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각국 인권 상황 문제 있다” 국제앰네스티, 인권현황 보고서 통해 집중 비판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이하 앰네스티)가 ‘2017-2018 인권 연례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의 로힝야 사태부터 미국을 비롯 강대국들의 난민 접근법까지 각국별 인권 문제에 대한 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앰네스티는 지난 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59개 국가의 2017년 인권 상황을 정리한 ‘2017/18 연례 인권보고서’(이하 보고서)를 전 세계에 발표했다. 보고서를 통해 앰네스티는 2017년을 “악마화 정치의 쓰라린 결과를 경험한 한 해”라고 정리했다.

그 중에서도 최악의 결과는 미얀마가 로힝야 사람들을 상대로 벌인 끔찍한 인종학살 군사작전이었다. 유럽에 1년 동안 유입되는 난민의 수만큼 로힝야 난민의 숫자가 불어나는 데에는 불과 3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약 62만 명의 사람들이 인접국 방글라데시로 피난했고 세계에서 가장 급속도로 확대된 난민 문제가 되었다. 로힝야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얀마에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기본적인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악마 취급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가가 나오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은 운동선수들을 비판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응하며 200명이 넘는 풋볼 선수들이 NFL 경기 전 무릎을 꿇고 자리에 앉거나 기도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대를 표했다. ⓒJoe Amon/The Denver Post/Getty Images

특히 앰네스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 “증오로 가득한 수사학의 한 해”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인구 다수가 무슬림인 몇몇 국가의 국적자를 모두 입국 금지시킨 조치는 명백한 혐오의 정치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 등에서 잇달아 열린 선거에서도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반(反)이민, 반(反)무슬림 전략이 악용되었다. 일부 후보자들이 사회경제적 불안감을 이주민·난민·소수종교 등에 대한 공포와 비난으로 돌려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 정치 지도자들이 정체성을 근거로 특정 집단을 악마화하는 경향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

앰네스티는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앰네스티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무죄를 선고하는 하급심 재판부의 판결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최소 44건의 무죄 판결이 있었다. 올해도 9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 중에는 항소심 무죄 판결도 있었다. 앰네스티는 한국 정부가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UN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자유권규약 제18조 위반이며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UPR) 등을 통해 일관되게 비판해오고 있다.

앰네스티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앰네스티는 “북한에서 알려진 정치범 수용소 네 곳에 12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수감되어 강제노동과 고문, 부당대우를 당하는 중대한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들은 국제법상의 형사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라 국가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되거나 그 ‘연좌제’의 적용을 받는 등 자의적으로 수감된 사람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전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군 사령관인 라트코 믈라비치가 국제법상 범죄혐의로 헤이그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서, 1992년부터 95년까지 진행된 무력분쟁 당시 희생되었던 수만 명의 피해자들에게 마침내 정의가 구현되었다. ⓒCris Toala Olivares/REUTERS

최소 2만 명에 달하는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들 또한 북한 정부로부터 상당액을 공제한 후 지급받고 노동자의 통신 및 이동이 엄격히 통제되는 등 해외 노동자들의 인권 탄압 문제도 심각하다고 앰네스티는 분석했다. 이 노동자들은 과다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산업 안전에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5월에 두 명의 북한 노동자가 급성심부전으로 숨졌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월드컵경기장 건설 노동자 1명도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이 노동자들은 휴일 없이 몇 달간 끊임없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

앰네스티는 이례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온라인에서 쏟아지고 있는 인권침해, 특히 그 중에서도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것에 대한 소셜미디어 기업과 정부의 대응과 조치는 매우 부족했다고 보고 있다. 

살릴 셰티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세계인권선언 채택 70년에 접어드는 지금, 너무도 분명한 것은 우리 누구도 인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못한다는 것이다”면서 “세계인권선언의 본질인 만인의 평등과 존엄이라는 가치를 회복하고 이것이 정책 입안과 실천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2017-2018 인권 연례 보고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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