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공익, 직업의 세계] 럭셔리 브랜드보다 값진 가치를 홍보하다…국경없는의사회 ③

최정혜 국경없는의사회 디지털커뮤니케이션팀 과장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지금까지 국경없는의사회 소셜미디어 홍보를 하면서‘악플’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높은 연봉을 받으며 럭셔리 브랜드를 홍보할 때보다 훨씬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 국경없는의사회의 소셜미디어 채널은 구호현장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하며 많은 네티즌의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그리고 최정혜(32·사진) 디지털커뮤니케이션 과장은 12개에 달하는 한국사무소의 소셜미디어 채널을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지난 16일, 최정혜 과장을 만나 그녀가 어떻게 국경없는의사회를 선택하게 됐는지 일을 하면서 느낀 보람과 고민에 대해 들어봤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종교, 인종, 국적, 정치적 신념 등에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펼쳐온 글로벌 NGO다. 1971년, 프랑스 의사와 언론인이 처음 설립했으며 한국사무소는 일본과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2012년 문을 열었다.

 

-홍보·광고는 영리업계의 꽃으로 불린다. 어떻게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할 결심을 하게 됐나?

“막연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의사가 돼 국제구호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노벨평화상을 탔을 때쯤이었다. 의대 진학에 실패하고 재수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듯, 홍보전문가는 브랜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홍보 전략을 처방해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홍보를 전공하게 됐다. ‘홍보를 잘 배워서 NGO로 가야지’라는 생각이었다. 졸업 후 세이브더칠드런에 온라인홍보담당으로 입사(2007년)하게 됐고, 이후 실무경험을 좀 더 쌓으려고 광고대행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외제차, 고급양주 등 한 번에 4~5개 럭셔리 브랜드를 관리했다. 업무경험은 풍부해졌지만, 비영리에 대한 갈증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2014년, 고등학교 때부터 꿈꾸던 국경없는의사회에 입사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

“첫째, 현장에 파견 될 의료인과 비의료인 현장활동가를 채용한다. 면접과 서류전형이 있고, 긴급한 상황에 투입되기 때문에 출국 전에는 정식 교육도 받아야 한다. 둘째, 커뮤니케이션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사와 언론인이 함께 만든 조직이다. 구호 활동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본 것을 세계에 증언하는 것도 의사회가 하는 일 중 하나다. 케냐 정부가 난민캠프 ‘다다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우리가 성명서를 낸 이유다. 마지막으로 한국 후원자를 발굴하기 위한 모금도 한다. 나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채널을 운영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 제작을 담당한다.”

기니 코나크리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에볼라 진료소. 에볼라를 이기고 완치된 누비아가 삼촌 아다마가 기다리고 있는 가족 대기실로 나오고 있다. (누비아를 안고 있는 여성 또한 에볼라 생존자였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업무 일과는 어떻게 되나?

“국경없는의사회는 각자의 업무영역이 명확하다. 커뮤니케이션팀만 해도 매체를 담당하는 언론홍보와, 인터넷 채널을 담당하는 디지털홍보, 연간보고서 등 출판물을 담당하는 출판 콘텐츠 담당, 포럼이나 강연 등 행사를 전담하는 인력이 따로 있다. 매일 오전 전체 팀원이 모여 편집회의를 한다. 밤사이 60개국에서 업데이트된 현장소식 중 사람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알릴 것인지 결정하는 자리다. 나는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의 온라인 채널 12개를 관리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소셜미디어 창을 켜놓고 있다. 네티즌의 피드백을 확인하고 우리의 역할과 세계의 소식을 잘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영상편집과 자막작업도 한다.”

-업무 중 제일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인가?

“해외 구호현장으로 파견될 한국 활동가에게 국경없는의사회를 어떻게 알고 활동을 결심했는지 물은 적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페이스북(www.facebook.com/msfkorea)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하시더라. 비록 실제로 사람을 구하는 활동을 함께할 순 없지만, 우리의 콘텐츠가 계기가 될 순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바이러스가 급격히 퍼졌을 때, 네티즌이 먼저 나서서 국경없는의사회 모금 프로젝트를 개설해준 적이 있다. 당시 우리는 현장구호 지원에 집중한 나머지 모금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1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다.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주고 지지해준다는 것이 무척 감사했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근무하나?

“긴급 상황인 경우에는 주말에도 근무를 한다. 지난해 10월 3일 아프가니스탄의 쿤두즈병원이 미군으로부터 공습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긴급한 상황이었고, 많은 사상자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근무시간에 관계없이 바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오전 8시~9시30분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해 8시간동안 근무를 한다. 개인 메신저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하는 등 업무 중 여유는 부리지 않는다. 눈치 보느라 퇴근을 못 한다든지 필요 없는 야근을 하는 경우도 없다.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킬 수 있는 곳이다.”

 

탄자니아에 위치한 니아라구수 난민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한 아동에게 경구용 백신을 주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곳에서 부룬디 난민 5만6000명을 대상으로 경구용 백신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번 콜레라 발병은 2015년 5월 중순에 난민들 사이에서 시작됐다. 2015년 6월 22일 당시, 탄자니아 내에서 보고된 콜레라 감염 환자는 3086명, 이로 인한 사망자는 34명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탄자니아에 위치한 니아라구수 난민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한 아동에게 경구용 백신을 주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곳에서 부룬디 난민 5만6000명을 대상으로 경구용 백신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번 콜레라 발병은 2015년 5월 중순에 난민들 사이에서 시작됐다. 2015년 6월 22일 당시, 탄자니아 내에서 보고된 콜레라 감염 환자는 3086명, 이로 인한 사망자는 34명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직장으로서 국경없는의사회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국내외를 넘나드는 소통이 가능하다. 사무소간 인력 교류도 활발하다. 예를 들어 A국가 사무소가 B직무 담당자를 구할 때, 전 세계 국경없는의사회직원이 가장 먼저 정보를 알고 신청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 사무소 펀드레이징 팀에 브라질 담당자가 와서 두 달 정도 업무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9개국 디지털 담당자가 한 자리에 모여 캠페인과 전략을 콘텐츠를 공유하는 ‘MSF Digital week’가 열리기도 했다. 이런 교류의 장이 언론부문, 모금부문 등 다양한 업무영역에서 열린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끼리 사용하는 별도 소셜미디어도 있다. 실시간으로 활동사진이나 연구 데이터, 현장 정보가 공유된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해당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원들끼리 교류할 수 있다.”

-자랑할 만한 조직 문화가 있다면?

“국경없는의사회에 입사한 후 지난 2년2개월 동안 ‘언제까지 주세요’ 라는 말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만큼 자주적으로 일할 수 있다. 또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유도 활발하다. 자리에 앉아만 있어도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진척이 얼마나 됐는지 다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협업도 쉽다. 예를 들면 출판팀에서 하는 연간보고서 작업의 견적이나 진행 상황을 나도 알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로도 한 번 제작해보자고 제안할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국제 NGO로 이직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해당 NGO에서 미리 자원봉사나 인턴경험을 꼭 해보기를 추천한다. 밖에서는 몰랐던 조직의 분위기나 정보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과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주니어연차에서는 영리나 비영리로 영역을 나누기보다는 나의 전문분야와 업무영역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온라인과 모바일로 시대의 중심이 바뀌고 있을 때, 주변의 추천으로 우연히 디지털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경력과 경험이 성향과 잘 맞고, 분야에 관계없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일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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