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기부 그 후] 학대 피해 어르신들의 한끼 식사를 채워주세요.

“돈을 달라면서 발로 걷어 차고 때렸어. 나중엔 아이들도 때리려고 하길래 온몸으로 막았지. 왜 신고 안했냐고? 그래도 내 아들이잖아, 어떻게 경찰을 불러. 한번은 경찰이 왔는데 다쳐서 멍든 거라고 거짓말했어.”

 

진순(가명·86) 할머니의 아들은 이혼을 하고 아이들만 할머니께 맡긴 채 떠났습니다생활비도 주지 않고왕래 없이 지내던 아들은 돈만 떨어지면 할머니를 찾아왔습니다남보다도 못한 아들은현금이며 금품은 있는 대로 빼앗은 것도 모자라돈을 주지 않으면 할머니와 자신의 두 아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습니다

아들이 집에 다녀갈 때면 박 할머니의 얼굴은 엉망이 됐습니다눈 주위는 퍼렇게 물들어 있고 목과 팔 여기저기에는 붉은 손자국이 나 있었지요이런 할머니의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하라”, “애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피해라고 수차례 설득했고수많은 고민 끝에 한 노인복지시설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학대 가해자 대다수가 ‘가족’…가족 처벌 두려워 신고 못해

 

얼마 전 박 할머니는 대전에 위치한 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의 도움으로 학대 가해자로부터 떨어져 지내는 중입니다아이들 또한 할머니와 함께 잘 커나가고 있습니다그렇지만 학대를 받아도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학대 가해자가 가족인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죠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6년 노인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전체 노인학대 중 88.8%가 가정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아들이 학대를 하는 경우가 37.3%로 가장 많았습니다학대를 당하면서도많은 노인들이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학대 피해 노인에게 상담사가 피해 조사 및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
 

많은 어르신들이 학대를 받은 지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참다 못해 도움을 요청해요그런데 오랜 세월 학대가 이어진 경우엔 가해자는 죄책감을 잘 느끼지 못하고 피해자는 학대 상황에 무기력해진 경우가 많거든요그래서 더욱 신고가 중요합니다학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다보면세대를 거쳐 손주나 손녀다른 가족들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거든요.” (박지혜·25·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 상담사)

 

 

◇“두손 가득 따뜻한 마음 들고 찾아 갑니다”

 
 

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은 2004년 노인의 인권보호와 노인학대 예방을 위해 세워진 노인학대전문보호기관입니다기관에서는 노인학대 신고접수부터 현장조사학대피해노인 및 가족에 대한 통합적 지원노인학대 예방교육 및 홍보 등 학대피해노인의 인권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는 대전시와 함께 조례안을 개정하여 노인학대 실태조사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은 조금 특별한 모금함을 세웠습니다바로 학대 피해 노인 중 홀로 계시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들께 명절 선물을 드리기 위해서죠상담이나 출동추적 조사 외 어른신들께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한 결과입니다

 
지난 겨울 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 상담사가 학대 피해 노인 가정에 방문한 모습. ⓒ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

모금은 성공적이었습니다후원자들이 보내준 진심어린 응원의 댓글과 후원 덕분에 8일 만에 목표 금액이 달성되었다고 합니다후원금은 학대 피해 어르신 중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스물 다섯 가정의 학대 피해 어르신들의 설맞이 식료품 제공 비용으로 사용됐습니다동시에 설 선물을 드리면서 어르신들의 안전과 근황도 살폈다고 하네요.

학대로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혀버린 어르신들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이 어색하신지어색해하고 쑥스러워하셨습니다이런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저희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후원자 여러분들의 댓글과 후원은 이러한 어르신들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조경미·52·일시보호쉼터 사회복지사)

 

◇예방과 끊임 없는 추적 관찰이 중요

 

박지혜 상담사는 노인학대의 피해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고라고 강조합니다신고를 통해 학대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개입하여 학대 상황을 종결시킬 수 있지요더불어 앞으로의 재학대도 예방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에 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은 신고 캠페인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지난달 14일에는 노인학대예방의 날(6 15)을 맞이해 대전 서구 용문역에서 노인학대 집중신고기간 운영’ 홍보 캠페인을 벌였고 지역 노인생활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노인학대 신고 및 예방 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은 노인학대예방의 날을 맞이해 대전 서구 용문역에서 ‘노인학대 집중신고기간 운영’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
 

신고만큼이나 사후관리도 중요한데요기관 상담사들은 학대 사건 종료 후에도 지속적으로 가정을 방문하여 피해자에게는 정서적 안정을가해자에게는 경각심을 주고 있지요또 가해자와의 격리 조치가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해 학대피해노인일시보호쉼터도 운영 중입니다

노인학대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세대를 거쳐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요때문에 학대 피해 어르신은 학대 받는 것을 자신의 잘못이라 자책하지 마시고주변 분들은 남의 일이라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발견 시 바로 노인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으로 하시길 바랍니다노인보호전문기관의 신고 전화번호는 1577-1389입니다학대가 발생하거나 주변에서 학대를 발견할 경우에는 고민없이 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 신고해 주세요.”(박지혜 상담사)

 
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의 노인학대 예방 교육 현장. ⓒ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
 

계절에 맞지 않는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있거나 체중이 줄고 멍 자국이 있는 경우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 노인 학대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이런 징후가 보이면 지체없이 수사기관 등에 신고해 주세요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학대로 고통받는 어르신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대전노인전문보호기관 해피빈 모금함
http://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37268?p=p&s=r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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