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수)

“2020년형 기업의 모습이 궁금하신가요?”

‘비콥에서 찾아보는 미래 포럼’ 기조연설자 파반 수크데브

사진_MYSC_pavan_sukhdev
“한국 특유의 혁신 DNA가 이젠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이식돼야 할 때다.”

 
지난 7일, SEN과 MYSC가 주최하고 더나은미래가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한 ‘비콥(B-corp)에서 찾아보는 미래’ 포럼 기조연설자인 파반 수크데브(Pavan Sukhdev·56·사진)씨의 말이다. 파반 수크데브씨는 ANZ뱅킹 그룹(Australia and New Zealand Banking Group), 도이체방크 등 국제 금융기관에서 25년간 근무했던 은행가 출신으로, 2011년 UNEP(유엔환경계획) 특별자문관 및 녹색경제 이니셔티브 총괄책임자로서 저자 수백명과 함께 ‘녹색경제 보고서(Green Economy Report)’를 발표해 국제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환경적으로 건강한 개발이 부(富)를 증가시키는 신동력이라는 사실을 경제학적으로 증명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유엔 PRI(책임투자원칙)에 따르면, 상위 3000개 기업이 발생시키는 환경에 대한 부정적 외부 효과는 연간 2조150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1920년대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자원과 노동력을 사용하고, 보조금 지원을 받아 성장했습니다. 기업들은 광고를 통해 ‘욕망’을 팔면서 이익을 증가시켰고, 석유와 담배회사 등은 공격적인 로비로 시장을 왜곡시키기도 했지요. 또한 과도한 차입 경영으로 4차례 경제대공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수크데브씨는 파타고니아의 광고를 예로 들었다. 파타고니아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슬로건의 광고 포스터에 옷 한 벌을 구매할 때 일어나는 부정적 외부 효과를 투명하게 명시하면서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제는 ‘책임 있는 광고’를 소비자에게 선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2020년형 기업의 모델은 ‘주주 자본주의’가 아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다.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외부 효과를 공개하고 ▲자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과세하며 ▲책임 있는 광고를 하고 ▲레버리지 효과(타인,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자본으로 투자해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를 제한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바로 노르웨이에서 북해 석유에 79%의 세금을 부과해 거둬들인 국부 펀드입니다. 2015년 말 운용 자산이 7조5000억크로네(한화 약 1005조원)를 넘었어요. 노르웨이는 이 기금을 시니어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 세계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2018년부터 설탕에 세금을 부과할 예정입니다. 첫해에만 7억4900만원이 징수될 예정인데, 이 세금은 전 세계 초등학교의 체육 시설 기금으로 사용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어요.”

그는 2020년형 기업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 및 비영리단체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수크데브씨는 “인도의 BEAG(Bombay Environmental Action Group)라는 비영리단체에서는 한 부패한 지방자치단체를 400번이나 법정에 원고로 세웠다”며 “최근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연비 조작 사건과 같이 공익을 해치는 사건의 경우, 정부에서는 벌금뿐만 아니라 영업 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 조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타깃으로 한, 윤리적인 기업은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B코퍼레이션(B-Corporation·이하 비콥) 인증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비콥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B랩(B-LAB)’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수여하는 인증 마크로, 현재 53개국 1800개 기업이 마크를 달았다. 한국에서는 현재 쏘카, 트리플래닛, MYSC 등 10개 기업이 비콥 인증을 받았다. MYSC는 9월 비콥 핸드북의 한국어판인 ‘유니레버는 왜 비콥이 되려 할까’를 번역 발간한 데 이어, 10월에는 비콥 한국 파트너기관(B Lab Ambassador)으로 공식 지정되며, 12월부터 B랩 코리아 위원회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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