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네팔 사무소 니콜라 오벨린 부소장
‘FFNV 사업’ 시행 3년 ‘혼자서도 잘해요’ 아닌 마을 사람들 전체 삶의 질 높이는데 도움
한국 ‘새마을운동’ 보며 발전 철학에 강한 인상… 빈곤 이겨낸 한국에 네팔도 많은 희망 얻어
1961년 설립된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이하 WFP)은 지난해 전 세계 식량 구호 활동의 54%를 진행한 유엔 산하 국제기구다. WFP의 지원을 받은 영양실조 어린이만 1100만명이다. WFP는 2011년부터 3년 동안 한국 정부(코이카)·굿네이버스와 함께 네팔 도티지역에서 ‘푸드 포 뉴 빌리지(Food for New Village·이하 FFNV) 사업’을 펼치고 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년, WFP 네팔 사무소 니콜라 오벨린(Nicolas Oberlin) 부소장을 만나 이번 사업의 의미를 들어봤다.
-‘FFNV 사업’이 3년 동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는데,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지금까지 우리는 네팔 중서부 100만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직업(공공근로사업)을 주고, 그 노동의 대가로 음식이나 돈을 제공해왔다. 일명 ‘푸드 포 워크(Food for Work)’나 ‘캐시 포 워크(Cash for Work)’ ‘캐시 포 애셋(Cash for Asset)’ 등이었다. 하지만 FFNV 사업은 좀 특별하다. 단순히 지원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을을 발전시키고 아이들 교육에 힘을 쏟는다. ‘혼자서도 잘해요’ 방법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전체 삶의 질과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농업 생산성 증가, 교육 발전, 인프라 구축, 위생 교육 등 확실한 목표가 있다. 음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변화다. 이 사업은 멀리 내다보고 도와주는 방식이다.”
-왜 사업 파트너로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널(GNI)’을 택했나. 서로 간의 파트너십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나.
“기본적으로 NGO는 WFP의 매우 큰 파트너다. WFP 사업금액의 절반은 식량 제공에 쓰여진다. 나머지 절반은 그 식량을 이동하는 데 쓰인다. 도티 지역에 식량을 제공한다고 하자.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도로도 제대로 없다. 식량을 인도나 다른 지역에서 사온 후 헬리콥터로 운반해야 한다. 어떤 지역에는 트럭에 식량을 싣고 간 후, 트랙터를 사용해서 더 작은 지역에 나눠준다. 당나귀로 지원물자를 옮기기도 한다. 이걸 다 끝내고 나서 보면, 우리가 한 일이란 식량 나눠준 것 말고는 없다. 그래서 NGO가 필요하고 함께 일해야 한다. 굿네이버스는 20년 동안 쌓은 자체적인 지역개발역량과 인적자원까지 지원해준다. 전문적인 인력들이 오지(奧地)에 와서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는 점이 큰 도움이 된다.”
-‘FFNV 사업’이 성공하면, 네팔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 사업 모델을 적용할 의사가 있나.
“마을 프로그램이 참 좋다. 작년 한국 정부의 초대로, 서울을 방문했다. 코이카로부터 ‘새마을운동’의 역사와 발전 철학, 변화상을 배웠는데 강한 인상을 받았다. 사람들, 지역 상황 등 근본적인 것을 분석해서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접근이 정말 좋은 것 같다. 빈곤을 이겨낸 경험이 있는 한국이 네팔을 도와주고 있다는 점이 네팔 사람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된다. 앞으로 다른 지역에도 이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은 매년 100만달러(1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이 늘어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네팔의 빈곤과 영양실조 해결 등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WFP 전체 예산은 약 50억달러(5조4000억원가량)인데, 이 중 90%는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식량을 제공하는 긴급구호 활동에 쓰이고, 10%가 지역개발 사업에 쓰여진다. 수단·에티오피아·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에는 긴급구호 상황은 없었지만, 이들의 평균적인 영양상태는 심각하다. 네팔의 경우도 60% 스턴팅(Stunting·만성적 영양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영양 문제는 오랫동안 지속되고, 개선 또한 더디다. 산속에 사는 사람들은 매년 3개월치 먹을 식량밖에 없고, 이 사람들은 인도로 넘어가거나 굶어야 한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40%밖에 안 된다.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한국도 예전에 이랬고, 이겨내려고 엄청난 노력을 한 것을 안다. 지금 네팔도 그래야 한다. 이겨내는 과정에 있다. 이겨낸 경험이 있는 한국이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카트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