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기업 자원봉사 A-Z] ⑥ 22개 기업 함께 자원봉사… 협력의 비결은?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와 22개 기업, 자원봉사 시너지 높인다

 

지난해 9월, 울산광역시 동천체육관 광장에 200명이 넘는 이들이 모였다. 울산에 위치한 22개  기업에서 모인 임직원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이 한데 모인 건 여러 기업이 협력해 공동으로 참여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울산시에선 2013년부터 ‘사회공헌 협약기업 공동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참여하는 기업들이 공동으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자원봉사와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해 왔기 때문. 사업비는 협약기업 전체가 함께 분담하고, 22개 기업 봉사자가 다 함께 참여해 자원봉사와 사회공헌을 이어왔다.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2014년엔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의 자원봉사는 울산광역시 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돌아갈 ‘선물꾸러미’ 포장하기. 22개 기업에서 모인 220명의 임직원들은 종이상자에 방석이나 담요, 학용품, 엽서와 비타민 등을 차곡차곡 담았다. 최종적으로 포장된 상자는 총 2200개. 2200명의 아이들에게 돌아갈 선물이다. 올해로 4년차, 참여하는 기업들은 “협력해서 함께하니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커진다”는 반응이다.

“각 기업에서 각자 봉사활동을 할 때는 한번에 10명 정도가 돌아가면서 했어요. 그런데 22곳이 한데 모이니까, 한 기업당 10명씩만 해도 220명이잖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다보면 임팩트도 더 크고, 만족감도 큽니다.” (윤광진 삼양사 사원)

◇공업단지, ‘지역 특수성’ 한 몫해

석유화학, 수력원자력, 중공업, 금융업 등 업종도, 하는 일도 각기 다른 기업에 한데 모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윤광진 삼양사 사원은 “삼양사를 비롯, 다양한 기업들이 공장이 위치한 ‘울산’이라는 지역에 공헌하려는 생각을 공유한다는 게 크다”고 했다. 실제로 울산광역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업도시로,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에 위치한 기업이나 생산 공장이 많은 편. 1962년 특정 공업 지구로 결정되면서 석유 화학, 조선, 자동차 등 중화학 공업 기업들이 울산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약 900곳에 가까운 기업체가 공업단지를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생산 공장의 본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회공헌과는 별도로, 지역에 기여하고 홍보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한 몫 했다. 2002년부터 울산 공장에서 임직원 봉사활동을 시작한 ‘삼양사’도 비슷한 경우였다.

“삼양사 본사가 서울과 판교에 있는데, 그쪽에서도 더 큰 규모로 사회공헌이나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울산에 위치한 저희 공장에서 보기엔 울산이라는 지역에서 더욱 기여해야 하겠더라고요. 울산에 있는 삼양사 공장이 1955년도에 생겼는데, 울산 지역에서 가장 첫 근대화 공장이고 1호 기업이었다는 상징성도 있고요. 또 저희가 화학공장이긴 하지만 식료품을 만드는 곳이다보니 지역에서 홍보해야 하는 차원도 있고요. 그러면서 지난 15년간 어떻게 지역에 기여하면서도 기업을 홍보할 수 있을지 고민해온 것이죠.” (윤광진 삼양사 사원)

‘삼양사’ 울산공장에서는 2012년부터 울산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발달장애아동 보육시설인 우리꿈나무어린이집에서 ‘오감자극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 ⓒ울산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센터, 기업을 엮는 허브가 되다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의 역할도 컸다. 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기업이 함께 뭉친셈이기 때문. 삼양사 울산공장을 비롯, 울산항만공사, 금호석유화학 울산 공장, 태광산업 등 각기 다른 기업들이 한데 뭉칠 수 있었던 것을 두고 정은옥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부장은 “2010년부터 센터에서 기업 실무자들과 네트워크와 신뢰를 쌓기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라고 했다. 단순 봉사활동을 지역사회의 욕구에 맞추고 조정하는 것도 자원봉사센터의 몫이었다.

“기업 특성에 맞는 전략적인 사회공헌이 트렌드가 되면서 기업에서도 어떤 걸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럴때 센터에서 실무자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신뢰를 쌓으면서, 기업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정은옥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부장)

자원봉사센터가 중심이 됐다. 22개 기업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어느 한 기업의 이미지에 치우치지 않도록 중재적 역할을 한 것. 사회공헌이나 자원봉사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 자원을 연계하거나 봉사시간을 관리해주는 등 기업에서 필요한 바를 충족해주는 것도 ‘자원봉사센터’의 몫이었다. 2012년엔 울산자원봉사센터와 협약을 맺은 곳은 총 11개 기업이었지만 신뢰가 쌓이고 네트워크가 확대되면서 추가로 참여하는 기업이 점차 늘었다.

‘삼양사’ 울산공장에서는 2012년부터 울산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발달장애아동 보육시설인 우리꿈나무어린이집에서 ‘오감자극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 ⓒ울산자원봉사센터

기업에서 먼저 요청하는 경우도 늘었다. 업의 특성에 맞으면서도 지역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자 하는 기업이 늘었기 때문. 윤광진 삼양사 사원은 “2002년부터 자체적으로 자원봉사를 할 때는 장애아동을 위한 학교를 찾거나 명절에 가는 식으로 단순 노력봉사 차원이었다면, 좀더 업의 특성에 맞는 자원봉사를 하고자 ‘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하게 됐다”고 했다. 정은옥 부장은 “식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삼양사의 특성을 살려, 삼양사에서는 큐원 제품을 제공하고,  호텔조리학과 학생들을 연계해 2012년부터 매월 꾸준히 발달장애아동 보육시설인 우리꿈나무어린이집에서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며 “연계시설에서는 봉사자와 재원이 꾸준히 연결되니 좋고, 기업은 업을 살리는 자원봉사를 할 수 있어 ‘윈-윈(win-win)’ 지점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기업 자원봉사 파트너십, 이렇게 해보세요>

-정은옥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팀장의 TIP

Q1. 기업과 자원봉사센터간 파트너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요?

센터는 기업과 지역을 중재하는 연결고리입니다. 양쪽을 잘 조율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여러 기업의 특성을 잘 고려하면서도, 어느 한 기업의 이미지에 치우치지 않도록 중재적인 역할을 잘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무조건적으로 기업의 특성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됩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필요가 잘 반영되도록 최대한 의견을 조율해야 합니다. 또 실행 과정에서도 자원봉사센터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사업의 예산이나 실행범위에 따라 사업비 외에도 운영인력이나 운영비를 포함시켜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 모든게 가능하기 위해선 신뢰와 단단한 네트워크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2. 기업과 연계할 때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센터에서 기업연계를 먼저 제안하는 경우에는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워크숍, 간담회, 협의회 등을 만들거나 참석하면서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하고, 관계를 형성하는게 우선돼야 합니다. 기업 자원봉사도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의 마인드가 기업 연계와 바로 직결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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