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④ 공익법률재단 ‘동천’ 양동수 상임 변호사

변호사-예비 법조인-NGO 협력 시스템… 공익법률 지원에 앞장
수혜자와 거리 좁혀줄 체계적 프로그램 마련
매년 2차례 연 협력 교육 변호사 시험 합격자의실무 연수로 인정받아
공익법률 사건 하나당 변호사·로스쿨생 1명씩… 지속적 재능기부 될 것

현재 로펌에 소속된 국내 변호사는 약 2280명(2012년)이다. 공동으로 법률사무소를 차린 약 900명의 변호사와 개인 변호사를 합하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전체 변호사의 수는 1만4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장애인, 난민, 사회적기업, 다문화 등 공익 분야에서 상근으로 일하는 공익 변호사 숫자는 2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다수 변호사는 “시간이 없어서” 또는 “방법을 몰라서” 도움을 주지 못하고, 로스쿨생 등 예비 법조인들은 공익 분야를 미리 경험하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토대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양동수 변호사가 공익재단법인 ‘동천’에 합류하자마자 ‘공익법률지원 시스템’을 가장 먼저 구축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양동수 상임 변호사
양동수 상임 변호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 이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변호사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선배도, 정리된 자료도, 네트워크도, 통합 관리된 데이터베이스(DB)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형 로펌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죠.”

‘동천’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지난 2009년 6월, 로펌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이다. 양 변호사는 태평양의 변호사 역량 강화 프로그램, 문서 통합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해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하고, 공익법률지원을 위한 토대를 다졌다.

설립 첫해, 20명의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가 프로보노(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을 위해 재능기부하는 것) 활동에 동참했다. ‘동천’은 법률 자문이 필요한 수혜자들을 연결했고, 이들의 소송을 도왔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변호사들과 수혜자들 사이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난민소송을 진행할 때였습니다. 대부분의 난민이 박해를 피해 도망왔기 때문에 낯가림이 심해요. 소수민족 언어를 쓰기 때문에 의사소통도 어렵죠. 변호사들은 ‘난민들이 협조를 안 한다’고 생각하고, 난민들은 ‘변호사들이 고압적이다’고 느낀 거예요. 법률 자문 이전에 ‘소통’이 먼저였죠.”

양 변호사는 2010년부터 변호사와 로스쿨생 등 예비 법조인, NGO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공익법률지원 교육을 시작했다. 대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보다 효율적인 법률 지원이 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난민의 정의, 요건, 현황, 난민 인정서면 작성법, 판례 이용법 등 체계적인 강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사회적기업을 이해하고 관련 법률을 배우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매년 2차례 16시간씩 열리는 교육 세미나를 통해 변호사-예비 법조인-NGO 실무자들 간의 협력이 보다 원활해졌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동천’의 취지를 받아들여 이 교육과정을 변호사시험 합격자에게 요구되는 특별 연수로 인정해줬다.

공익전문변호사를 꿈꾸는 예비 법조인들을 위한 시스템도 마련했다.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로스쿨과 협력해 국내 최초로 리걸클리닉(로스쿨 학생들이 지역주민들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을 하며 실무 능력을 기르는 실습방식) 운영을 시작한 것. 공익법률 자문이 들어오면, 사건 하나당 로펌 변호사 1명과 로스쿨생 1명을 배정했다. 로스쿨생들이 수혜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초안을 작성하고, 동천과 담당 변호사가 최종적으로 사건을 책임지고 로스쿨생들과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로펌 변호사와의 협력을 통해 로스쿨생들은 공익법률지원을 경험하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연세대 로스쿨생들은 리걸클리닉을 통해 사회적기업 법률 설립 가이드북을 만들기도 했다. 양 변호사는 “이러한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로펌 변호사들의 지속적인 프로보노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로펌에서 3~4년차 변호사가 되면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공익법률 자문에 도움을 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때가 오게 됩니다. 저 역시 타 로펌 증권금융팀에서 기업 자문, 인수합병(M&A)을 담당하면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힘들곤 했죠. 지금 당장 사건 전체를 담당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공익단체가 있고, 작게나마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프로보노 활동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인연이 5년, 10년 지속되면 공익전문변호사의 수는 더 늘어날 것이고요.”

이러한 ‘동천’의 노력으로 지난해에만 총 173명의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가 공익법률지원에 참여했다. 지난 일 년간 프로보노 변호사들의 공익 활동 시간은 총 9667시간으로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51억원에 달한다.

로스쿨생들을 대상으로 공익인권활동 프로그램 공모전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선발된 5개팀은 ‘동천’으로부터 활동비를 받아 5개월 동안 직접 공익인권활동을 하고, 태평양 소속 변호사의 조언을 받았다. 충북대 로스쿨 팀은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강원도, 서울시 교육청과 협약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또한 제주대 로스쿨 팀은 제주도 거주 외국인을 위한 인권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도내 변호사협회와 연계해 조례 초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 3년 동안 공익전문변호사 양성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동천’. 양 변호사는 프로보노 변호사와 공익전문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협력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천’의 역할은 영리와 비영리, 법률 전문가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매개자가 되는 것입니다. 변호사들의 프로보노를 중개, 기획, 평가, 시상까지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미국의 유명 비영리단체 ‘프로보노 인스티튜트(Pro bono institute)’처럼 ‘동천’을 통해 보다 많은 공익전문변호사가 양성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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