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하기 위해 지역민‧학생 뭉친 ‘주민기숙사 협동조합’

김재윤 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합 부이사장 인터뷰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은 서울 외곽에서 집을 구하고 장거리 통학을 하게 되면서 경비가 많이 드니 또다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들이 저렴하게 학교 근처에 보금자리를 얻도록 주민들과 ‘오작교’ 역할을 하는 게 저희의 ‘사명’이죠.”

지난 11월 16일,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주민기숙사 1호점에서 만난 김재윤 부이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합은 대학촌 주민에게 방을 공급받아 30만 원 이하 월세로 제공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2015년 8명의 세입자로 시작한 주민기숙사는 입소문을 타고 현재 3호점까지 늘어나 100여 명에 달하는 대학생의 터전으로 성장했다. 입주 경쟁률은 약 3 대 1에 달한다. 하지만 김재윤 부이사장은 “처음 시작할 때 가진 건 노트북 하나밖에 없었다”며 주민 기숙사가 탄생한 배경을 담담히 풀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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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합 홈페이지(http://www.coopjumingi.com/).

 ◇기숙사 설립 반대하던 대학촌 주민들, 대학생과 상생을 고민하다

주민기숙사의 설립 계기는 2012년, 경희대·고려대·한양대 인근 지역 주민들은 대학촌지역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가 결성되면서다. 경희대에서 기숙사 신축 논의가 나오던 시기였다. 김 부이사장은 “협의회는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면서도 대안이 없을까 고민했다”며 “고민 끝에 나온 방법이 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주민들이 지역에서 임대업을 하던 김 부이사장과 인근 대학의 학생들에게 협동조합 설립을 제안했고, 주민과 학생 그리고 실무가가 의기투합해 운영진을 꾸렸다. 

주민기숙사 모델은 간단하다. 먼저 조합원의 추천을 받아 방을 제공하려는 주민이 협동조합 가입을 신청한다. 이후 이사회에서 방의 상태나 학교까지 거리 등 정해진 기준에 따라 기숙사에 적합한지 심사해 가입 여부를 정한다. 방이 기숙사로 등록되면 학기 초에 방을 찾는 학생과 연결한다. 초기 운영비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JP모건 청년 사회 혁신가 사업’에 선발돼 충당했지만, 현재는 조합원이 늘며 입주민과 공급자에게 걷는 조합비로 지출하고 있다.

◇ ‘공생의 가치’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주민기숙사

지난해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조사 결과 수도권에서 원룸에 사는 대학생의 평균 월세는 42만 원. 주민기숙사는 이보다 최소 10만 원 이상 저렴하다. 주민기숙사의 입주 기회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돌아간다. 성적 위주로 인원을 선발하는 대학교 기숙사와 사뭇 다르다. 김 부이사장은 “제일 안타까웠던 때가 본인이 기초생활자 가정에 있는데, 학교 기숙사 모집에서 떨어졌다며 제발 선발만 해달라고 부탁한 때”라며 “입주 후 연신 ‘고맙다’는 말에 참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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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합의 내부 모습./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합 제공

방을 제공하는 주민들이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고 묻자 김 부이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공급자 조합원은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이사장은 “고령인 공급자 조합원 대신 협동조합이 건물 관리를 해서 수고를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3곳의 주민기숙사는 김 부이사장을 포함해 총 4명이 관리한다. 입주 문의부터 세입자들의 민원 처리까지 도맡아, 인터뷰 중에도 기숙사 운영 업무로 휴대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다. “때론 세입자 간의 갈등 중재에 나서기도 하죠(웃음).” 1호점 거기에 임차인이 끊임없이 거주해 공실이 나지 않는 것도 주민들에게 큰 이점이다. 주민과 학생이 모두 만족하는 윈-윈(win-win) 관계인 셈이다.

◇지역민 스스로 동네 문제 해결하고 바꾸면 사회 변화도 기대할 수

김 부이사장은 처음엔 본업과 협동조합 업무를 겸업했지만 점점 주민기숙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현재는 협동조합에만 에너지를 ‘올인’하고 있다. 그는 “살면서 회기동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했다”면서 “열정을 넘어서 학생과 주민을 돕는다는 마음이 일의 ‘원동력’이 된다”고 웃었다.

하지만 향후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주변 부동산 업체와 갈등이 생길 여지도 있는 데다 지난 학기에 방을 제공했던 한 공급자 조합원이 빈방이 생겼다는 이유로 조합을 탈퇴하는 등 아직 운영에 불확실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 부이사장은 “앞으로 주민기숙사의 적극적인 확장보다는 주민과 학생이 공생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회기동을 다 포괄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당면한 사회 문제를 어떻게 이 지역의 구성원들이 좀 더 유기적으로 연대해 풀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자그마한 동네가 변하면서 사회가 바뀌지 않을까요(웃음).”

송기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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