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아프리카 아이들 교육 위해 NGO 세우고 선생님부터 가르쳤죠”

HoE와 친구들
현지 교사·아이들 돕는 비영리단체 ‘호이’ 맞춤 교재 연구 개발 등 효율적인 교육방법 전달
연주회 통한 모금활동 등 지인·친구 도움도 계속

“아프리카에는 일회용 쓰레기가 많습니다. 구매력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 샘플 같은 걸 쓰거든요. 바람이 불면, 쓰레기들이 한곳으로 모여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치우질 않더라고요. 왜 쓰레기를 안 줍느냐고 물었더니 NGO가 와서 다 수거해가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 그러더군요.”

매년8월,‘ 호이’의자원봉사자들은 아프리카 케냐 코어로 떠나 현지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호이 제공
매년8월,‘ 호이’의자원봉사자들은 아프리카 케냐 코어로 떠나 현지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호이 제공

박자연(34)씨는 고민에 빠졌다. 아프리카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우리가 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리더가 필요했다. 작년 여름, 박씨는 아프리카 케냐 코어 지역 20여명의 선생님을 모아 구글 맵으로 자신이 사는 마을을 보여줬다. ‘왜 지리적으로 이 쓰레기가 한곳에 모이는지’ 알려주며 ‘왜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지’ 등 위생 문제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다. 현지 교사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선생님이 ‘쓰레기를 치우자’고 하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3년 동안 매년 여름이면 코어 지역을 방문하면서 현지 교사와 신뢰를 쌓으면서 일궈낸 결과였다.

4년 전, 박자연씨는 아프리카 지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교사의 중요성을 처음 깨달았다. 박자연씨는 “적은 돈으로 가장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현지 교사”라며 “선생님 1명을 지원하면 1년엔 50명, 30년이면 1500명의 아이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코어 지역은 약 1만5000명의 아이 중, 단 6.6%만이 교육의 기회를 갖는 극빈층이 거주하는 곳이다. 교과서도 과거 식민 통치를 받았던 영국식을 따르고 있어, 현지 수준에도 맞지 않다.

처음엔 친동생 둘과 함께 ‘케냐 코어 지역 선생님과 아이들을 돕겠다’며 ‘호이(HoE·Hope is Educatio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학교 사회선생님인 박에스더(32)씨가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도왔고, 경제학을 전공한 막냇동생 박양선(30)씨가 운영을 맡았다. 세 자매가 의기투합한 프로젝트에 교사·회계사·작곡가 등 다른 재능을 가진 지인들이 모였다. 파티를 열어 기금도 마련했다. 올해까지 총 11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함께했다. 재능나눔 프로젝트가 매년 계속되면서, 작년에는 사단법인의 형태를 갖춘 NGO 단체가 됐다.

현재 ㈔호이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케냐 코어 지역 교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단기집중교사연수(STIC·Short Term Intensive Course for school teachers)’다. 2009년 처음 실시한 이 프로그램은 사범대학을 정식으로 졸업하지 않은 아프리카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진행하는 교사 연수 사업이다. 학기 중에는 한국 교사들이 현지 교재를 연구하며 개발하고, 매년 8월이면 케냐에서 열흘 정도 머물며 직접 세미나를 진행한다. 미션 자체가 ‘교육’이니만큼, 자원봉사자 80%가 현직 교사다.

지난 12월, 박자연(사진 오른쪽) 씨의‘호이’활동을 돕기 위해 피아니스트 박종화(사진 왼쪽)씨가 독주회를 열었다. /호이 제공
지난 12월, 박자연(사진 오른쪽) 씨의‘호이’활동을 돕기 위해 피아니스트 박종화(사진 왼쪽)씨가 독주회를 열었다. /호이 제공

아프리카 현지 교사들의 사범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 결연후원 프로그램 ‘하트(HEART·Higher Education for AfRican Teachers)’는 앞으로 진행할 주요 사업이다. 고등 교육을 담당할 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지난달에는 사업 기금을 후원하기 위해 피아니스트인 박종화(33)씨가 힘을 보탰다.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피아노 독주회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한 것. 특별히 이날 음악회에는 박자연씨가 프로그램 해설도 맡았다. 공연 중에 ‘하트’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피아니스트 박종화씨는 서울대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미국 이스트만 음대에서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석박사를 취득한 재원이다. 박씨는 “피아노 독주회가 호이와 연계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며 소감을 말했다.

박자연씨의 든든한 지원군인 박종화씨도 ‘나눔’에 관심이 크다. 동생이 발달장애를 갖고 있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 2005년부터 은평천사원(현재 엔젤스헤이븐)에서 모금 행사에 연주자로 정기적으로 참여했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랑나눔 위캔(WeCan)에서 피아노 지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는 제자 은성호(27·발달장애 1급)군이 백석예술대학 관현악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기도 했다. 이뿐이 아니다. 박종화씨는 2010년부터 자신의 모든 피아노 연주회를 ㈔위캔·서부재활센터 등 비영리단체 후원을 위한 ‘나눔 공연’으로 기획했다. 친구인 두 사람은 서로를 “대단하다”며 칭찬했다.

“꿈을 찾고, 그걸 이뤄내고 있다는 것이 존경스럽기도 해요. 호이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영향력 있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박종화씨)

“종화가 이런 활동을 멈추지 않고 키워가면서, 종화를 통해 음악이 주는 기쁨이 뭔지 알고,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박자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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