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콥에서 찾아보는 미래 포럼’ 기조연설자 파반 수크데브
“한국 특유의 혁신 DNA가 이젠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이식돼야 할 때다.”
수크데브씨는 파타고니아의 광고를 예로 들었다. 파타고니아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슬로건의 광고 포스터에 옷 한 벌을 구매할 때 일어나는 부정적 외부 효과를 투명하게 명시하면서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제는 ‘책임 있는 광고’를 소비자에게 선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2020년형 기업의 모델은 ‘주주 자본주의’가 아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다.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외부 효과를 공개하고 ▲자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과세하며 ▲책임 있는 광고를 하고 ▲레버리지 효과(타인,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자본으로 투자해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를 제한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바로 노르웨이에서 북해 석유에 79%의 세금을 부과해 거둬들인 국부 펀드입니다. 2015년 말 운용 자산이 7조5000억크로네(한화 약 1005조원)를 넘었어요. 노르웨이는 이 기금을 시니어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 세계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2018년부터 설탕에 세금을 부과할 예정입니다. 첫해에만 7억4900만원이 징수될 예정인데, 이 세금은 전 세계 초등학교의 체육 시설 기금으로 사용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어요.”
그는 2020년형 기업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 및 비영리단체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수크데브씨는 “인도의 BEAG(Bombay Environmental Action Group)라는 비영리단체에서는 한 부패한 지방자치단체를 400번이나 법정에 원고로 세웠다”며 “최근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연비 조작 사건과 같이 공익을 해치는 사건의 경우, 정부에서는 벌금뿐만 아니라 영업 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 조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타깃으로 한, 윤리적인 기업은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B코퍼레이션(B-Corporation·이하 비콥) 인증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비콥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B랩(B-LAB)’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수여하는 인증 마크로, 현재 53개국 1800개 기업이 마크를 달았다. 한국에서는 현재 쏘카, 트리플래닛, MYSC 등 10개 기업이 비콥 인증을 받았다. MYSC는 9월 비콥 핸드북의 한국어판인 ‘유니레버는 왜 비콥이 되려 할까’를 번역 발간한 데 이어, 10월에는 비콥 한국 파트너기관(B Lab Ambassador)으로 공식 지정되며, 12월부터 B랩 코리아 위원회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