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전기료, 누구에게나 공평한가

박란희_작은사진내가 쓰는 전기는 어디에서 올까. 스위치만 누르면 불이 켜지는 우리나라에선 평소 생각하지 않던 이 의문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같은 개도국에 다녀오면 생긴다. 캄캄한 밤에 불을 켜고 공부하는 게 소원인 필리핀 오지엔 태양광램프 하나에 행복해했고, 한창 경제성장이 진행 중인 몽골에선 석탄화력발전소가 내뿜는 매연으로 울란바토르 시내 하늘이 오염 띠로 가득했다.

전기는 분명 축복이지만, 공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기의 30%는 원자력발전소, 39%는 석탄화력발전소, 21%는 가스(LNG)에서 나온다. 원전이나 석탄 발전을 돌리면 전기료가 싸진다. 하지만 몇년 전 경주 원전을 방문했을 때 가득 차 있던 ‘방사능 폐기물’을 보고, 값싼 전기료가 우리 아이한테 부담을 물려줄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원자력발전소를 돌리고 나면 사용후핵연료라는 고준위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앞으로 이 쓰레기를 묻을 장소를 찾으려면 또 한바탕 나라가 뒤집어질지도 모른다. 이번 봄에 벌어진 ‘초미세 먼지’의 주범이자 기후변화를 앞당기는 석탄화력발전소도 대안이 아님을 안다. LNG는 발전 단가가 비싸다. 태양광이나 바람 같은 재생에너지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좀체 쉬운 선택은 없다.

올바른 정권이자 정부, 정치인이라면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를 두고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국민에게 묻고, 설득과 합의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왜 산업용에는 없는 누진제가 가정용 전기요금에 붙어야 하는지, 왜 우리나라 가정용 전력소비량은 OECD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도 정부는 ‘국민의 전력 과소비’를 부르짖는지, 한전 당기순이익 10조원이 뭘 의미하는지 우리 정부는 왜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는가.

나는 무조건 값싼 전기만을 바라진 않는다. 내 아이에게 물려줄 안전하고 깨끗한 나라를 위해 전기료를 올리는 데 찬성할 마음도 있다. 다만, 내가 내는 전기료가 공평한지 알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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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호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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