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CSR 인증에 집착할 필요 없어… 기업 스스로 사회 변화 이끌면 돼”

‘CSR 평가모델 적용 방법’ 컨퍼런스 현장에서 만난
조너선 행크스 ISO 26000 전문가 그룹 총괄 단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 장기 전략에 반영하면 기업 경쟁력에도 도움돼”
포스코, 자체지표 만들어 업종별로 현황·역량 진단
LG는 체크리스트 통해 개선할 사항 스스로 점검
신한금융지주 ‘따뜻한 금융’ 환경경영기업에 금리 인하

“시켜서 억지로 하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은 기업에도, 사회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변해야죠. 장기적 경영 전략 안에 CSR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때야만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10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서울 중구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CSR 평가모델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란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초청 연사로 한국을 찾은 조너선 행크스(46·사진) 교수는 20여년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이나 통합 보고서 관련 다양한 리서치 및 컨설팅, 강연 등을 진행해 온 CSR 전문가다.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의 전문가 그룹의 총괄 단장으로, 5년에 걸쳐 ISO 26000 기준 개발 과정을 주도했다.

주선영 기자
주선영 기자

컨퍼런스 1부에서는 10여곳의 기업 CSR 담당자 실무진을 대상으로 조너선 행크스 ISO 26000 총괄 단장의 맞춤형 컨설팅 워크숍이 진행됐다. 각 기업 차원에서 어떻게 기업 경영 전략에 ISO 26000의 지침을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단이 이어졌다. 조너선 단장은 “좋은 CSR 정책은 기업 내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며 “기업 이해관계자와 장기 전략, 수익 구조 등을 잘 고려해 어떤 이슈가 가장 시급하게 다뤄져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ISO 26000이나 CSR에 관한 논의가 무르익지 않고 사회공헌 차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내부를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레바논 등 중동의 여러 국가에서도 ISO 26000과 CSR 활동을 알리고 있는데, 부패가 만연하고 가족경영 형태의 기업이 많아 ‘사회적 책임’이란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면서 “한 기업에서부터 모범적인 CSR 경영을 지속하고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아 다른 기업들도 참여한다면, 점차 사회 분위기 또한 무르익을 것”이라고 했다.

2부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ISO 26000 우수 적용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포스코(POSCO)는 자사가 축적해온 CSR 역량을 패밀리사에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전했다. 포스코는 2010년 말 패밀리사의 CSR 현황과 역량을 진단하기 위한 자체 지표를 개발, 2011년부터 협력사 전반에 적용해왔다. 위은실 포스코 사랑받는기업추진사무국 과장은 “ISO 26000과 같은 세계적인 지침에 포스코 자체 철학 요소 4가지를 더하고, 그 밖에 에너지, 철강 등 업종의 특성을 반영한 업종별 CSR 지표를 개발·적용해왔다”며 “패밀리사 외에 2차 협력사와 계약을 맺을 때에도 인권 등 사회적 책임 조항을 넣도록 해 CSR이 기업 생태계 내에서 확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컨퍼런스 1부 세션에 참가한 CSR 담당자들. 왼쪽부터 신재민 현대자동차그룹 과장, 서동혁 현대캐피탈 과장, 이수정 GS칼텍스 팀장, 탁지선 삼성사회봉사단 과장, 조너선 행크스 단장, 성지현 태광그룹 담당자, 이종일 KT 매니저, 이미숙 해피빈 팀장, 위은실 포스코 과장, 장고운 알리안츠생명 대리,송정민 LG전자 차장. /주선영 기자
컨퍼런스 1부 세션에 참가한 CSR 담당자들. 왼쪽부터 신재민 현대자동차그룹 과장, 서동혁 현대캐피탈 과장, 이수정 GS칼텍스 팀장, 탁지선 삼성사회봉사단 과장, 조너선 행크스 단장, 성지현 태광그룹 담당자, 이종일 KT 매니저, 이미숙 해피빈 팀장, 위은실 포스코 과장, 장고운 알리안츠생명 대리,송정민 LG전자 차장. /주선영 기자

계열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자체 CSR 체크리스트를 개발한 LG의 사례도 공유됐다. 김현식 ㈜LG CSR 부장은 “올해 개발한 CSR 자체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가진단을 해보니 근로시간이나 임직원들의 건강 등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발견했다”며 “올해는 협력사, 내년에는 공급망(supply chain)으로까지 CSR 적용을 확대해 문제를 자체적으로 발견하고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설득과 관련해서는 “애플(Apple)은 LG 이노텍과 거래할 때, 중국 법인을 먼저 방문해 노동이나 환경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한 후에야 거래를 승인한다”며 “내부적으로 CSR이 적용되지 않으면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외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했다.

신한금융지주회사는 금융의 본업으로 사회 책임 경영을 한다는 ‘따뜻한 금융’ 사례를 전달했다. 이유정 신한금융지주회사 사회공헌문화팀 과장은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을 통해 고객의 경제적 자산 증대를 돕거나, 장기간 거래한 고객이 일시적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신용등급 하락을 방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고객과 공유할 가치 창출을 강조한다”고 했다. 또한 “환경 경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해서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금융의 본업을 이용해 환경적·사회적 성과를 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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