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사회적기업 별도 법인격 필요할까?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 지난 1일은 정부에서 지정한 ‘사회적기업의 날’이었다. 지난달 28일 열린 ‘2017 사회적기업 10주년 기념식’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해 ‘사회적기업이 진출할 영역을 넓혀놓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법적인 용어로도 혼용해 사용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제2조(정의)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서 고용노동부 장관(제7조)으로부터 인증받은 자를 말한다. ☞사회적기업육성법 법령 읽기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증하는 사회적기업은 별도의 지원금을 받는다. 정부는 인증 사회적기업에 임대 지원,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세제 혜택, 고용주가 부담해야 하는 4대 사회보험료와 1인당 월 77만원 인건비를 제공하고 있다(단, 인증 기간별 차등 지급). 인증하는 사회적기업이 되려면,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에 사용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상법상 회사·합자조합에 해당). 

2007년 55개에 불과했던 인증 사회적기업은 1741개로, 30배 이상 규모로 증가했다(2017년 5월 기준). 하지만 최근 3년간 인증받은 사회적기업의 수는 오히려 하락세다. 2013년 269개, 2014년 265개, 2015년 295개, 2016년 265개로 정체된 모양새다. 

◇사회적기업 인증제 10년, 새로운 방향성 필요해… 

전문가들은 “10년간 지속됐던 사회적기업 인증제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모은다. 지난달 28일 열린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1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도 현행 사회적기업육성법의 한계과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논의됐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았던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는 “육성법에 명시된 사회적기업 정의 조항(제2조)을 일반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이 취약계층 일자리 및 서비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님에도 법 조항에서 사회적기업의 정의를 한정짓고 있다는 것. 김혜원 교수는 “사회적기업을 일반적인 용어로 바꾸고 예시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상술하는 방식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지난달 28일,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와 사회적기업활성화전국네트워크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1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취약계층 고용을 위한 인건비 지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 인건비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최대 지원 기간은 3년이다. 2017년 현재 첫 해에는 근로자 인건비의 60%를, 2차년도와 3년차에는 50%, 30%를 받을 수 있고 3년차에 계속 고용을 할 경우 추가로 20%를 더 받아 50% 수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규인력에 대해서만 지원이 가능하고, 정부 예산처리가 늦어지면 심지어 몇 달 뒤에 인건비가 지원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인건비 지원이 종료되면 어떨까.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라면, 인건비 지원이 종료되더라도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고용해야하나 현실은 다르다. 예산정책처(2012)에 따르면, 지원이 종료된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던 지원받던 근로자는 2734명인데 계속 고용된 근로자는 898명에 불과하다. 다른 기업으로 이직한 근로자를 감안하면 60% 정도만 경제활동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변형석 사회적기업 (주)트래블러스맵의 대표 겸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도 “신규 고용되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은 기업에겐 득보단 해가 될 수 있다”면서 “아무리 노동통합형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매력을 느낄 기업가가 몇이나 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기업 별도 법인격 신설, 대안이 될까?

인증제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으로 ‘등록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영국의 공동체이익회사(이하 CIC·Community interest Company)다. CIC는 자선단체와 기업의 중간 단계로서 지역 공동체를 위한 일이라면 영리 활동을 할 수 있다. 다만 자산과 수익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산 동결(Asset lock)’이 필요하다. 영국은 지난 2015년, 별도로 CIC 법인격을 만들면서 당시 18만개가 넘는 자선단체를 해당 영역으로 포함시켰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사회적기업육성법 내에 가칭 ‘사회적 목적 회사’라는 이름의 새로운 법인격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당 법인격은 상법상 회사만큼 설립은 자유롭되, 이윤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배분할 수 없으며 청산할 경우 잔여자산을 사회적기업 또는 비영리 조직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설계하자는 것. 변형석 사회적기업 (주)트래블러스맵의 대표 겸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도 “사회적기업에 특화된 법인격을 신설함으로써 인증에 해당하는 엄격성은 대폭 완화하되 ‘먹튀’를 방지하는 기본적인 원칙을 법에 명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식의 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등록제가 도입되면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박춘섭 충남연구원 사회적경제연구센터장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중소기업을 해당 법인격으로 유입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원재 여시대 기획이사도 “등록제가 도입되는 것은 사회적기업과 같은 기업이 이 사회를 구성하는 ‘존재’로서 정체성을 인정받게 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한 사회 목적을 가진 법인격이 있다면 이곳에 투자하는 임팩트 금융의 역할이 좀 더 명확해진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하는 사회적 금융 시장도 조성될 수 있다. ☞사회혁신이란 무엇일까요?

◇고용노동부, 6일 사회적 가치 지표(SVI) 공개 

다만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풀어야 할 과제다. 현행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에서 강력한 인센티브는 공공기관 우선 구매 제도다. 국가기관, 자치단체,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 구매하는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공기관의 ‘2016년도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실적 및 2017년도 구매계획’에 따르면 2016년 구매실적은 총 7401억 원으로 전년(5957억 원) 대비 24.2% 증가했고, 총 구매액 중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1.80%로 2015년 1.55%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공공기관의 올해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계획은 2016년보다 5.2% 늘어난 7786억 원이다. 전문가들은 “법인격이 신설되고 등록제가 도입될 때 공공기관 우선 구매 제도와 같은 현행 인센티브 제도를 어떤 기준으로 지원할지 이해관계자들과의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지난 6일 고용노동부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사회적기업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지표(SVI)를 공개했다. 사회적 가치 지표는 사회적기업 등 조직이 창출하는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모두 14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기업의 성과는 주로 매출, 영업이익 등 경제적 성과를 중심으로 측정됐지만, 사회적 가치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경제적 성과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새로운 형태의 지표를 만든 것. 사회적 가치 지표는 지향성, 지역사회와의 협력, 참여적 의사결정, 이윤의 사회적 환원 노력, 노동자 임금수준 및 역량 강화 등을 토대로 성과를 측정한다. ☞사회적 가치 지표 매뉴얼 다운받기

고용부는 지표를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가 우수한 기업에 대해 일자리 창출 지원금, 사업 개발비 외에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하기로 했다. 또 모태펀드 투자 대상 선정 및 크라우드펀딩 심사기준에도 지표를 반영해 우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박성희 고용부 고령사회인력정책관은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Cover Story] “우리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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