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Cover Story] [12가지 핵심과제] ① 청소년 교육, 생태계를 바꿔라 ―노원구, 지역 공동체가 나섰다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청소년 체험활동 지원
아동청소년 실무자 네트워크로 청소년 창의 체험활동 도와줄 지역사회 자원 리스트 확보
노원구 3-벨트 프로젝트, 지역 3곳 활용해 도시 생태체험 아이들에게 환경의식 키워

“물이 깨끗하죠? 작년에 형, 오빠들이 만든 흙공을 하천에 넣어서 그래요.”

“우리도 흙공 지금 던져요~”라며 아이들이 보채자 “안돼요. 흙공은 열흘간 숙성시켜야 물을 깨끗하게 해요”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지난 20일 서울시 노원구의 노원구청소년수련관(이하 수련관) 앞마당. 길게 늘어선 아이들 사이로 흙이 쏟아져 내리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진다. “이 흙에 방금 만들어 본 유용미생물(EM) 발효액을 섞어 흙공을 만들 거예요.” 곽지연 에코 코치의 말에 아이들은 흙더미 속에 손을 담근다. 질펀한 모양새가 되자 한 아이는 “으악, 냄새나”라며 너스레를 떤다. 주물럭거리는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이어 아이들은 근처 하천으로 자리를 옮겨 흙공이 하천 수질 개선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배운다. 허정(12·용동초6)군은 “4학년 때부터 당현천에서 놀았는데, 내 손으로 직접 깨끗하게 할 수 있다니 기쁘고 보람차요”라고 했다.

 노원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하는 3-벨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역의 초·중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흙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노원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하는 3-벨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역의 초·중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흙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이뤄진 행사는 노원청소년수련관의 환경 체험 프로그램 ‘3-벨트 프로젝트(3-Belt Project)’다. 3-벨트 프로젝트는 수련관을 중심으로 도심 하천인 ‘당현천’, 속칭 ‘소각장’으로 불리는 자원 회수시설까지 지역의 3곳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도시 생태를 체험하며 환경의식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노원구의 초등 6년생부터 중 1년생까지 45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청소년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공동체가 나섰다. 이 중 단연 두각을 드러내는 곳이 서울 노원구다. 중심에 수련관이 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진원 실장은 “지역사회 전문가들을 학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를 매개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데, 그동안 일반 문화센터와 별 차이 없었던 수련관이 그 역할을 하는 데 제격이었고 의욕 또한 높았다”고 말했다. 수련관은 먼저 관내 64개 청소년기관과 아동청소년 실무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월 1회 정기적으로 만났다. 이를 통해 서울여대 서비스러닝프로그램(봉사학습), 도봉시민회(리더십), 노원아동청소년네트워크(진로 상담), 무지개세상(청소년환경보호) 등 청소년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도울 지역사회의 자원 리스트가 확보됐다. 작년부터 수련관 체험활동 자원봉사자로 나서고 있는 김현옥(44)씨는 “지역 공동체가 아이들을 위해 나서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참여하게 됐다”며 “청소년 교육을 전공한 지역 어머니들과 청소년 창의 체험활동 연구 모임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인식부족이 가장 문제였다. 수련관의 김진명 사업부장은 “초기 학교의 반응은 싸늘했다. 영업을 하러 왔느냐는 오해도 받았고, ‘우린 진학이 우선’이라는 말도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수련관에서는 당현초, 신상중, 수락고 등 학교별로 댄스동아리, 3-벨트(환경), 난타, 성교육 인형극, 경제교육, 보컬 트레이닝, 진로 탐색, 도시락봉사단 등 18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 학기 시범 진행이 성공을 거두자 여기저기서 입소문이 번졌다. 타학교에서 벤치마킹하려고 문의해 올 정도다.

노원구 신상중학교의 진성룡 교감은 “아이들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며 “특히 3-벨트의 경우 부정적이었던 선생님들에게도 호응을 받게 된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체험학교들에 인센티브를 약속한 노원구청의 후방 지원과 지역의 교육열도 힘으로 작용했다. 수련관은 올해 “정규 교과를 구성하는 데 참여해달라”는 제의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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