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목)

“교육에서 소외된 아시아 여성들 세상을 바꾸는 리더로 키웁니다”

카말 아마드 아시아여성대학 대표

스리랑카·인도네시아 등… 국적·언어 다른 학생들

졸업 후 각국으로 퍼져… 단단한 네트워크로 연결
빈곤 해결하는 ‘힘’ 발휘

“한국 기업·재단과도… 더 협력할 기회 생기길”

“전 세계적으로 여성 인구 비율이 남성보다 높지만, 남아시아는 정반대입니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하고, 산모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죠. 여자아이들은 초등학교 졸업장 따기도 어렵습니다. 교육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세상을 바꾸는 리더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지난 3월 26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초청 연사로 한국을 찾은 카말 아마드(48) 아시아여성대학(AUW) 대표는 30년간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를 누빈 현장 전문가다. 대학 졸업 직후 국제기구 월드뱅크(The World Bank), 록펠러재단, 유니세프에서 활동한 그는 2002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에 선정됐다. 국제개발 전문가로 이름을 떨치던 그는 2008년 대학교 이사장으로 변신했다. 국적·언어·종교가 다른 여학생들이 한곳에 모여 공부하는 글로벌 대학교를 세운 것. 방글라데시 치타공에 있는 ‘아시아여성대학’ 이야기다.

카말 아마드 아시아여성대학(AUW) 대표는 “한 남성을 교육하면 한 사람이 바뀌지만, 한 여성을 교육하면 한 가정이 변화될 수 있다”면서 개발도상국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카말 아마드 아시아여성대학(AUW) 대표는 “한 남성을 교육하면 한 사람이 바뀌지만, 한 여성을 교육하면 한 가정이 변화될 수 있다”면서 개발도상국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스리랑카·네팔·인도네시아·팔레스타인 등 아시아의 낙후된 12개 국가에서 온 여성 550명이 아시아여성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정치경제학·환경과학·공공보건·철학·아시아학 등 5개 전공과목을 듣는다. 전 세계에서 스카우트된 교수진 52명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직원 100여명이 이들의 건강, 안전, 생활환경을 책임진다. 학생의 98%가 장학금으로 학비, 식비, 의료비, 1년에 한번씩 모국을 방문할 수 있는 경비 등을 지원받고 있다. 매년 학생 1명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이 약 1만5000달러(한화로 약 1700만원)에 달한다. 가난한 나라의 소녀들에겐 그야말로 ‘꿈의 대학’이다.

“입학 면접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 ‘당신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입니다. 뚜렷한 비전과 용기를 가진 학생은 자신의 출신, 성별, 가정 형편에 관계없이 ‘나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이미 세상을 바꿀 준비가 돼있어요.”

카말 아마드 대표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에서 나고 자랐다.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한 카말 아마드 대표는 “극적으로 대비되는 두 국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어떻게든 미국 청년들에게 지구 반대편 빈곤국의 삶을 알리고 싶었다. 그는 입학과 동시에 ‘빈곤’을 주제로 대학별 토론 그룹을 만들었고, 하버드대에서 첫 번째 ‘빈곤 퇴치 콘퍼런스’를 열었다. 콘퍼런스에 참여한 각 대학 총장 및 학생들은 본교로 돌아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대학생 조직을 만들었다. 이듬해 ‘빈곤 퇴치 콘퍼런스’가 70개 대학으로 확대되면서 미국 전역에 빈곤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87년 ‘가장 뛰어난 미국 대학생 20인’으로 타임지에 이름을 올렸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네트워크’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여럿이 함께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여성대학을 세운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곳에선 서로 다른 국적, 언어, 종교를 가진 학생들이 4년 동안 ‘빈곤’이란 주제를 가지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공부합니다. 방학 때는 자국으로 돌아가 가난한 아이들에게 그동안 배운 지식을 가르칩니다. 이들은 졸업 후 각 나라의 여성 리더로 활약할 인재들입니다. 12개 국가로 퍼져 나간 이들이 서로 협력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시아의 빈곤 문제도 곧 해결될지 모릅니다.”

아시아여성대학은 비정부기구(NGO)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운영비를 지원받지 않는다. 설립 당시엔 빌앤드멜린다 재단으로부터 초기 자금을 지원받았고, 지금까지 해외 민간 기업 및 개인에게서 받은 기부금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다행히 비영리단체에 까다로운 방글라데시 정부도 아시아여성대학에는 호의적이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아시아여성대학을 치외법권(治外法權) 지역으로 인정해, 재학생들이 학교에서 자국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지난해엔 ‘캠퍼스 부지로 사용해달라’며 7000평에 달하는 땅을 무상 임대해줬다. 올해는 처음으로 졸업생을 배출한다. 카말 아마드 대표는 “지난해 졸업 예비생 200명이 전 세계 기업에서 인턴으로 경험을 쌓았고, 취업이 결정된 학생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수출입은행에서도 예비 졸업생 3명을 인턴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이화여대에서는 이들이 머물 기숙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의 기업, 재단과 협력할 기회가 생기길 기대합니다. 세상을 바꿀 아시아의 여성 리더들을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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