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진로 개척·체험 교육·후원아동과의 만남… 봉사여행으로 이뤄요

손보미씨, 5년간 6개국 방문하며 팀워크·리더십 깨달아
최선희씨, 청소년과 함께 봉사하며 꿈 키울 수 있는 환경 제공
김석중씨, 결연 아동 직접 만난 후 후원 늘리고 정기 봉사
봉사여행 떠나는 사람들

해외여행 자유화 바람이 불던 1980년대 후반에는 ‘배낭여행’이 대세였다. 2000년대 초부터는 환경의 중요성과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착한여행’, ‘공정여행’ 등이 급부상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전체 여행문화에서 점유율을 20~30%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나눔 문화가 중요해지는 최근에는 ‘봉사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볼런티어(Volunteer)와 투어(Tour)가 결합한 ‘볼런투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여행에 자원봉사를 더한다는 개념으로 NGO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부터 여행사가 만드는 상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청소년 대상 봉사여행을 기획하는 사회적 기업 ‘세상을 품는 아이’의 김문정 대표는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봉사여행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값비싼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교육 효과가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편집자 주


지난 2011년 출간된 책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봉사여행'은 지금까지 1만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 2011년 출간된 책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봉사여행’은 지금까지 1만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봉사여행 경험 책으로 담은 손보미씨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전율을 느꼈어요. 작가님 덕분에 이번 방학에도 6주 일정의 해외 봉사여행을 떠납니다.”(박휴선·23·숙명여대 경제학과2)

2011년 7월 출간된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봉사여행(쌤앤파커스)’의 저자 손보미(29·프로젝트AA대표)씨는 이메일이나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이런 편지를 많이 받는다. 책을 통해 봉사여행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손씨는 지난 2005년 봉사여행을 처음 접했다. 서울과학기술대를 휴학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어학연수도 생각했지만 좀 더 차별화된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때 전 세계 곳곳의 봉사활동을 연결해주는 ‘국제워크캠프기구(www.workcamp.org)’를 발견했다.

“휴학 후 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이런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대륙과 나라를 정해 교육, 건설, 환경 등 봉사 주제를 기간에 맞춰 신청할 수 있게 돼 있었죠. 여행과 봉사를 같이 하니 재미는 물론 의미도 있겠다 싶었어요. 100편 넘는 여행 후기를 보면서 결심을 굳혔죠.”

손씨는 4개월 유럽 여행 일정 속에 봉사활동을 넣었다. 영국에서 2주, 프랑스에서 3주 일정이었다. 농촌에 샛길을 만들거나 목장일을 돕고, 유물을 보수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손씨는 “주입식 교육이 익숙한 내게,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외국 청년들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며 “너무 재밌었고, 배우는 것도 많았던 시간”이라고 했다.

손보미씨는 대학시절의 마지막 봉사지역으로 모로코의 사막지역을 택했다.
손보미씨는 대학시절의 마지막 봉사지역으로 모로코의 사막지역을 택했다.

이후 손씨는 방학 때마다 봉사여행 길에 나섰다. 중·고등학생 인솔 요원으로 필리핀 오지 마을로 봉사활동(2006·국제워크캠프기구)을 가기도 했고, 중국 사막 지역에서 나무 심기(2007·미래숲)를 하기도 했다. 2008년 여름방학 때는 인도 의료봉사(열린의사회)를 위해 예정돼 있던 인턴직과 중요한 계절 학기수업마저 포기했다. 대학 시절의 마지막 방학은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 40일 동안 영어교육 봉사(2009·국제워크캠프기구)를 하며 지냈다. 5년간 봉사여행을 목적으로 방문한 나라만 6개국에 이른다. 손씨는 “재미 삼아 갔던 봉사여행으로 대학 시절 내 모든 방학이 채워졌다”며 “기회를 스스로 찾아나서는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봉사여행을 하며 ‘마케터’의 적성이 있음을 발견한 손씨는 2008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학사 편입했다. 졸업 후 ‘한국존슨앤드존슨’에서 3년간 마케터로 근무했으며, 최근에는 아트마케팅 회사 ‘프로젝트AA’를 창업했다.

손씨는 “봉사여행을 매년 갔지만, 매번 느끼는 게 달랐다”며 “넓은 세상, 팀워크, 리더십 등을 새로이 깨달으며 삶을 더 가치 있고 당당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 장대청소년문화의 집'청소년들은 지난 1월 태국 북부람팡 지역 방문을 통해 환경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전 장대청소년문화의 집’청소년들은 지난 1월 태국 북부람팡 지역 방문을 통해 환경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문화의 집 청소년에게 봉사여행 전파한 최선희씨

“장래 희망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이라던 아이가 사회적기업가가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나누는 여행을 통해 나누고 싶은 꿈이 생긴 거죠.”(최선희·39·대전 장대청소년문화의집 사무국장)

‘봉사여행’이 만든 아이들의 변화다. 최씨는 지난 2년 동안 청소년문화의집 아이들을 데리고 필리핀, 태국 등을 총 4회 다녀왔다. 2011년 여름 필리핀 방문이 시작이었다. 신청을 통해 청소년 15명이 모였다. 이들은 필리핀 이푸가오 지역에서 무너져가는 계단식 논을 복원하는 활동에 참여했다. 아이들은 “필리핀이 우리나라에 벼농사 기술을 보급했고, 장충체육관을 지어줄 정도로 잘살던 시절도 있었다”는 말에 ‘동남아시아는 모두 후진국’이라는 편견을 없앴다. 지난해 1월, 태국의 카렌족 마을을 방문했던 아이들은 직접 헌 옷과 학용품이 담긴 상자를 준비해오기도 했다. 여행에 참가했던 한 청소년은 “헌것들이지만 너무나 기쁘게 받아주는 모습이 물질적 풍요 속에 살던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 2월에는 태국 북부 지역에서 바이오가스 탱크 설치 활동을 하기도 했다. 최씨는 “에너지 문제를 실감한 아이가 학교에서 직접 유기농 텃밭을 가꾸는 등 환경보호에 나서기도 했다”며 “학교에 갇혀 못 보고 지나가는 것들을 경험하며 더 큰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문화의집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최씨가 아이들을 위한 ‘봉사여행’을 구상한 건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패키지 여행을 몇 번 경험하면서 불쾌함만 남았어요. 정신없이 이동만 하고, 관심도 없는 쇼핑센터에 들러야 하고, 팁 때문에 싸우고…. 그러다 7년 전쯤 친구 10명과 함께 방글라데시로 봉사 겸 여행을 갔죠. 현지 아이나 주민과 어울리며, 봉사활동도 했어요. 아침 산책을 하며 ‘그라민뱅크’ 창업자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를 만난 것이나, 안산 공단에서 일했던 노동자와 얘기를 나눴던 일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최씨는 이런 경험을 청소년들과도 나누고 싶었다. 공정여행 전문 사회적기업 ‘공감 만세’를 알게 된 것도 도움이 됐다.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만큼, 안전이나 효과성 검증을 위해 답사가 필수였다.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공감 만세’가 그 부분을 보완해줬다. 최씨는 올해 여름에도 아이들과 함께 필리핀 바기오 지역 트레킹 공정여행을 준비 중이다. 최씨는 “청소년들이 다른 문화 속에서 함께 일하고 고민하며 꿈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후원하는 아동을 만나기 위해 네팔 마콴투루 지역을 찾은 김석중씨. 그는 "앞으로 매년 정기적인 방문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후원하는 아동을 만나기 위해 네팔 마콴투루 지역을 찾은 김석중씨. 그는 “앞으로 매년 정기적인 방문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후원 아동과의 만남이 정기 봉사여행으로… 김석중씨

2010년 연말 김석중(59·광명전기 대표)씨는 ‘플랜코리아’로부터 문자를 한 통 받았다. “자신이 후원하는 어린이를 직접 만날 수 있는 ‘The 좋은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면 참여해보라”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지난 10년 동안 플랜코리아를 통해 아동 결연 후원을 해오고 있었다. 당시 김씨가 후원하던 아동은 네팔 마콴투루 지역에 사는 사비나(11). 김씨는 “마침 시간의 여유도 있었고, ‘이왕이면 내가 어떤 아이를 후원하는지 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큰 고민 없이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2011년 2월 김씨를 포함해 ‘The 좋은여행’팀 16명은 네팔로 향했다. 김씨는 카트만두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김씨는 “우리나라 시골 공항보다 못한 데다 도로 역시 너무 열악했다”며 “아이가 사는 마을로 가는 5시간 동안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시골마을이 계속 떠올라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사비나의 집은 ‘손으로 밀면 그대로 넘어갈 듯’ 위태로웠다. 전기 시설도 없었다. 전기 공사 일을 하던 김씨는 손수 준비해간 재료들로 천장에 등을 달아줬다. 아이가 다니던 학교를 방문해 나무를 심거나 대청소를 하기도 했다.

4박5일의 네팔 일정을 마친 김씨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나 자신을 질책하는 시간이 됐다”고 한다. 매년 방문한다는 계획도 이때 세웠다.

네팔 여행을 마치고, 김씨는 후원아동을 한 명 더 늘렸다. “이왕이면 1년에 한 번씩 찾아볼 수 있는 아동이었으면 좋겠다”는 특별 주문도 넣었다. 플랜코리아는 사비나양과 같은 지역에 사는 돌마틴(5)군을 소개해줬다. 작년 2월, 김씨는 계획대로 네팔을 다시 찾았다. 개인적인 방문이었다. 혼자 계획하고 실행해야 했던 만큼 더 많은 준비를 했다.

“학용품, 의류, 장난감 같은 것들을 준비해 갔어요. 학교에 선물할 축구공, 배구공도 챙겼죠. 어릴 때 마을에 하나밖에 없던 TV를 어깨 너머로 훔쳐봤던 기억이 나서 사비나 집에 TV도 한 대 선물했습니다.”

김씨는 오는 4월 다시 네팔을 찾는다. “이번에는 친한 목사님도 함께할 예정”이란다. 김씨는 “중년 후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이런 방문을 통해 마음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향해 좀 더 밝은 에너지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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