물꼬를 틀려면, CEO나 오피니언 리더들부터 맛 들이게 해야 해요. 이들이 맛 들이기 시작하면, 자연히 후원도 늘고 문화예술 향유 기회도 더 많이 제공하지 않겠어요?”

‘예술나무포럼’의 회장 윤은기(62·사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의 말이다. ‘예술나무포럼’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작년 11월에 발족한 문화예술 확산을 위한 오피니언 리더 모임이다. 우리 사회 각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예술의 가치를 확산하고 후원을 증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만들어졌다.

올해 회장에 취임한 윤 교수는 방송인, 대학총장, 중앙공무원교육원장 등 다양한 직업으로 활동하면서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설파해온 인물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으로 있던 2009년에는 국립극장 후원회장으로 활동했고, 기업체 CEO 및 각계 오피니언 리더 등을 대상으로 한 ‘전통예술 최고경영자 과정’을 기획·개설하기도 했다. 중앙공무원교육원장으로 있던 2012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문화예술교육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고위공무원 교육에 문화예술교육을 포함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문화 융성’을 국정 기조로 내세우지만 관 주도 정책 위주로는 한계가 있다”며 민간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역할을 누차 강조했다.

“국립극장 후원회장일 당시, 판소리 공연에 사회지도층 분들을 부부 동반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어요. 안숙선 명창 선생님이 춘향가 완창을 했는데 6시간도 더 걸렸으니 판소리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얼마나 길게 느껴졌겠어요? 그날 ‘다시는 판소리 안 듣겠다’고 하던 분들이 다른 공연도 몇번 더 보고 나서, 나중에는 광주에 있는 국립 국악원까지 국악을 들으러 가더군요. ‘예술나무포럼’에서 하려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예술의 가치와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접점을 더 많이 만들어서, 결국 이를 더욱 널리 퍼뜨리고 후원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려는 것이죠.”

그는 “물질적인 지원이 마음까지 채우진 못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젊을 때는 브로드웨이 가서 연극 하나 보려고 일년 내내 돈 모으고 그랬어요. 낡은 옷 입고 밥 굶고 해도, 다녀오면 너무 행복해서 일년 내내 자랑을 하는 거예요. 그게 예술이 가진 힘입니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에서도 낙후된 지역이나 소외계층에서는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제한적이에요.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훨씬 더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재능 있는 예술가를 후원하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하죠.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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