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③ “의료기술·교육체계 노하우 전수… 라오스 국민건강수준 향상되길 바래”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③
이종욱-서울 프로젝트
한국전쟁 끝난 후 미네소타 프로젝트로
美 의료기술 원조 등 교육시스템 전수받아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로 의료기술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 기술 전달해 라오스 외 4개국 확대 계획

“자, 보세요. 제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볼 때와 느리게 움직이는 물체를 볼 때 각각 뇌파의 그래프 폭이 차이가 있죠?”

김성준 교수(좌)와 참팽 교수(우)가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김성준 교수(좌)와 참팽 교수(우)가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김성준 교수가 얼굴에 신체표면전극을 여러 개 붙인 상태에서 눈을 크게 뜨고 설명을 했다. 웃음이 나올 법도 한 광경인데 참팽(Chanhpheng Pathena) 교수는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이다.

“학생들과 실험을 할 때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눈을 움직이지 않아도 그래프에 진폭들이 조금씩 있는데요.”

“일단 눈을 감은 상태에서 그래프를 보고 눈을 뜬 후의 그래프와 비교하면 시작점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참팽 교수가 모든 것을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처음 사용하는 기계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두 사람 사이의 실습과 토론이 끝나고 참팽 교수에게 얼마나 이해했느냐고 물었다. 참팽 교수는 “반 정도”라고 답했고, “이제 책이나 이론적인 자료를 보고 매뉴얼을 제작하면서 더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팽 교수는 라오스의 국립의대(UHS)에서 생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라오스의 보건의료 교육체계는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고 한다. “생리학 교수님들은 있지만 생리학으로 석사나 박사를 하신 분은 없고 의대를 나와서 도제식으로 공부하신 분들입니다. 기초학문이라 할 수 있는 생리학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도 없고 강의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훈련 시스템도 없는 이유입니다.”

김성준 교수는 “국제 사회의 원조가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라며 “효과가 느리고 천천히 나타나더라도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UHS는 라오스에 하나밖에 없는 제대로 된 의과대학입니다. 이곳에서 기술만 배운 의사가 배출되기보다는 이론과 기초, 원리를 모두 아는 의사가 나와야 장기적인 발전이 있습니다.”

한국은 이런 ‘느리고 천천히 효과가 나타나는’ 지원의 효과를 경험한 나라다. 한국 전쟁 후의 “서울대학교 재건 프로그램”인 “미네소타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미네소타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 산하의 ICA(International Cooperation Administration)가 주도한 고등교육 원조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5년부터 61년까지 7년간 ICA는 미네소타 대학을 사업 시행자로 선정해 미네소타대학의 교육시스템과 노하우를 한국에 전수했다. 주로 서울대학교의 의과대학·공과대학·농과대학 등 3개 단과대학의 교직원 자질 향상, 시설 복구, 장비 지원이 이루어졌고 1000만달러가 투자되었다.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대 의과대학은 현재의 교육 모델을 갖추게 되었다.

이종욱-서울 프로젝트에 참여한 라오스 교수들.
이종욱-서울 프로젝트에 참여한 라오스 교수들.

김성준 교수와 참팽 교수가 참여한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 지원하고 서울대가 수행하는 한국판 미네소타 프로젝트다.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뜻을 기린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과 서울대는 라오스 국립의과대학(UHS)의 교원 7명에게 한국의 의료기술과 교육체계를 전수했고 의료 장비 등을 지원했다.

“우선 라오스와 한국의 커리큘럼을 비교 분석하는 세미나를 해서 어떤 부분을 배워야 할지, 어떤 부분을 라오스에 심어야 할지 토론을 했습니다. 두 나라의 교육과정이 달라서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김성준 교수의 설명을 듣던 참팽 교수는 “강의를 듣기만 하는 연수는 태국에서 3개월 정도 진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습을 해야 원리를 알고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지도 알 수 있습니다”며 실습과 교육체계에 집중한 연수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성과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라오스어로 된 의학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었다.

“UHS는 개별 과목에 대한 교재가 없어서 어떤 것은 영어 책, 어떤 것은 태국 책이었습니다. 교수님들은 이 책을 다 모아서 유인물을 만들어 교재로 삼았죠. 이번에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내용을 교수님들과 영어로 토론한 후 다시 라오스어로 번역해 교과서를 만들었습니다.”

처음하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언어의 문제, 한국의 기후 문제 등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참팽 교수를 비롯한 6명은 최선을 다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연수생 총괄담당 박지현 교수는 “라오스의 교수님들이 라오스 보건의료분야와 의료체계 발전에 기여해 라오스의 질병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라오스 국민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올해의 이종욱-서울 프로젝트와 같은 중장기 인적역량 강화 사업을 내년에는 라오스 외에 4개국에도 확대해 추진할 계획이고 국내에서 참여하는 의료기관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욱-서울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은 어제 졸업식을 가졌다. 이들에게 라오스의 보건의료 체계를 발전시켜야할 숙제가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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