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토)

[제주에서 혁신을] 스타트업 13곳이 창출한 사회적가치 48억원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2기
참여 13팀 사업기간 기업가치 101.2% 성장
도내 공공·민간기업과 협력해 시너지

제주 바다에서 사막화를 일으키는 불가사리와 성게 껍데기 같은 해적생물을 수거하는 기업이 있다. 폐어망이나 폐로프 등 해양쓰레기만 거둬들이는 곳도 있다. 이들은 해양생태계를 망치는 요소들을 회수해 소재화하는 기술 스타트업이다. 친환경 섬유를 생산하는 ‘쿨베어스’는 지난해에만 제주 바다에서 해적생물 2200kg을 수거했다. 해양쓰레기에서 재활용 원료를 뽑아내는 포어시스는 제주에서만 폐어망과 폐로프 1만kg를 끌어올렸다.

제주에서 이같은 변화가 일어난 건 혁신 기술을 보유한 외지 스타트업과 도내 민간·공공기관, 현지인 간 협력을 이루면서다. 이들의 ‘팀플레이’를 지원하는 건 신한금융그룹과 신한금융희망재단이다. 2021년 ‘신한 스퀘어브릿지’의 제주 지역 플랫폼인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가 출범했다. ‘신한 스퀘어브릿지’는 신한금융그룹과 신한금융희망재단이 스타트업의 인큐베이션부터 액셀러레이팅, 오픈 이노베이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원스톱 플랫폼이다. 서울·인천·대전·대구와 베트남 등 6개 거점 지역에 플랫폼을 조성하고 각 지역 특색을 살린 지원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환경·자원·농업 분야의 사회적가치 창출을 테마로 잡았다. 아름다운 제주 환경을 보전하고, 예술·음식 등 제주 자원을 활용해 경제를 활성화하며 제주의 농업 다양성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1기(2021년)에서 5팀, 2기(2022년)에서 8팀 등 총 13개 팀이 선발됐고, 지난 2월까지 총 10팀이 초기 목표를 달성했다.

[제주에서 혁신을]

신한금융의 사업화 지원금은 총 5억6000만원이다. 참여팀이 창출한 임팩트 규모는 훨씬 크다. 2기에 선발된 연합팀이 낸 사회성과를 ‘신한 ESG 밸류 인덱스(신한 ESG 가치 지수)’ 기준으로 화폐화하면 총 20억원 규모다. 1기 참여팀까지 합치면 총 48억원에 달한다. 1·2기 참여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선발 시점 596억5000만원에서 사업 종료 후 1198억7000만원으로 101.2% 상승했다. 참여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액은 같은 기준으로 74억3600만원에서 139억5800만원으로 87.7% 성장했다. 고용 부문에서는 총 임직원 수가 193명에서 278명으로 44% 늘었다.

지난 2월에는 2기 5팀의 성과 공유회가 열렸다. 환경 부문에 ▲포어시스(도내에서 폐어망·폐로프 수거, 제주 내 해양쓰레기 자원순환 전처리 체계 구축) ▲쉐코(제주 해역·수질 오염의 지속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수질 정화 기술 솔루션 기반 ‘쉐코아크’ 로봇 기술 상용화) ▲쿨베어스(불가사리, 성게 껍데기 폐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소재 개발)가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했다. 자원 부문에서는 ▲파란공장(제주 메밀 고부가 가치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이, 농업 부문에서는 ▲슈퍼파머스(제주 못난이 농산물 수매, 업사이클링, 인식 개선)가 성과를 냈다.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플랫폼에서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 동일한 목표를 가진 여러 집단이 각자 가진 자원을 활용해 협력하면서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희망재단,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은행을 주축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협력의 범위는 점점 넓어졌다. 제주관광공사는 마케팅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존에 육성하던 스타트업과의 연결을 도왔다. 여기에 현지 기업과 주민 등의 참여가 더해졌다. 윤혜원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연구원은 “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는 있어도 현지에서 재료를 수급할 수 있는지, 적절한 파트너는 구할 수 있을지 등은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에서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제주 기관의 네트워크와 지역 전문성, 현지 주민의 현장성 등이 어우러져 하나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2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관계자들. /MYSC
지난해 5월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2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관계자들. /MYSC

수산업의 생산성을 낮추는 바다생물로 친환경 섬유 소재를 만드는 스타트업인 쿨베어스는 제주의 불가사리와 성게 껍데기를 활용한 친환경 소재 개발에 나섰다. 불가사리와 성게가 대량으로 서식하면서 해조류를 먹어치우는 탓에 제주의 바다가 사막화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제주에 연고가 없는 스타트업이 혁신 기술이나 아이디어만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는 “바다 생물을 수거하려면 제주도 어촌계와의 협력이 꼭 필요한데,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면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인 김희정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육성투자팀장은 김녕어촌계, 북촌어촌계 계장들과 무사히 미팅을 마칠 수 있게 도왔다. 제주 사투리를 써가며 왜 이 사업을 꼭 해야 하는지 설득했다. 쿨베어스는 제주도 내에서 2200kg의 불가사리와 성게 껍데기를 수거해 친환경 내염소 스판덱스 원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제주 바다 생태계와 해안 경관이 복원됐고, 어민들은 약 1억원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포어시스의 프로젝트에는 국내 대기업도 합류했다. 포어시스가 수거한 폐어망·폐로프 등 해양쓰레기 1만5000t은 우선 현지 폐기물 처리 업체가 선별을 도왔다. 선별된 폐기물을 포어시스에서 전처리하고, 김포의 재생 펠릿 생산업체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자동차 부품 운송 패키지를 제작해 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그룹과 신한금융희망재단, MYSC는 각 팀에 액셀러레이팅 전문가를 매칭해 팀별 상황에 맞는 정기 멘토링과 법률·회계·특허·마케팅 등 자문을 제공했다. 또 아시아 최대 사회적 투자자 네트워크(AVPN) 컨퍼런스 참여 기회, 스퀘어브릿지 전용펀드 투자 검토 등 다양한 기회를 열어줬다.

윤혜원 MYSC 연구원은 “정해진 사업 기간이 끝나도 임팩트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수 있도록 사후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며 “제주 경제가 활성화되고, 더 많은 청년이 정착하게 하려면 스타트업이 활약해야 한다”고 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2기는 스타트업과 공공, 민간기관의 협업이 유기적으로 이뤄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참여 당사자들 모두가 함께 제주의 임팩트를 만들고 있다는 연대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선발되는 팀들에게도 그동안 신한이 축적해온 스타트업 육성, 지원 노하우를 활용해 이들이 목표한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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