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가슴 따뜻한 봉사에 중독… 12년간 빠지지 않은 이유죠”

굴착기 데몬스트레이터 이정달씨
매년 빼놓지 않고 해비타트 봉사 참여해
집 없는 저소득층 가족에 따뜻한 보금자리 마련
고마워하는 주민 보며 나눔의 묘미 느껴 17세 딸도 함께 참여

이정달(45·볼보건설기계코리아)씨는 국내 유일의 ‘굴착기 데몬스트레이터’다. 굴착기를 판매하기 전 고객들에게 흥미로운 방법으로 장비 시연을 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굴착기로 붓글씨를 쓰고, 와인도 따른다. 2008년에는 하이서울페스티벌에서 국립오페라단 발레리노들과 함께 ‘몬스터 발레’ 공연도 선보였다. ‘굴착기 달인’인 그는 12년째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해비타트 봉사에 참여해 ‘집짓기 달인’이 되었다.

2001년, 이씨는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처음 집짓기 봉사에 참여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실제 일에도 도움이 됐다. 다른 부서 사람들과도 친해지면서 전체적인 업무를 이해하기도 쉽고, 업무 협조가 편하다는 것이다.

임직원 80~100명 정도가 매년 집짓기 행사에 참여하지만, 12년째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는 이는 이씨뿐이다. 올해도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강원도 춘천에 다녀왔다. 여름휴가 대신 그가 다녀온 곳은 진주, 경산, 대전, 춘천, 아산, 군산, 천안 등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다. “해비타트에선 매년 4월부터 기초공사를 시작해 10월까지 공사가 진행되는데, 기초공사가 끝난 8월쯤에는 자원봉사자들도 벽체를 세우거나 톱질, 망치질을 할 수 있어요. 아침 8시부터 시작해 오후 5시까지 꼬박 땀을 흘려야 해요. 막상 일을 시작하면 덥고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안 나요. 할 때는 이게 뿌듯한 일인지 몰라요.” ‘집짓기 봉사’에선 경험으로 다져진 노하우가 중요하다. 합판 같은 자재도 전문가가 한 장을 쓸 때, 초보자는 한 장 반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씨도 그간의 경험을 인정받아 준전문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정달씨는 올해 여름 4박5일간 춘천에서 딸 보은양과 함께 해비타트 봉사에 참여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제공
이정달씨는 올해 여름 4박5일간 춘천에서 딸 보은양과 함께 해비타트 봉사에 참여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제공

이렇게 지어진 집은 매년 10월쯤 새 주인을 찾는다. 집 없이 떠돌던 저소득층 가족 60세대가 따뜻한 보금자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가 나눔의 묘미를 느낄 때는 봉사활동을 간 곳에 다시 찾아갔을 때다. “강릉 관동대 뒤쪽에 집을 지은 적이 있어요. 다음해 그곳에 아는 분이 있어서 찾아갔는데, 주민들이 고마워하더라고요. 감사 편지도 받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기분이 좋죠. 해비타트는 보통 집을 지으면 다음해는 그 주변 땅을 사서 집을 지으면서 늘려나가요. 처음엔 몇 가구 없으니깐 엄청 외로워 보였는데, 갈 때마다 마을이 커지는 걸 보면 느낌도 새로워요.”

작년과 올해, 이씨의 봉사는 더 뜻깊었다. 딸 보은이와 함께 봉사활동을 갈 수 있게 된 것. 작년에 고등학생이 된 보은(17)이에게 “봉사활동 점수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툭 말을 던졌는데 딸이 흔쾌히 아빠를 따라나섰다. “여름휴가 때마다 가족과 떨어져 있으니 아쉬웠죠. 딸아이도, 저도 무뚝뚝한 편인데, 회사 동료를 만나니 좋은 영향이 있더라고요. 아빠가 하는 일이 뭔지도 알고 좀 더 존경스럽게도 보고.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하면서 절 바라보는 시각이 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그는 주말에는 경기도 용인의 한 수녀원 농장에서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 벌써 8년째다. 수녀원에서 굴착기를 산 게 인연이 돼서 운전교육을 도와주러 들르게 된 것이 나눔의 시작이었다. 고추, 마늘, 감자 등을 심고 김장 봉사도 한다. 굴착기로 농작물을 수확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이씨는 “딱히 봉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며 “아이들에겐 자연과 친해질 기회도 되고, 노동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무더운 여름, 땀을 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갔었는데…. 오리엔테이션에서 해비타트 임원이 봉사활동이 중독성이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꼭 매운맛처럼. 한 번 해 보면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정말 그럴까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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