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교육 시스템에 적용하면?

[더나은미래x영국문화원]글로벌 사회적기업 트렌드 읽기

 

1948년 발표된 유엔 세계인권선언은 ‘교육’을 인권으로 인정한다. 또한 교육은 건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기본적인 축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 시스템의 성공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과연 성취(attainment), 고용 가능성(employability), 시민의식(citizenship), 자기 결정(self-determination), 인간의 진보(human advancement) 등이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영국문화원은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UKFIET 컨퍼런스(학습과 교수법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다루는 포럼)에서 ‘사회적 기업가 정신 교육’(Social entrepreneurship in education)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교육시스템에 도입하면, 아이들이 곧 마주할 사회경제적 난관에 보다 잘 대비할 수 있는 개혁이 될 것이란 내용이다. 보고서는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SOCAP(Social Capital Market,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포용적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모이는 연례행사)에서도 소개됐다.

“기존의 교과 과정에서 벗어나 실용적으로 변화하려는 확실한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영국의 교육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 인물 중 하나인 린제이 홀(Lindsay Hall)의 말이다. 그녀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교육 커리큘럼에 일찍이 도입 및 적용한 인물로, 영국 RIO(Real Ideas Organization)의 대표를 맡고 있다. RIO는 영국 웨스트미들랜드주의 빅토리아파크 초등학교를 ​​비롯, 350개 이상의 학교와 협력해 사회적기업의 원칙들을 커리큘럼에 포함시켰다. 실제로 빅토리아파크 초교는 교내에 ‘사회적기업 리더’를 두고, 학교 전체의 사회적 기업 활동을 주도하고, 교내 사회적기업인 ‘발롯 스트리트 스파이스(Ballot Street Spice)’를 운영하게 한다

발롯 스트리트 스파이스는 2014년 설립된 곳으로, 독특한 향신료 혼합물을 판매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및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가 기업의 의사결정부터 제품의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경영 전반에 참여한다. 린제이 홀 대표는 교내 사회적기업 운영이 “학부모들과 그 외 공동체 구성원들이 아동 및 청소년의 교육에 참여하게 만드는 매우 실용적인 방법”이라며 “갈수록 많은 학교들이 지역사회 전체(whole community)와의 협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영국 빅토리아파크 초교의 사회적기업 ‘발롯 스트리트 스파이스’ 팀 ⓒRIO

영국 스코틀랜드 ‘사회적기업 아카데미’(SEA, Social Enterprise Academy)의 닐 맥린(Neil McLean) 대표 역시 비슷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회적기업 아카데미는 스코틀랜드 정부와 협력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스코틀랜드 전역의 900여개 학교를 만났다. 초등학교에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는 것을 돕고, 사회적 기업가 정신에 관한 용어와 개념을 어린 아이들의 경험에 맞게 통합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사회적기업 전략의 일환으로, 향후 10년내 스코틀랜드의 모든 학교에 사회적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닐 맥린 대표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매우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의 개념이 자연스레 학교로 스며들면 학생들이 교과목 융합 학습 경험 등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은 자존감을 키우고, 문제 해결 및 의사 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수학과 같은 전통적인 학문 분야에서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참여 교사들로부터 학생들의 변화를 듣고 있다”면서 “수동적으로 교육을 받던 학생들이 활동적인 시민이자 학습 참여자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적기업의 경쟁력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리처드 캐서럴(Richard Catherall)은 교육을 포함한 공공 서비스 분야에 미치는 사회적기업의 경쟁력을 연구하는 학자다. 그는 현재 중동에서 사회적기업의 리더들을 지원하고 있고 영국문화원 보고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캐서럴은 연구를 통해 발견한 가장 놀라운 점으로 “사회적기업과 관련해 교사의 전문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압도적인 지원”을 꼽았다. 덕분에 교육과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딱 들어맞는단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는 것. 

“당시 전 세계의 전문 교사들이 ‘지금이야말로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교육을 연결하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태국의 한 교사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이나 교육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지역에 이를 전파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 학교의 이름은 ‘메차이 뱀부 스쿨(Mechai Bamboo School)’메차이 뱀부 스쿨은 메차이 비라베이댜(Mechai Viravaidy)가 설립한 곳으로, 기업가 교육과 지역 커뮤니티 개발을 결합시킨 독특한 모델을 선보인다. 학교 커리큘럼은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중심으로 디자인되었으며, 학생들은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메차이 뱀부 스쿨의 학생 사회적기업가들 ⓒ메차이 뱀부 스쿨

“우리는 모든 수준에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습니다. 태국어로 사회적 기업가를 직역하면 ‘비즈니스와 나눔’입니다. 우리는 농장을 포함한 태국 전역의 학교에서 사회적기업이 개발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를 통해 비즈니스를 연습할 수 있고,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라베이댜)

그는 한 가지 경고도 덧붙였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교육에 반영하는 개념을 일찍 받아들인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에만 집중할 경우, ‘꿈꾸던 바를 다 이뤘다’고 생각할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 실제로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예를 들면,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지위와 안전을 제공해주는 다국적기업에 입사하고자 하는 욕망이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추구하는 것보다 앞서곤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소득 국가들로부터의 유혹은 여전하다는 것을 인정해야죠. 재능있는 이들에게 이런 일자리가 최종 종착지가 될 수 있다는 것도요. 실제 고소득 국가에서 기업가정신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더 높기도 합니다.”

그러나 선진국 역시 시급한 과제인 가계 불평등(소득 격차) 문제를 기업가 정신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선 투자가 주로 3개주(州)에 집중됩니다. 대기업 중 겨우 15%만이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상위 6개 당면 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업가 정신이 제대로 이해되고, 수용되며, 존중받는 지역에서조차 우리가 경제를 다루는 방식은 여전히 서툽니다. 두 가지 시스템(기업가정신과 교육)이 제대로 결합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보고서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교육 시스템에 적용키는데 필요한 추가적 지원 방법을 제시하며 끝을 맺고 있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 교육이 후원자(funder), 교육자, 사회적기업가, 학자 및 정부 등에 미칠 수 있는 임팩트를 보여주는 ‘인식제고 이니셔티브(awareness raising initiatives)’를 실행하는 것이 한 예다. 시급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원한다면, 사회혁신가와 체인지메이커들로 구성된 완전히 새로운 세대가 필요하다는 말로 보고서는 끝을 맺고 있다. 

영국문화원의 보고서 전문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 위 기사는 영국 언론 파이어니어스 포스트(Pioneers Post)에 발간된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 기사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원 저자 : Ellie 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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