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사회적기업 최초 공정여행사 ‘트래블러스맵’, 착한 여행의 대중화 이끌어

2009년 설립 후 국내외 300여개 공정여행 상품 개발 

개도국 현지 법인 설립해 지역 주민 자립도 높이고 관광 비용도 낮춰

4년 간 전년대비 80%씩 성장, 올 해 35억 매출 예상돼

지난달 한 홈쇼핑사의 전남 장흥과 강진 여행상품이 새벽 방송에도 불구, 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주목을 끌었다. 특히 국내여행은 2~3만 원대 값싼 당일치기 상품만 팔리던 것과 달리, 1박 2일에 14만 원가량이라는 다소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예약이 폭주했다. 비결은 원치 않던 쇼핑 일정과 가이드 팁이 전혀 없는 데다, 현지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에서 직접 키운 신선한 농산물로 만든 식사를 하고 지역 토박이들이 숨은 명소들을 가이드해주는 꾸밈없는 여행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덕분에 지역민들도 새로운 고소득의 부수입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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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동물 보호 인식을 위해 코끼리보호센터방문한 모습./트래블러스맵 제공

“50~60대 관광객들이 ‘여러 번 이 지역을 와봤는데 이런 여행은 처음’이라고 놀라더라고요.” 여행을 기획한 공정여행사 ‘트래블러스맵’의 변형석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고 대표는 “지역에는 최선의 기여를, 자연엔 최소의 영향을 끼치며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공정여행'”이라고 했다. “여행 경험이 늘면서 대중들도 이제 관광 역시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걸압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차별화된 여행에도 관심이 커지면서 공정여행 개념도 이전보다 훨씬 익숙해졌죠.”

2009년 사회적기업 최초로 공정여행 사업을 시작해 이를 대중화시키기까지, 트래블러스맵의 성장은 곧 우리나라 공정여행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 그 험난했던 여정을 자세히 들어봤다.

◇6개월 이상 현지 체류하며 지역 파트너십 다지고 공정 여행 기틀 마련
 
유엔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6% 이상이 오로지 여행 때문에 발생, 그 여행 수익도 60~70%는 거대 기업들이 가져간다. 결국 지역민들은 관광으로 삶의 피해만 늘뿐이다. ‘관광지와 관광객이 상생할 순 없을까.’ 고민 끝에 변형석 대표는 7년 전 공정여행사 ‘트래블러스맵’을 시작했다. 대안학교 교사였던 변 대표는 재직 당시 학생들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현지인들을 만나 교류하고 지역민과 환경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공정여행의 가치와 가능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지역에 기여하는 의미도 있으면서 개인에게도 상품가치가 있을 것 같아 겁 없이 공정여행을 상품화 하겠다고 뛰어들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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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달루시아 현지주민의 음악공연./트래블러스맵 제공

하지만 공정여행 사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장벽은 기존 여행사들이 몇몇 리조트, 렌트카 회사들과 가격만 협의해 만드는 여행 상품들과 달리 현지 숙소부터 친환경 활동 등 모든 것을 공정여행답게 새로 발굴해야 했던 것. 개발도상국들은 화장실, 상수도 등 기본 시설 마련은 물론 주민에게 가이드 교육까지 마을 전체를 바꿔야했다. 변 대표는 “공정여행지를 만들어가는 건 단기간에 적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한 건 지역 주민과의 협업이었다. 그는 “처음엔 공정여행 모델을 가진 세계 곳곳의 마을들을 찾아 설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네팔 한 마을이 길을 돌바닥으로 잘 정비하고 외국인 환대 절차도 체계를 갖춰 10년 째 관광업을 꾸려가고 있었죠. 지역민들이 오랜 전부터 영국 등으로 용병을 많이 갔다가 유럽인들의 마인드와 생활 방식을 익히고 돌아와서 그에 맞게 마을을 관광지로 만들었던 거예요. 그곳을 우리의 첫 여행지로 삼았죠.” 이후 장기적으로 6개월에서 1년, 길게는 3년까지 현지에 직원들이 머물며 홈스테이 설비를 위한 지원뿐 아니라 주민 교육 등을 진행, 공정여행지들을 하나씩 늘려갔다. 일종의 새로운 형태의 국제개발을 일궈온 셈. 국내에서는 공정관광협회 설립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지역 여행사, 숙박, 체험 활동 사업주 30여명을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개발한 국내 공정여행 상품은 200여개, 해외 상품도 100여개에 이른다.

◇국내엔 공정여행 대중화, 개도국엔 주민 자립 높이는 ‘일석이조’ 이뤄

현재 트래블러스맵의 연간 이용객은 4천여 명. 특히 여행 만족도가 높아 한 번 이용했던 관광객들의 재구매율이 높다. 매 여행마다 15명 정도 소규모로 운영되는데 이 중 작년 기준으로 절반 가까이가 트래블러스맵의 기존 여행자들이다. 나머지 절반도 기존 회원들의 추천으로 트래블러스맵을 알게 됐을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변 대표는 “공정여행에 선입견을 갖고 있던 이들도 한 번 가본 뒤엔 모두 기존 여행 상품보다 ‘편해서 좋다’고 한다”며 흐뭇해했다. “여행 중 무엇을 강요하는 사람도 없고 본인 시간이 많은데다, 고객 의견을 들으며 계속 상품들을 개선해온 덕분에 시설들도 4~5성급 호텔 못지않아 팬층이 두텁습니다. 한 단골 고객은 트래블러스맵 여행 뒤 ‘고맙다’며 직원들 수만큼 선물을 직접 포장해 편지를 써 보냈죠. 그 때 감동은 잊을 수 없죠.“ 

덕분에 수익도 2010년 9억 원에서 4년간 매년 80% 가까이 성장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으로 큰 위기를 맞았으나, 내부 인력 구조조정을 감내한 뒤 마침 국내 여행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며 올 해 다시 35억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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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 설립한 트래블러스맵 현지 회사 ‘맵네팔’ 직원들 모습. 한국 이주노동자들이었다가 고국으로 돌아와 일터를 찾지 못했던 이들이 맵네팔 현지직원이 됐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데다 한국어도 유창해 최고의 관광 가이드로서 활약하고 있다./트래블러스맵 제공

현지 관광지 마을도 공정여행으로 변화가 크다. 트래블러스맵과 4년 간 협업해온 캄보디아의 ‘반띠아이츠마’ 마을은 관광을 통해 수익을 올린 것뿐만 아니라 관광객 여행비용 당 1만원을 기부 받아 마을 도서관, 화장실 등을 만들며 커뮤니티 전체 삶의 질을 높였다.

일부 개도국에서는 지역민들이 트래블러스맵 현지 회사를 직접 소유, 운영할 수 있게 하면서 주민 자립도도 높이고, 공정여행 판도 키웠다.  변 대표는 “캄보디아와 네팔에 10년 간 무이자 대출로 창업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상품개발, 가이드 교육 등을 한 뒤 ‘맵캄보디아’와 ‘맵네팔’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여행 관광 시 한국 직원을 보내지 않아도 돼 인건비를 줄이게 되면서 여행 상품 가격이 50만원 가까이 낮아진 데다, 언제든 여행지로 출발이 가능하게 됐다. 변 대표는 “이 같은 현지 회사들을 많이 만들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직한 여행업 구조 만드는 것, 힘든 서비스업 이겨내는 원동력

최근 트래블러스맵은 수익성 낮아 주춤했던 국내 여행지 개발에 다시금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강원도 지역. 최근 정선, 태백, 영월, 삼척 지역을 담당할 지점을 내고 이곳을 여행자 센터로 역할하게 하는 것은 물론, 트래블러스맵 이사가 주3회 현지에서 머물며 폐광 지역의 숙박 시설들을 게스트하우스로 새 단장하는 데 진두지휘 하고 있다. 변 대표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강원랜드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지역엔 안마, 전당포 등만 잔뜩 생기고 지역 자체는 죽어가고 있다”며 “숙박 시설이 있는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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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우유니 사막./트래블러스맵 제공

마냥 여행만 좋았다면 시작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오지 못했을 것 같다는 변 대표. “공정여행사도 여전히 여행객 중 제일 먼저 일어나 24시간 일해야 하는 힘든 ‘서비스업’이죠. 다만 트래블러스맵 은 여행업 구조가 여행객을 속이고 관광지에 피해만 주는 것이 싫어서 정직하게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모였습니다. 회사가 만드는 가치가 우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죠. 계속해 이를 지켜갈 겁니다(웃음).”   

*본 기사는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디지털마케팅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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