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사랑이 가득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결혼기념일

동방사회복지회 문혜정·이준형 부부

부부에게 특별한 날 미혼모·장애인 도와 블로그 통해 소개하자 재능기부 문의 쏟아져
2009년 12월, 동방사회복지회 후원사업부로 커다란 상자 하나가 배달됐다. 상자 안에는 아기용 치약, 젖병, 인형, 장난감, 산모 머리띠, 동화책 등 365가지의 출산·육아용품들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물건 하나하나에 붙여진 노란색 메모지에는 물품 구입 경위와 사용 방법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선물을 보낸 이는 당시 1년차 부부 이준형(36)·문혜정(31)씨. 이들은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365일이 되는 날을 기념해, 영유아 시설이나 미혼모 시설의 엄마들을 위한 365개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게 됐다”면서 결혼기념일 기부를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이준형·문혜정 부부(왼쪽)가 2009년 12월, 동방사회복지회로 보낸 365가지 출산 육아용품들 /동방사회복지회 제공
이준형·문혜정 부부(왼쪽)가 2009년 12월, 동방사회복지회로 보낸 365가지 출산 육아용품들 /동방사회복지회 제공

동방사회복지회와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방송반 친구들과 뜻깊은 봉사활동을 계획하던 문씨는 동방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아동 일시보호소의 문을 두드렸다. 문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가 아이들과 책도 읽고, 레크리에이션도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저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따르던 일곱 살 아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는 거예요. 고아원으로 갔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IMF 때문에 일시보호소에 맡겨진 아이들 중 상당수가 결국 버려져 다른 시설로 보내지곤 했거든요. 마음이 아팠어요. 제가 건강하고 예쁜 아이를 낳게 된 감사함을 이 세상에 태어난 다른 아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2010년 11월 23일, 두 번째 결혼기념일에는 매일 1000원씩 365일 동안 모은 36만5000원을 기부했다.

세 번째 결혼기념일에는 동방사회복지회가 후원하는 장애인 재활센터에서 판매하는 쿠키 70세트를 구매해, 지인들에게 나눴다.

올겨울에는 좀 더 특별한 결혼기념일을 준비했다. 문씨는 온라인에서 ‘육아 일기’로 유명한 파워블로거다. 평소 출산, 육아용품 업체로부터 협찬 의뢰를 끊임없이 받을 정도다. 업체의 홍보 요청을 항상 정중히 거절하던 그녀가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중소 규모의 육아용품 업체 10곳에 먼저 연락을 취했다.

그동안 진행해온 결혼기념일 기부를 소개하면서, 미혼모에게 필요한 육아용품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지 조심스레 의견을 물었다. 유아식 제조 업체, 어린이 동화책을 만드는 출판사, 물티슈 제조 회사 등 총 7곳에서 선뜻 기부 의사를 밝혔다. 이뿐만 아니다. 블로그를 접한 아기 백일상 전문 이벤트 업체, 사진관, 아기 한복 전문관 등에서 “재능 기부 하고 싶은데,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문의가 쏟아졌다.

1만명에 달하는 블로그 이웃은 “이 글 보자마자 NGO에 후원금 내고 왔다” “나도 이번 결혼기념일부터 실천해보겠다”는 댓글로 기부를 격려, 응원했다. 문씨는 부부가 준비한 50만원 상당의 기저귀, 분유와 7곳 업체가 보낸 육아용품 10박스를 동방사회복지회로 보냈다. 그녀는 ” 결혼기념일이 우리 부부에게 정말 특별한 날이 됐다”면서 “두 아이가 좀 더 자라면, 결혼기념일 기부를 함께 준비하며 ‘나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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