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하트하트재단과 함께 하는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 ‘해피스쿨’] ② 장애인이 불쌍하다고요? 알고 보면 이렇게 즐거운 친구랍니다

하트하트재단과 함께 하는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 ‘해피스쿨'(2)

교육 방법부터 바꿨더니
‘장애인도 할 수 있다’메시지 담아 제작한 애니메이션 상영하고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교실마다 찾아가서 연주

장애인식 이렇게 바뀌어
지난해 설문조사 해보니 부정적인 대답 줄고 ‘씩씩하다’ 등 긍정 늘어

“오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발달장애 아동 친구의 이름은 수아예요.” “어, 우리 반에도 수아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어요~!” “와, 수아래 수아. 히히히.” 몇몇 아이들이 김현정(39) 해피스쿨 전문강사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다. 애니메이션이 재생되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던 신우초등학교(서울 관악구) 5학년 3반 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 수아의 행동이 느리다며 “빠져”라고 말하며 구박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교실 한쪽에서는 누군가가 친구의 대사를 따라 했다. “빠져”. “빠져”. 영상의 마지막.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맡은 수아가 연주를 시작했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연주를 보러 온 친구들은 수아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제야 교실 아이들의 표정에 웃음이 돌아왔다.

홍정한(24) 예술강사가 이수초등학교 아이들 앞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홍정한(24) 예술강사가 이수초등학교 아이들 앞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발달장애 애니메이션 직접 제작해

하트하트재단(이사장 신인숙)이 지난해부터 실시해온 ‘해피스쿨(Happy School)’은 찾아가는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캠페인이다. 해피스쿨을 위해 하트하트재단은 제작기간 3개월을 들여 발달장애 인식에 대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직접 만들었다. 손은경 나눔홍보부 팀장은 “‘오세암’, ‘우리사이 짱이야’ 등의 장애 인식 개선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지 10년이 넘어서 영상의 내용이 오늘날의 사회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발달장애 아동이 가진 뛰어난 재능을 표현해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영상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에는 발달장애를 ‘천천히 자라는 생각주머니’로 표현하고, 발달장애 아동에게 무심코 저지를 수 있는 왕따 등의 차별 행위를 이야기에 담았다. 학생들은 6분여간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면서 자신이 발달장애 아동에 대해 가졌던 기존의 잘못된 생각을 인식하게 된다.

제작팀은 발달장애 아동의 행동을 올바르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단원의 어머니들을 자문위원으로 초청했다. 실제로 영상 초안을 보신 어머니들은 성우들이 발달장애 아동의 목소리를 어눌하고 느리게 표현한 부분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금이 작가의 원작 동화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를 각색해 만든 장애 인식 개선 애니메이션은 하트하트재단이 진행하고 S-OIL이 후원하는 ‘해피스쿨’ 캠페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됐다.

◇학교 강당에서 학생들과 마주하는 교실로

학생들에게 보다 가까이 ‘발달장애’를 소개하기 위해 프로그램 과정도 훨씬 소규모화했다. 지난해 해피스쿨은 각 초등학교 강당에서 이뤄졌다. 전교생을 모아 놓고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들과 함께하는 장애 인식 퀴즈를 진행하고, ‘하트 미라콜로 앙상블'(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청소년 오케스트라인 하트하트오케스트라에서 실력을 쌓아 음대까지 졸업한 발달장애인 5명이 구성한 앙상블)의 연주가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30~40명이 수업하는 학교 교실로 직접 찾아간다. 딱 40분 수업시간에 맞춰 커리큘럼도 재구성했다. 애니메이션 상영 후에는 하트 미라콜로 앙상블을 학생들에게 간략히 소개하고 단원의 공연을 진행한다. 이후 아이들에겐 작은 부채를 하나씩 나눠준다. 손은경 팀장은 “부채 뒷면에 작은 빈칸을 만들어, 여기에 발달장애 아동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다짐을 적도록 했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무시하지 않고 배려한다’, ‘장애인과 자주 대화하고 친하게 지낸다’ 등 다양한 다짐들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이 다짐을 친구들 앞에서 직접 발표한다. 김현정 해피스쿨 전문강사는 “다짐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답했다. 해피스쿨 홈페이지에 홍보대사 선서식, 수업 후기 댓글 남기기 이벤트 등을 함께 진행하는데, 특히 수업 후기 댓글 남기기 이벤트의 경우 벌써 댓글이 430개가 달릴 정도로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

해피스쿨 교육이 끝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신우초등학교 5-3반 아이들 /하트하트재단 제공
해피스쿨 교육이 끝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신우초등학교 5-3반 아이들 /하트하트재단 제공
밀알복지재단의‘밀알날개앙상블 /밀알복지재단 제공
밀알복지재단의‘밀알날개앙상블 /밀알복지재단 제공

◇”장애 차별이 없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정화영 하트하트재단 문화복지사업부 팀장은 “많은 학생은 발달장애 아동들이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며 “애니메이션과 단원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든 느낌을 적으며 ‘장애인은 불쌍하다,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피스쿨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인식은 과연 얼마나 바뀌었을까. 하트하트재단이 2012년에 해피스쿨 교육을 받은 180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육 후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증가하고 부정적인 답변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장애인은 즐겁다’라는 긍정적 답변은 26%에서 59%, ‘장애인은 씩씩하고 건강하다’는 29%에서 58%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반대로 ‘장애인은 몸이 허약하다’에 대한 부정적 답변은 48%에서 28%, ‘장애인은 불쌍하다’는 48%에서 23%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조은선(26) 신우초등학교 담임교사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에 한 시간은 부족하게 느껴진다”며 “보다 심화된 내용을 바탕으로 2차 또는 3차 교육을 진행해 장애아동에 관한 인식 개선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상호 기자

김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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