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어려운 이들 도울수록, 내 인생 바뀌고 뭐든 할 수 있는 힘 생겨”

자원봉사 365일… “우리에겐 최고 선물”
해외자원봉사단 5인을 만나다 _ 필리핀·이집트 등 1년간 자원봉사
아프리카에서 마을 축제 기획하고 _ 필리핀에서아이들 교육 봉사해
“우리가 그들보다우월하다 생각 말고 초심 잃지 마세요
자신 돌아보는 기회자원봉사, 도전하세요”

소외된 이웃을 찾아 떠났던 지난 1년. 나누고자 갔던 그곳에서 마음 가득 선물을 받고 돌아온 해외 자원봉사단원 5명을 만났다. 진로 고민, 취업 걱정을 뒤로하고 탄자니아, 이집트, 필리핀, 인도에서 뜻깊은 경험을 하고 돌아온 이들이 낯선 땅에서 시간을 보낸 이유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씨앗’이 되기 위해서였다. 단원 5명 모두 어릴 때부터 노인·아동·장애인 봉사는 물론, 짧게는 2주 길게는 6개월까지 네팔·캄보디아·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 등 해외 자원봉사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이들은 “국내부터 시작해 해외 단기·중기 봉사를 하고 나니 더 오랜 기간 새로운 땅에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유진기자_사진_자원봉사_해외자원봉사단1_2011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인도에서 자원봉사를 한 조아라(24)씨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뉴델리역 첨단 시설 뒤편에서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없이 지내는 사람들을 만났다”며 “외국인인 나를 보고 도망다니던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을 보면서, 인도의 지역사회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라씨처럼 우리 젊은이들은 인생을 바꾸는 다양한 경험을 해외 자원봉사에서 찾고 있다. 2010년 기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해외에 파견되는 자원봉사자 수는 1000명에 달한다. 10년 전(126명)의8배에 이르는 수치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를 통해 해외 봉사를 경험한 사람도 2000년 16명에서 지난해 619명으로 약 38배가 늘었다.

특히 아프리카로 향하는 청년 수가 크게 늘었다. 2007년 굿네이버스에 아프리카 봉사를 지원한 청년은 전체 지원자의 36% 수준이었는데 2011년 현재는 절반 이상(56%)이 아프리카 봉사를 희망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김윤주 국제협력본부장은 아프리카로 향하는 청년들에 대해 “아시아보다 거리가 멀고 봉사하기에 더 어려운 환경일 수 있지만, 그만큼 아프리카만의 색다른 매력과 보람이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봉사 열풍이 사회 전반에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집트, 필리핀, 인도 등 각지에서 1년간 봉사하고 돌아온 5명을 마주하니 금방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동 교육, 결연 관리, 행정, 미디어 등 현지에서 다양한 역할로 나눔을 실천하고 돌아온 이들은 인생을 바꾼 소중한 추억을 얘기하며 “어떤 역경에도 지지 않는 힘을 길렀다”고 말했다.
매일 저녁 7시 반. 일을 마친 이집트 남성들이 교실로 몰려들었다. 칠판에 쓰인 글씨를 빠짐없이 종이 위에 옮겨 적는다. 2시간 동안 손에서 잠시도 펜을 내려놓질 않는다. 12주 동안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된 ‘문맹퇴치교실’. 이규홍(27)씨는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문맹교실 졸업식 날, 증명서를 받아들고 소리 내어 웃는 그분들의 모습이 잊히질 않습니다. 무슬림 남자들은 권위적이어서 기쁨을 잘 표현하지 않거든요. 다들 ‘이제 마음 놓고 지하철을 탈 수 있다’며 기뻐하셨어요. 역 이름을 읽을 줄 몰라 멀리 나가지 못하셨던 거죠.”

탄자니아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1월 마을 축제를 기획한 하아련(28)씨는 하얀 천을 잘라 벽에 걸고 풀밭 위에도 펼쳐놓았다. 마을 안에 처음으로 영화관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스왈리어로 된 영화를 구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라이온 킹’이었죠. ‘심바’가 스왈리어로 ‘사자’란 뜻이에요. 〈라이온 킹〉을 보면 스왈리어 대사가 많이 나오거든요. 처음 본 영화 속에 스왈리어가 나오자 마을 분들 모두 ‘심바’ 대사를 따라 하며 신기해하셨어요. ‘작은 변화에서 비롯된 감동’이야말로 아프리카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필리핀, 인도, 탄자니아,이집트 등 5명의 해외 청년 봉사단원들은 1년간의 자원봉사가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낯선 땅에서 풍토병도 걸려 보고, 말이 안 통해 어려움도 많았지만,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필리핀ㆍ인도ㆍ탄자니아ㆍ이집트로 1년 이상 해외자원봉사를 다녀온 5명을 만났다. 현장의 생생한 체험을 나눈 이들은“인생을 바꾸는 최고의 경험을 해보라”며 해외자원봉사를 떠나는 이들을 격려했다.
필리핀ㆍ인도ㆍ탄자니아ㆍ이집트로 1년 이상 해외자원봉사를 다녀온 5명을 만났다. 현장의 생생한 체험을 나눈 이들은“인생을 바꾸는 최고의 경험을 해보라”며 해외자원봉사를 떠나는 이들을 격려했다.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필리핀에서 아동 교육 봉사를 했던 박예슬(23)씨는 “왕복 4시간이나 걸려 학교를 찾은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는데, 따갈어를 몰라 처음 한 달은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아이들과 능숙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수업 후에 ‘선생님 말 이해했나요?’라고 물어보니 아이들이 ‘opo(네)’라고 대답하는 거예요. ‘opo’란 단어가 얼마나 예쁘게 느껴졌는지 몰라요.”

같은 기간 인도로 자원봉사를 다녀온 조아라(24)씨는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했다.

“어려워도 자꾸 사람들과 부대끼며 대화를 나눴거든요. 시장에 나가 가격 흥정도 해보고요. 그러다 어느새 현지인과 농담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진심 어린 한마디에 그분들의 마음이 열리는 걸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5명의 봉사단원에게 해외로 자원봉사를 떠날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지나친 열정은 금물입니다.” 인도 자원봉사를 다녀온 송대규(26)씨는 “당장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현장에 왔으니 나도 현지인처럼 흙집에 살고 함께 우물물을 마시겠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금방 지치죠. 작은 변화 속에서도 기쁨을 찾을 줄 알아야 합니다.”

탄자니아에 다녀온 아련씨는 특히 건강을 챙길 것을 당부했다. “말라리아에 걸려 큰 고생을 했습니다. 제가 아프면 주위 사람들도 힘들어져요. 건강해야 봉사도 할 수 있습니다.”

규홍씨는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외 자원봉사를 간다고 하면 긴급 구호라도 하는 것처럼 기대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행정 업무부터 행사 뒤처리까지 다양한 일을 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왔다는 마음을 잊지 말고 어떤 대우를 받더라도 낮아지고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예슬씨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봉사를 여행처럼 생각하고 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현지에서 보란 듯이 비싼 집을 구해 살거나 어려운 현장에 가지 않겠다고 억지 부리는 봉사자도 있어요. 단 하루, 아니 한 시간이라도 낮아지고 배려하지 않으면 현지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나쁜 편견은 더 깊어지게 될 겁니다.”

1년의 봉사기간 동안 좌절도 하고 고생도 많았지만, 아라씨는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힘든 일이 있어도 인도에선 그보다 더한 일을 이겨냈던 순간을 기억하면서 다시 일어서게 된다”면서 해외 자원봉사를 강력히 추천했다. 다른 봉사단원들도 배우고 느낀 것들이 너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젊을 때 꼭 한 번 도전해보세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더없는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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