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환경파괴범 커피 찌꺼기, 거름으로 변신

버섯재배키트, 버섯종균이 카페인 분해

‘도시농부’ 이현수 대표가 커피 찌꺼기로 만든 느타리버섯, ‘지구를 구하는 버섯친구’를 들고 있다. /꼬마농부 제공
‘도시농부’ 이현수 대표가 커피 찌꺼기로 만든 느타리버섯, ‘지구를 구하는 버섯친구’를 들고 있다. /꼬마농부 제공

사무실 안은 고소한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책상, 선반 등 곳곳에 놓인 작은 상자 속에서 느타리버섯이 고개를 내밀었다. ‘꼬마농부’ 이현수 대표가 어깨에 메고 있던 커다란 자루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루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고 묻자, “커피 찌꺼기”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커피를 내릴 때 커피콩의 0.2%만 사용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나머지 99.8%는 이렇게 자루 안에 담겨 버려집니다. 일반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쓰레기와 함께 매립되는 것이죠. 이렇게 매립된 커피 찌꺼기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위험이 20배 이상 높은 메탄가스를 배출합니다.”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의 수는 약 9500개, 매장당 하루 커피 찌꺼기 배출량은 20㎏에 달한다. 연간 7만 톤에 달하는 커피 찌꺼기가 생활쓰레기로 매립되고 있다. 이 대표는 매일 인근 커피숍을 돌며 커피 찌꺼기를 자루 가득 담아오고 있다.

“커피 찌꺼기 활용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커피 찌꺼기로 버섯농사를 짓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노하우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지만 영업비밀이라더군요. 그때부터 독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골방 한쪽에 커피 찌꺼기를, 다른 한쪽에는 버섯 관련 서적을 쌓아두고 실험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커피 찌꺼기에 버섯 종균을 넣고 발아시킨 뒤, 어떤 환경에서 느타리버섯이 가장 잘 자라는지 관찰했다. 최적의 배합조건, 배양 일수, 습도를 찾는 데 1년이 걸렸다. 방제를 위한 다른 약품을 가미했다면 시간을 단축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커피 찌꺼기만을 100% 재활용했고, 마침내 ‘지구를 구하는 버섯친구(www.0farmers.com)’란 이름의 버섯재배키트를 완성했다.

“버섯은 죽은 나무나 낙엽, 동식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기에 ‘숲속의 청소부’로 불리죠. 버섯은 커피 찌꺼기에 있는 카페인도 분해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버섯균에 의해 잘 분해된 커피 찌꺼기는 텃밭이나 화분의 퇴비로 쓰일 정도로 질 좋은 거름이 됩니다. 그냥 버려지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커피 찌꺼기의 완벽한 변신이죠.”

그는 커피 필터지도 재활용하고 있다. 커피 찌꺼기에 들어 있는 질소와 필터지에 들어 있는 탄소가 버섯 재배를 위한 ‘탄질률(탄소와 질소의 비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함께 버섯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김병준씨가 또 다른 장점을 설명했다. “대부분의 버섯배지가 농약이 많이 들어간 외국 면실피(목화솜에서 솜을 분리하고 남는 부산물)를 사용합니다. 커피 찌꺼기는 친환경 토종 배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수입배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버섯재배키트(한 개당 9000원)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12월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150개가 팔렸고, 1월에는 250개의 주문이 들어왔다. 특히 학부모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키우는 방법이 간단한 데다가, 버섯을 싫어하던 아이들이 직접 재배한 버섯에 애정을 갖게 되면서 식습관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섭씨 22~25도의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세요. 아침저녁으로 버섯친구에게 물을 주고 애정을 주면 열흘 후 예쁜 느타리버섯이 탄생합니다. 버섯친구는 환경 보호와 자원의 재활용을 돕고, 아이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과학상자입니다. ‘꼬마농부’를 통해 아이들도, 지구도 건강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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