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장애는 장벽 안돼… 꿈 찾으러 세계로 갑니다”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 도전
4대1 높은 경쟁률 뚫은 500명에 해외 연수 기회… 국제사회 리더 성장 발판

장애 청년 70명이 꿈을 찾아 해외로 떠난다. 오는 8월 23일부터 8박9일 동안 이뤄질 ‘장애인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프로그램에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청년들이다.

세상에 나가 도전하고, 꿈을 찾는 길에는 눈이 보이지 않거나 귀가 들리지 않는 것쯤은 장애가 되지 않는다. 출국을 한 달가량 앞둔 지난 7월 19일 장애청년드림팀에 선발된 청년 3명을 만났다. 이들은 6대륙 중 한 곳의 장애 관련 단체나 기관을 방문해 선진 복지제도를 공부하고 다양한 직업 체험을 하게 된다.

‘장애청년드림팀’에 선발돼 오는 8월 23일부터 8박9일 동안 해외 연수를 떠나는 청년들. 이들은“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애청년드림팀’에 선발돼 오는 8월 23일부터 8박9일 동안 해외 연수를 떠나는 청년들. 이들은“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각장애인 김장훈
페루에 복지제도 전파 목표

◇시각장애 청년 김장훈 “한국 시각장애 복지를 페루에도 전파하고파”

두 살 때 사고로 한쪽 눈이 실명된 뒤로 시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김장훈씨(22·고려대 미디어학부 2년). 김씨는 페루의 시각장애인재활센터와 재활병원을 방문하고, 지체장애를 가진 페루의 한 국회의원을 만나 인터뷰할 계획이다. 그는 “페루는 한국의 1970년대 의료 상황과 비슷하고, 저시력 관련 전문 단체도 아예 없다”며 “앞으로 페루처럼 장애인 빈곤이 심각한 나라에 한국의 시각장애 관련 정책과 복지제도를 전파하고 싶은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시각장애인대학생연합회 회장이었던 김씨는 시각장애 고등학생을 위한 수험서와 대학 입학 전형 책자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대학생들을 불러모아 입시전형을 분석하고, 대학 생활 노하우를 정리해 담은 책이다. 김씨는 “작은 글씨로 인쇄된 입학 전형 책자들을 일일이 확대해서 봐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대학에 입학해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웃음을 보인다. ‘장애청년드림팀’ 참가는 후배들을 위한 또 다른 도전이다. 눈이 불편해 한정된 꿈을 꾸는 후배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제공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제공

지체장애 5급 최유리
영국 장애인 문학 배우고파

◇문학 소녀 최유리 “영국의 장애인 문학 배우고파”

지체장애 5급 장애인인 최유리(24·동국대 국어국문학과 4년)씨는 장애인 문학의 선진국인 영국을 향해 떠난다. 영국 왕립맹인연구소에서 시각장애인 문학활동에 대한 토론도 벌이고, 문학창작교육 수업도 직접 참관할 계획이다. 중학교 2학년 때 ‘뼈암’이라 불리는 ‘골육종’에 걸려 1년 반 동안 치료를 받느라 학교를 자퇴해야만 했다. 다행히 완쾌는 됐지만 아직도 무리해서 걷거나 뛰어선 안 된다.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입학해 국문학과를 전공하게 된 유리씨는 장애인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최씨는 “장애인 문학 창작을 위한 교육을 찾아서 팀원들과 영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면서 “글로써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개선을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청각장애 차진영
호주 안내견법 시행 기관 방문

◇청각장애 차진영 “호주의 청각장애인 안내견 제도 둘러볼 계획”

유리씨의 이야기를 옆에서 귀 기울여 듣던 차진영(21·서강대 신문방송학과 2년)씨가 “나와 비전이 비슷한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진영씨의 꿈은 장애인들에게 위로를 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진영씨의 확고한 비전이다. 한 살 무렵 열병 때문에 청각을 잃어버린 그녀는 사람들의 입 모양을 보고 대화 내용을 파악(구화)한다. 일반 학교에서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구화를 배웠지만, 국내에는 아직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엔 청각장애 도우미견 지원이 중단된 상태다. 반면 호주에는 장애인을 위한 안내견법이 따로 있고, 동물 매개 치료가 전문화돼 있죠. 저희 팀은 이번에 호주로 가서 장애인과 동물을 연계한 다양한 지원 및 치료 방식을 배워 올 계획입니다.”

차씨는 호주 퀸즐랜드의 안내견법을 시행하는 정부기관과 재활승마기관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장애청년드림팀’은 꿈을 가진 장애 청년들이 국제사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5년부터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의 지원으로 총 500여 청년이 6대륙을 밟았다. 신한금융그룹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지난 8년간 20억원을 지원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문정 실무자는 “아직까지 많은 장애 청년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이들에게 좀 더 넓은 세계를 보여줘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팀원 중에는 비장애인 청년이 40% 포함돼, 이들이 장애 청년과 해외 연수 기간 내내 함께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장애와 비장애에 대한 편견의 벽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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