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② “세계 곳곳 안 보이는 사람에게 빛 찾아 줘 새 기회주고 싶어”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② 김동해 비전케어 대표

해외서 1년에 20주 무료 안과진료 캠프 진행
지금까지 6만여명 치료해 8000여명이 시력 되찾아
작년 미국 법인 만들어 중남미·서부 아프리카도 지원 활성화 기대

“처음엔 병원문을 일주일만 닫아도 병원이 망할 것이라는 핀잔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요즘은 환자들이 우리의 활동을 돕고 봉사도 하겠다며 나서고 있습니다.”

신문에 병원 광고를 낼 바에는 파키스탄에서 진료봉사활동을 한 번 더하겠다며 웃는 명동성모안과의 김동해 원장<사진>은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비전케어의 대표이기도 하다. 병원문을 얼마나 닫길래 주위에서 그런 걱정을 할까. 비전케어는 1년에 20주가량 해외에서 무료 안과진료 캠프를 진행한다. 김 대표는 그중 14주에서 16주 정도의 시간을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보낸다. 24개국에서 102회에 걸쳐 무료 안과진료 캠프를 진행해서 6만여명이 안과 진료를 받았고 이 중 8000여명이 비전케어의 수술을 통해 시력을 되찾았다.

미상_사진_미래미소캠페인_김동해비전케어대표_2011빈곤과 안과질환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전 세계에 시각장애인이 2억9000만 명, 실명인구가 3900만 명 정도 있다. 김 대표는 “2억9천만명 중 80%가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시각장애인들이고 개발도상국가에 거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의 실명률 지도와 개발도상국의 지도를 포개면 두 지역이 겹칩니다. 하지만 안과예방과 실명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관심이 낮습니다.”

안과질병은 말라리아나 결핵, 에이즈(HIV AIDS)에 비해 관심이 낮다. 10년 넘게 현장을 봐온 김 대표는 이런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진단한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수 있지만 이 상황이 고착되면 개발도상국의 의료환경에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핵이나 말라리아, 에이즈에 펀드가 몰리다 보니 현지의 의료인력도 이런 질병들에만 집중됩니다. 그러다 보면 다른 질환에는 대응이 힘들어지죠.”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는 인구 8000만명의 나라지만 안과의사는 100명이 안 된다. 김 대표는 안과질환 예방과 실명예방 활동이 지역사회의 교육과 경제를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비전케어는 안과진료와 안과질환 예방을 위한 전문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안과진료는 돈을 얼마 들이지 않고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WHO에서도 가장 효과가 높은 의료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백내장 수술은 빠르면 20분이면 수술이 끝납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평생 동안 지속됩니다. 현대의 질병 중 한 번의 치료로 완전하게 치료가 종결되는 병은 없습니다. 하지만 백내장 수술을 하면 20분 만에 영구적으로 시력을 되찾습니다.”

비전케어가 봉사활동으로 참여하는 안과의사들과 안과치료캠프를 가면 일주일에 100명 정도를 수술하고 돌아온다. 에이즈나 말라리아처럼 병원을 짓고 인력을 따로 고용하지 않아도 단기간에 집중적인 활동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그러면서도 한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바뀐다는 점입니다. 눈이 보이고, 공부를 하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비전케어는 치료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우수한 안과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안정적인 안과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에도 힘을 쏟는다.

“보통 우리가 가는 나라에는 안과가 있다 하더라도 백내장, 녹내장, 각막, 소아안과 등에 대한 전문의가 구별이 안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소아안과 팀이 가서 그 나라의 의료진들에게 소아 사시 치료에 대한 교육을 제공합니다. 그러면서 현지와의 신뢰관계가 맺어지고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이제는 3년마다 해외의 의료진을 한국에 초청해 학회도 진행한다. 한국의 의사 한 명이 해외의 의사 한 명을 초청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마련된 학회를 통해 해외의 의료진들이 한국의 의료 수준을 보고 더 신뢰를 하게 됐다. 서로의 나라가 지닌 의료적 상황에 대한 공유도 하고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도 한다.

“이런 학회에 오시는 분들이 그 나라에서는 중요한 분들이십니다. 예를 들어 라오스엔 안과의사가 15분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모두 한국과 한국의 의료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되시는 거니까요.”

안과진료를 통해 국위선양의 효과까지 얻고 있는 비전케어의 철학이란 무엇일까. 김 대표가 설명하는 철학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진정성 있게 열심히 하고 꾸준히 하는 겁니다. 저희는 현지의 병원에 도착하고 두 시간이 지나면 바로 진료를 시작합니다. 시간을 최대한 아껴가며 많은 분들을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준비를 해서 출국을 합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쉬지 않고 진료를 하시는 의사선생님도 계십니다. 현지의 의사들이 저희를 보고 놀랄 정도니까요. 그리고 갔던 나라에 다시 가서 환자들이 잘 있나 살펴보고 꼼꼼하게 체크합니다. 그래야 교육도 가능하고 신뢰도 맺어집니다.”

2002년 설립 이후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비전케어의 활동에 대한 지지도 넓어졌다. 자기 돈 내고 가는 봉사활동이지만 자원봉사자 신청이 꾸준히 늘고 있고 작년에는 미국에 법인을 만들어서 중남미와 서부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파키스탄·몽골·캄보디아 3개 국가에는 비전케어와 협력사업을 체계화하려는 거점병원도 생겼다.

국제단체의 대표로서 김동해 대표는 현재 벌어지는 국제구호 활동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현지에서 의료활동을 하겠다고 하면서 의료활동에 대한 허가나 동의, 면허 등과 같은 행정절차를 밟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기적인 계획이 없기 때문인데, 그 나라의 행정 절차를 무시하는 건 결국 그 나라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고, 의료행위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겁니다. 심지어 그 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약인지 검증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공급자 위주의 구호활동을 벗어나야 할 겁니다. 모금을 해야 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불쌍해 보이는 이미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도 피해야 할 겁니다.”

한마디로 기본을 지키자는 이야기였다.

“그 나라와 사람들의 욕구에서 시작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존중하는 것, 그게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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