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한국 NGO, 생존 위해 글로벌로 가라”…시릴 리치 CoNGO 의장 인터뷰

“국제 사회에서 아직 한국 NGO가 눈에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분명 합니다. 아시아 각국을 연결할 수 있는 지리적,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고 통신 인프라가 매우 발달한 국가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요. 압축적 성장 경험도 있고요. 한국 NGO의 글로벌 진출은 생존의 문제와도 연결돼있습니다. 성장세가 매우 빠르긴 합니다만 아직까지 한국은 돈(기부금)이 많지 않은 나라 중 하나죠. 세계 기부시장을 따라가고, 국제 미팅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제 사회에서도 한국 NGO들의 ‘결심’을 알아차리고 대응할 겁니다.”

국제 사회에서 NGO의 목소리는 특별하다. 국경을 넘나들며, 개별 현장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확보한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NGO는 어던 방식으로 국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을까. 지난 7월 경희대학교를 방문한 시릴 리치(Cyril Ritchie·사진) 국제NGO협의체(CoNGO)의장을 만났다. CoNGO는 1984년 설립됐으며, 1996년부터 UN의 컨설턴트로서 활동하고 있다.

-C시릴리치_cyrilritchie_CoNGO_국제비영리기구협의체_UN_2016oNGO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CoNGO가 생기기 전까지는 유럽이나 미국 등 (시민사회가 발달했다고 하는 국가에서도) 이 정도의 협력 지위를 획득한 NGO가 없었다. 우리의 목적은 NGO가 UN의 모든 레벨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회원 NGO들의 의견을 모아 문서로 작성하고 회의를 열어 국제사회가 비정부기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UN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확실하게 하려고 한다. 회원 NGO들과 함께 각 국가를 대상으로 한 활동도 한다. SDGs에 대
한 정보를 알리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북돋는다. 국가적 차원의 모니터링도 진행한다.”

-UN과의 협업에서 비영리기구 협의체로서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
“UN은 식품안전, 보건문제, 난민정책, 어린이 인권,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이슈를 총괄한다. 일각에서는 UN의 영역이 너무 방대하고 추상적이라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UN의 이슈는 국가의 정책 스펙트럼을 규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UN은 세계대전 이후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출범한 기구이기 때문에 보안 등의 문제에 특히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보다 현장 중심적이고 다양한 이슈를 제안할 수 있는 것이 CoNGO다. 우리는 필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풀뿌리 시민사회와의 긴밀한 접촉,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현장 경험등을 통해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보다 전문적인 투입이 가능하다.”

-최근 UN과의 협업 중 가장 주요한 파트너십은 무엇인가.
“UN의 사회개발위원회(CSocD)와 주요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우리가 NGO협의체로서 개발 영역에 전문성을 가진 단체를 회원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UN이 개별 국가 정부와 미팅을 갖기 전에 CoNGO에게 정부를 요청하기도 한다. 여성지위위원회(CSW)도 매년 3월 무렵 정기 회의를 여는데,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CoNGO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CoNGO가 위원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인적자원을 준비하고, 서류를 꾸민다고 보면 된다.”

CoNGO_홈페이지캡쳐)

-국내 많은 NGO들이 높은 정부 의존도 때문에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 못하고 있다.
“NGO는 공동의 목적을 가진 시민의 결합이다. 대부분 공공의 영역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고,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얻기란 쉽지 않다. 세상에는 수많은 NGO가 있고, NGO뿐만 아니라 많은 주체들이 관심과 펀딩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존 방법은 하나다.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대중들에게 파는 것(Selling)이다. 선한 의지,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NGO도 구조와 규모가 필요하고, 정치력과 프로모션이 필요하다. 잘 해내는 NGO라면 정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그 NGO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CoNGO 역시 UN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는다. 운영비는 회비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회원을 유치해야 하는 이슈가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독립돼있기 때문에 그래야 누굴 만나든 간에, 무슨 요청이든 NGO로서 할 수 있다.”

-지난 5월 경주에서 국제NGO콘퍼런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최초의 NGO콘퍼런스로 기대가 높았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이 있다.
“콘퍼런스를 개최한 UN DPI 측에서 ‘현장에서 구체적인 제안이 오고갔으며, 매우 만족했다’는 후기를 전했다. 한국에서 열렸기 때문에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기회가 적었던 한국과 아시아의 NGO들에게도 좋은 참여의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완벽은 없기 때문에) 100점은 줄 수 없어도 80점 정도는 줄 수 있지 않을까”

-국제사회에서 한국 비영리단체의 위상은 어떤가.
“눈에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더 성장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활발히 모금하고, 국제사회 미팅에도 자주 참석하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꾸 눈에 띄어야 ‘한국의 NGO가 움직이기로 했구나’라는 인식을 세계에 심어줄 수 있다. 좀 더 유엔 시스템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CoNGO의 일원이 되기 위한 구체적 심사절차나 기준이 있나.
“ECOSOC의 협의지위를 획득한 단체만이 CoNGO의 회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별도의 기준을 두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판단하지 않는다. CoNGO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단체의 기본정보와 활동영역 등을 담은 양식을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아 작성한 후 제출하면 된다. 회원으로 활동하기 위한 멤버십 요금이 있으며, 최대 3년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탈퇴된다. 활동 수준에 대한 강제는 없다. 2~4년에 한 번 컨퍼런스를 개최하며 CoNGO 회원들이 원할 때 참여할 수 있다.”

 


 

시릴리치(Cyril Ritchie) CoNGO 의장은
시릴리치 의장은 앞서 국제협회연합(Union of International Associations) 부대표, 유럽 INGO 그룹핑 의회 대표, 유럽의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파트 대표를 역임했다.

CoNGO는
NGO가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협의체로서 UN경제사회이사회(ECOSOC)의 협의 지위를 가진 NGO에 한해 가입할 수 있다. 투표가 가능한 정회원과 투표권이 없는 준회원 2개 그룹으로 운영 중이며 현재 정회원 400단체, 준회원 50단체가 등록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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