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아시아·아프리카·중동 지역서 예방 가능한 실명퇴치 운동 “지속적 안과치료 위해 2020년까지 1억달러 모금”

리처드 메딩스 스탠다드차타드 CFO

한국·인도·중국서 시각장애우 위한 음성인식 ATM 운영
아프리카 농가에 전통적 고정자산 아닌 소 담보로 대출 실행도

리처드 메딩스씨는 스탠다드차타드의 CFO이면서 "Seeing is Believing" 프로젝트의 의장을 맡고있다. /고대권 더나은미래 기자
리처드 메딩스씨는 스탠다드차타드의 CFO이면서 “Seeing is Believing” 프로젝트의 의장을 맡고있다. /고대권 더나은미래 기자

지난 한 해 세계는 경제위기와 점령운동(Occupy)으로 들끓었다. 부의 공정한 창출과 재분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기자는 지난 11일 한국을 찾은 스탠다드차타드의 CFO 리처드 메딩스(Richard Meddings)씨를 만났다. 150년이 넘는 역사를 지키며 생존해온 기업이자 금융사인 스탠다드차타드의 철학이 무엇인지 물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서 수익의 90%가 창출됩니다. 안정적이지 않은 시장인데 이들 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스탠다드차타드는 전세계적으로 70여 개 마켓에 1700여 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8만50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세계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기업사회책임, 환경 보호 및 직원 다양성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는 은행으로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스탠다드차타드의 유산과 가치는 브랜드 약속인 ‘Here for good (히어 포 굿)’을 통해 표현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방식으로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금융’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습니다. 기업으로서 수익창출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개발과 발전에 있어서도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태국의 ‘마을개발은행’의 경험을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태국의 인구 및 지역개발협회(PDA)와 손잡고 반 농 프렉(Ban Nong Pruek) 마을에 ‘마을개발은행(Village Development Bank)’을 설립해 땅이나 다른 담보가 없는 마을 주민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마을개발은행은 70명의 개인 고객 회원들을 확보했고, 이 고객들의 저축은 미화로 약 2850달러로 불어났습니다.

마을 주민 회원들이 소유하는 이 마을은행은 최장 2년 만기로 미화 200~1000달러의 대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출의 대부분은 농업용 대출로 주요 판매용 곡식 재배를 포함합니다. 새로운 마을은행이 운영됨에 따라 평균 소득 수준은 2010년 대비 약 11% 증가했고, 평균 부채 수준은 12% 감소했습니다.

‘마을개발은행’이 성공을 거두려면 지역적인 생활환경과 고객(주민)의 금융 태도를 먼저 정확하게 파악한 후 이에 적합한 대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객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 지원 방식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스스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스탠다드차타드의 활동지역은 금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활동이 필요한 환경이겠습니다.

“맞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금융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농가들을 위해 농부들이 고정자산이 아닌 소와 같은 비전통적인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더 많은 고객들에게 금융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신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최근에는 중국·한국·인도 및 인도네시아에서 ‘음성지원 시스템이 갖춰진 ATM (Talking ATM)’ 운영을 개시했습니다. 음성지원 ATM을 이용해서 시각장애인들은 현금인출, 비밀번호 변경 및 잔고 확인 등과 같은 일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Seeing is Believing’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금융업과 ‘시력’은 쉽게 연관이 안 됩니다. 이 캠페인에 담겨 있는 스탠다드차타드의 사회공헌 철학이 궁금합니다.

“Seeing is Believing은 지난 2003년 스탠다드차타드 창립 1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스탠다드차타드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70여 개 국가의 지역사회에서 획기적으로 삶을 변화시키는 데 공헌할 수 있는 핵심 과제이자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주목했으며 이에 가장 부합하는 주제가 예방 가능한 실명 퇴치 운동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예방 가능한 실명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에 따른 비용은 연간 2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방 가능한 실명의 퇴치 운동은 분명 비용 대비 투자 효과가 상당히 높은 프로그램입니다. 지역사회의 보건에 기여함으로써 스탠다드차타드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지역의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되며 이는 다시 스탠다드차타드의 비즈니스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 배포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제공
스탠다드차타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 배포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제공

―스탠다드차타드는 최근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안과진료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020년까지 1억달러에 달하는 성금 모금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적지 않은 돈이 일회적인 도움이 아니라 시스템에 투자된다는 것이 인상적인데요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Seeing is Believing은 스탠다드차타드만의 사업이 아닙니다. 스탠다드차타드와 IAPB(국제실명예방협회), 그리고 주요 안과진료 기관이 예방 가능한 실명 퇴치를 위해 결성한 국제적인 업무 공조체제입니다.

Seeing is Believing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스탠다드차타드는 미화 3700만달러를 모금했고 이를 통해 270만 건의 시력 관련 수술을 지원하고 약 5만8000명의 보건 복지사들을 교육했습니다. 340만 건의 시력관리 검사 및 12만6000개의 안경 제작을 진행하는 한편 23개국에서 67개의 관련 프로젝트들을 아시아,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에서 진행했으며 추가로 2020년까지 미화 1억달러를 모금할 예정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CFO이면서 ‘Seeing is Believing’ 프로젝트의 의장을 맡고 계십니다. 전 세계 직원들의 참여와 공감대를 끌어내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2003년 출범 당시부터 Seeing is Believing 프로그램은 스탠다드차타드가 업무를 영위하고 있는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목소리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직원들의 주도로 진행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70여 개 마켓에서 해당 지역의 여건과 국가 비전에 맞게 임직원들은 특색 있고 차별화된 Seeing is Believi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문화 예술 지원사업 및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연합회에 하이브리드 택시를 기증했고 2010년에는 기업 최초로 직원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제작을 위해 시간과 재능을 기부하는 낭독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시각장애인 공연단인 한빛예술단과 국내외 안과 의료봉사를 진행하는 NGO인 비전케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직접 Seeing is Believing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3번 참여해봤습니다. 탄자니아에서 만났던 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장애가 있는 아이였습니다. 간단한 시술을 통해 시력을 되찾았습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다며 기뻐했습니다. 3개월 된 아기의 수술을 본 적도 있습니다. 눈에 종양이 나서 제거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실명을 예방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사업입니다.”

―장수기업의 DNA는 무엇입니까? 또한 현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경기 및 사회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머징 마켓에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지속 성장을 하려면 한발 앞선 시장 예측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며 스탠다드차타드의 강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아울러 지속 가능한 성장의 관건은 기업의 고유한 가치와 문화를 지속적으로 계승하는 동시에 급변하는 시대환경과 고객의 니즈를 먼저 읽고 능동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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