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Cover Story] 끈끈한 파트너십으로 56만명의 신생아에 나눔의 ‘온도’ 전했다

[Cover Story] GS샵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5년 총정리

“작년에 처음으로 아파트 모임 엄마들과 털모자를 떠서 보내줬어요. 올해는 캠페인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있다고 해서 아들과 함께 왔어요.”

박성희(45·주부)씨가 부직포 주머니에 털실을 챙겨 넣으며 말했다. 아들 선우준(13)군은 “엄마가 모자 뜨는 것을 보면서 그게 아프리카 신생아들을 살린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올해는 뜨개질에도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강남YMCA에서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이하 모자뜨기 캠페인)’의 시즌6 시작을 알리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모자뜨기 캠페인은 저체온증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의 영유아를 살리기 위해 털모자를 떠서 보내주는 캠페인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참여형 기부’ 캠페인의 대표주자다. 지난 5년 동안 캠페인을 진행해온 GS샵(대표 허태수)과 국제구호개발NGO 세이브더칠드런은, “그동안 발대식도 없이 시작했는데, 올해엔 첫 시작을 고객들과 함께 하겠다”며 자그마한 행사를 마련했다.

GS샵 임직원 70명, GS샵 대학생봉사단 ‘리얼러브’ 100여명, 지난 시즌에 참여했던 고객 130여명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6인1조가 되어 뜨개질 바늘을 챙기고, 정기 후원서를 접고, 뜨개질 주머니를 완성해 ‘모자뜨기 키트’를 완성했다. 이날 제작된 7만개의 키트는 GS샵을 통해 22일부터 소비자를 만났다. 직접 키트 제작에 참여한 김광연 GS샵 상무(미디어홍보부문장)는 “SNS나 GS샵 사이트를 통해서만 알렸는데, 참석할 예정이었던 직원 수를 줄여야 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인데, 이렇게 모여 온기도 나누고, 대화도 하면서 봉사를 하니까 더 뜻깊다”고 말했다.

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부 부장은 “사실 모자 자체가 필요하다면 아프리카에 모자 공장을 지으면 되지만, 시민들이 직접 뜨개질과 봉사에 참여해봄으로써 도움 주는 사람의 의식도 변한다”며 “세계시민교육용 영상교재와 함께 배송되는 스쿨키트의 경우 작년에 500개 학교가 참여했고, 올해도 150개 학교가 사전 신청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시즌6에 수거되는 털모자는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신생아에게 전달되고, 모자뜨기 키트 판매 수익금 전액은 저개발국의 보건영양개선사업에 쓰여진다.

미상_사진_모자뜨기캠페인_털모자_2012◇참여형 기부문화 널리 알렸다

모자뜨기 캠페인은 NGO가 기획하고, 기업이 후원하며, 일반인이 참여해 완성한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지난해 GS샵(www.gsshop.com)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된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키트’는 80만 종이 넘는 상품 가운데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구찌, 프라다, 버버리 등 해외 명품 브랜드를 취급하는 ‘명품관’ 매출도 제쳤다. 당초 예상했던 10만 세트가 모자라, 서둘러 6만 세트를 추가 제작했다. 착한 소비자를 위해 GS샵 홈쇼핑 방송판매까지 진행했다.

‘모자뜨기 키트’를 한번 열어보면, 더욱 신기하다. 1만2000원짜리 키트에는 털실, 뜨개질 줄바늘, 돗바늘, 소책자, 브로치 등이 담겨있다. 짧으면 몇 시간, 길면 몇 주가 걸리는 뜨개질을 직접 해서, 완성된 털모자를 찬물에 세탁까지 한 후 반송봉투에 담아 세이브더칠드런으로 보내야 한다. 자기 돈을 주고 산 상품을, 자신의 ‘시간’과 ‘노력’까지 들여 만든 후, 번거롭게 반송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돈과 물품, 정성 세 가지를 기부하는 이 캠페인에 무려 23만명이 참여했다. 수거된 털모자 수는 56만개다.

마케팅 관점에서 ‘성공 가능성 0%’였던 이 캠페인은 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을까. 2007년, 세이브더칠드런으로부터 이 사회공헌 프로그램 제안을 받은 GS샵 내부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마케팅 부서는 “고객한테 돌아가는 이득이 없는데 어떻게 판매가 되느냐. 유통의 기본도 안 된 상품”이라며 반대했다. 임형석 기업문화팀장은 “온라인쇼핑몰이나 TV홈쇼핑 같은 우리의 유통채널을 활용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뭘까 계속 고민했는데, 모자뜨기 사업은 우리의 비즈니스와 연관되면서 고객을 참여시킬 수 있는 사업이었다”며 “작게나마 시작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속성 여부가 불투명해, 첫해에는 ‘시즌’을 붙이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첫해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시즌 2회째부터는 정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거래됐고, 홈쇼핑 채널도 편성됐다. 처음에는 바늘과 실뿐이었던 키트는, 이젠 4가지 상품을 구비하는 등 시즌마다 제품과 형태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모두가 승자되는 파트너십의 위력

기업과 NGO의 협력 파트너십은 이 캠페인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S샵은 ‘모자뜨기 키트’의 제작 및 발송 비용을 후원하고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키트 판매까지 담당한다. 판매수익금은 전액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한다. 지난 5년 동안 키트 제작에 지원한 비용은 24억원, 올해도 5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기업은 돈보다 중요한 걸 NGO에 제공한다. 최혜정 부장은 “NGO 입장에서는 10만개 이상의 물건을 만들어서 물류센터를 이용해 발송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고, 그걸 후원자들의 비용으로 어떤 업체를 사서 하기도 불가능하다”며 “GS샵은 생산과 배송, 물류, 결제, 고객관리까지 전방위적인 시스템을 제공해주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①나 혼자 할 수 없다 ②내 파트너가 가장 잘한다 ③중복된 일은 하지 않는다’가 파트너십의 제1원칙이라는 게 최혜정 부장의 설명이다. 최 부장은 “사회공헌활동을 홍보수단만으로 이용하는 기업을 많이 경험했었는데, GS샵은 돈 내고 뒷짐지는 후원사가 아니라 캠페인 전 과정을 함께 하는 진정한 캠페인 파트너”라며 “다른 NGO에서 협력 비결을 물어올 정도”라고 했다.

GS샵 역시 이익 이상의 것을 얻는다. 이승제 홍보팀 과장은 “스토리텔링을 상품 판매에 연결시키는 세이브더칠드런의 노하우가 우리의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며 “GS샵에서도 신규고객을 모집하는 효과가 크고, 착한 상품을 판다는 기업 이미지도 많이 생겨나, 1년 내내 팔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좋은 사업”(매년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진행)이라고 했다.

①모자뜨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GS샵 직원들. ②지난 20일 진행된 GS샵의‘리얼러브봉사데이’현장. ③손민정 차장은“현장의 아동들을 직접 만나면서, 세이브더칠드런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다”고 했다. /GS샵 제공
①모자뜨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GS샵 직원들. ②지난 20일 진행된 GS샵의‘리얼러브봉사데이’현장. ③손민정 차장은“현장의 아동들을 직접 만나면서, 세이브더칠드런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다”고 했다. /GS샵 제공

◇기업 내부의 협력과 호응이 중요

기업 내부의 협력과 호응을 이끌어낸 것도 성공비결 중 하나다. 손민정 기업문화팀 차장은 “사내의 인터넷쇼핑몰, TV홈쇼핑 담당자들과의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도 발굴하는 등 사내 네트워크를 활성화했다”며 “자칫 기부상품이라 상품기획자(MD)의 자발성과 동기부여가 떨어질까봐, 판매액은 전부 기부되더라도 판매실적을 MD의 성과로 반영해준 것도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전담조직이 기업 활성화를 맡고 있는 ‘기업문화팀’이란 것도 도움이 됐다. 총무팀이 모체가 된 기업문화팀은 사내복지, 조직활성화, 환경 등을 담당하는데, 여기에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담당하고 있다. “전 조직원들과 유대관계가 깊은 팀이어서 힘을 받게 된 부분이 있다”는 것. 이승제 과장은 “대개 NGO는 수혜대상에 초점을 갖고, 기업은 회사 이름을 알려야 하는 목적이 있다보니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갈등을 겪는 이유가 많은데, 모자뜨기 캠페인은 그 대상이 기업의 ‘소비자’이자 NGO의 ‘후원자’로서 접점이 같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성공비결 배워갈 정도

모자뜨기 캠페인은 지난 2006년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우리나라의 캠페인을 해외에서 배워갈 정도다. 최혜정 부장은 “홍콩, 독일, 덴마크 등이 우리한테 캠페인을 배워갔다”고 했다.

서주희 GS샵 홍보팀 대리는 “내 기부가 털모자를 통해 눈에 보인다는 점, 봉사를 단체나 시설방문이 아닌 개인 단위화시켰다는 점, 거기에 재미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 같다”고 했다. 최혜정 부장은 “사람들이 자기의 시간과 마음을 들여 나누는 걸 뿌듯해하고, 자발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한다”고 말했다. 시즌3부터는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재방문자들이 스스로 찾아왔다는 것이다. ‘나눔의 전파력’은 눈덩이처럼 굴러갔다.

NGO는 사람들에게 나눔이 필요한 이야기를 ‘스토리’로 만들어 전하고, 기업은 내부자원을 활용해 NGO의 활동을 적극 돕고, 일반인은 기쁨과 자부심, 보람까지 얻는 ‘선순환’을 만들어낸 모자뜨기 사업. 매년 사업이 진화하고, 참가자를 늘려가며 6년째 이어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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