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단순한 일자리 아닌꿈을 선물받았어요

‘굿쉐어링’ 직원 오가나·어뜨남씨

어뜨남씨. 오가나씨.
어뜨남씨. 오가나씨.

몽골 울란바토르시 외곽에 위치한 성근하이르항. 이곳은 시내에서 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다. 한파에 가축을 잃고 도심으로 몰려든 유목민이 많아서다. 이들은 천막으로 된 몽골 전통 가옥 게르를 짓고 산다. 일자리가 없어 실업률도 높다. 이 지역에 지난 2010년 굿네이버스는 사회적 기업 ‘굿쉐어링(Good Sharing)’을 세웠다. 직원은 총 8명. 굿쉐어링이 현지 지역 주민에게 주는 ‘일자리’는 상상 이상의 의미였다.

굿쉐어링 공장에서 만난 오가나(31)씨는 “매달 41만투그릭(40만원 남짓)씩 월급을 받는데, 2년 동안 매달 5만~10만투그릭씩 저축한 돈에 사장님께 일부 빌린 돈을 합쳐 올해 내 땅을 샀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 방 두 개짜리 벽돌집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41만투그릭은 몽골 중소기업 수준이라고 한다.

그의 고향은 시내에서 차로 8시간 걸리는 시골 마을 우르항가이. 그는 부모님과 함께 염소 250마리, 양 200마리, 소 40마리, 말 45마리를 키웠던 부유한 유목민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의 혹독한 겨울 날씨에 먹을 게 없던 가축이 대부분 죽었다. 도시로 나온 그가 선택한 곳은 금광 채굴 광산.

“끈을 타고 지하 17m로 내려가 금가루가 담긴 흙을 자루에 담아 위로 올려 보내는 일이었어요. 하루에 3~5명 정도가 죽었어요. 금을 찾기가 점점 어렵고, 주변에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많아 시내로 다시 돌아왔죠.”

아이들은 시골 친척집에 맡겨놓은 채 아내와 함께 가구 공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12시간 일해 받는 월급은 25만투그릭. 주말 근무는 기본이요, 때때로 밤을 꼬박 새워 일했지만 생활비 대기도 벅찼다. 그는 “굿쉐어링은 회사에서 사회보험도 내주고, 주말에도 쉴 수 있다”며 “주말에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아주 좋다”고 말했다.

어뜨남(28)씨도 유목생활에 실패해 도시로 왔다. 초등학교를 4년밖에 다니지 못한 그가 일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다. 어뜨남씨는 “음료회사에서 5년 동안 8만투그릭씩 받고 일했는데, 굶는 때가 너무 많았고 어린 아기가 폐렴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굿쉐어링에 대한 애사심이 강했다.

“월급을 저축해서 70만투그릭짜리 게르를 샀어요. 아이 2명과 함께 살 집이 생겼어요. 작년 가을에는 자동차를 샀습니다. 아내도 유치원 보조선생님으로 돈을 벌어요. 앞으로 땅을 사서 나무집을 짓고, 제 가게를 운영하고 싶어요.”

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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