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아이는 맞으면서 커야한다?…아동 권리 침해하는 방송 제재 가한다

“사랑의 매”는 없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아동 체벌 미화하는 표현 제보받는다 

 

체벌을 긍정하는 발언이 등장한 지상파 교양프로그램 중 한 장면(제공=세이브더칠드런)
체벌을 긍정하는 발언이 등장한 지상파 교양프로그램 중 한 장면(ⓒ세이브더칠드런)

“체벌은 필요합니다.”

지난 10월, 한 지상파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 A씨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A씨는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체벌을 합리화하는 발언을 덧붙였다. 방송 화면 하단에는 ‘합리적인 이유와 목적이 있다면 체벌도 적절한 교육의 도구’라는 자막이 나왔다. 함께 출연한 연예인 B씨는 “아이를 낳으면 선물로 매로 쓰기 좋은 박달나무를 선물해드리겠다”고도 했다.

앞으로는 이렇게 아동 인권 침해 발언이나 표현을 방치하는 방송 및 미디어에 대해 제재가 가해질 전망이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미디어 속 아동 인권 침해 발언에 대해 시민 제보를 받기 시작한 것. 실제로 TV 프로그램이나 광고 속엔 ‘사랑의 매’, ‘매가 약이다’, ‘아이는 맞으면서 커야 한다’ 등 체벌을 긍정하는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국내 아동복지법이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안된다(5조 2항)’는 조항으로 사실상 체벌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정당화하는 표현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전파되고 있다.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장은 “(언론에 등장하는) ‘사랑의 매’와 같은 표현은 체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유포, 강화한다”고 말했다. 신문, 방송 등 언론 매체가 체벌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할 경우, 사회 전반에 ‘체벌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 

 

세이브더칠드런의 ‘매의 눈을 빌립니다’ 캠페인
세이브더칠드런의 ‘매의 눈을 빌립니다’ 캠페인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체벌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표현물에 대해 제보를 받는 <‘매’의 눈을 빌립니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TV, 라디어 프로그램, 신문, 길거리 포스터 등 미디어 속에서 관련 표현을 발견했다면 누구든지 캠페인 웹페이지(클릭)에서 제보할 수 있다. 해당 표현물의 종류, 출처와 함께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올리면 된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공인이나 공직자의 경우에는 개인 SNS에 올린 의견 또한 제보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캠페인은 지난 2014년 국내 국제구호개발 NGO들이 발표한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이하 아동 권리 미디어 가이드라인)’의 확장 버전이다. 당시 국내 NGO들은 모금을 위한 사진 및 영상이 되레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몇 차례 연구 및 논의를 거쳐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펴냈다.

KCOC가 발간한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2016년판)
KCOC가 발간한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2016년판)

가이드라인에는 ▲사진 촬영 시 대상의 눈높이에서 찍을 것 ▲촬영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촬영을 중단할 것 ▲평소 하지 않는 일을 연출하지 말 것 ▲촬영을 위해 아동을 의도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하지 말 것 ▲대중들로 하여금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보도는 지양할 것 ▲현장에서 촬영한 이미지나 영상을 동의 없이 개인 SNS에 올리지 말 것 ▲가명 처리를 원칙으로 할 것 등 34가지 세부 사항이 담겨 있다.  아동 권리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미디어의 자발적인 노력을 위해 마련한 세부 기준이었다면, 이번 ‘매의 눈을 빌립니다’ 캠페인은 시민들의 제보를 통해 미디어를 압박하는 수위를 보다 높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민 의식과 미디어의 개선 의지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시도인 셈.  

세이브더칠드런은 제보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지속적인 시정 요구 활동을 벌이는 한편, 이를 통해 이뤄낸 변화를 연말에 보고서로 낼 예정이다. 보고서에는 제보에 동참해준 시민들의 이름도 함께 담긴다. 또한 2월 한 달간 유효한 제보를 제공한 시민들에 한해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증정한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