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한국의 혼을 찾아서] 위기의 무형문화재

생활고… 전수자가 없다 고령화… 맥 끊길 위기

한국에는 114개 종목의 중요무형문화재가 있으며 이 종목의 기능을 보유한 기능 ‘보유자’ 184명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는 음악·무용·연극 등 예능 분야와 공예기술·요리의 기능 분야와 같이 일정한 형태가 없는 ‘무형문화재’ 가운데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국가가 인정한 문화재로 ‘인간문화재’라고도 한다. 중요무형문화재는 전통문화를 옛 방식으로 재현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한 사람들로 ‘한국의 얼이자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문화재 전승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문화재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체 인간문화재의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이고, 네 명 중 한 명만이 65세 미만이다. 상대적으로 전승이 어려워 문화재청이 지정한 전승 장려 종목 28개 중 4개 종목은 인간문화재인 기능 보유자가 없으며, 10개 종목은 이들의 대를 이을 전수교육 조교가 없다. 특히 베를 짜는 베틀의 일부분인 ‘바디’를 만드는 중요무형문화재 88호 바디장의 경우 기능 보유자도, 전수교육 조교도 없는 실정이다. 인간문화재 전승이 어려운 이유로 전문가들은 인간문화재가 우리 사회의 문화로 흡수되지 못하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옛것’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꼽았다.

사단법인 한국중요무형문화재기능보존협회 박성찬 기획실장은 “정부가 중요무형문화재를 지정하고 이들에게 일정한 전승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의 작품을 향유하고 구매하는 ‘시장’이 생기지 않으면 중요무형문화재의 위기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인간문화재에게 월 100만~130만원, 인간문화재의 대를 잇는 전수교육 조교에게는 월 70만원의 전승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인간문화재가 작품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전승지원금은 생계유지비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다.

박성찬 기획실장은 “일본이나 유럽의 장인정신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정작 우리 인간문화재의 활동은 잘 알려고 하지도 않고,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세계적으로 무형문화유산의 중요성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에 관한 조약’이 채택된 이후 각국에서는 무형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이 조약에 세 번째로 가입한 일본은 가부키극을 비롯한 18개 종목을, 중국은 28개 종목을 등재한 반면 한국은 대목장, 판소리를 비롯한 11개 종목만을 등재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17억8900만위안(약 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우리의 무형문화재에 해당하는 ‘비물질문화유산’을 발굴, 87만개의 종목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김종수 사무관은 “한·중·일은 문화가 비슷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놓고 총성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며 “전통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계승하려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노력은 부족해 민·관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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