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더나은미래 논단]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 중심 ‘바우처 제도’를 주목하라

[더나은미래 논단]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한국의 사회복지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가족 기능 약화 등의 변화는 복지 욕구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공공 사회복지 지출이 2000년 GDP의 5% 수준이었으나, 2014년 배 이상 증가해 10%를 넘었다. 절대적 수준은 아직 OECD 평균(약 22%대)에 비해 여전히 낮지만, 2000년 이후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 중 가장 변화의 속도와 폭이 큰 분야가 사회복지 서비스 영역이다. 2000년대 이전의 사회복지 체계가 주로 생계 보호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위주였다면, 2000년대 이후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복지 서비스의 확대가 특징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2012년 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은 한국의 사회보장 체계를 기존의 두 축(사회보험과 공공부조)에 사회 서비스를 포함한 세 개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산 측면에서도 2000년대 이후 보건복지부 예산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분야가 노인, 아동, 장애인, 여성과 가족 등 사회 서비스 영역이다.

양적으로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과연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의 복지 욕구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국민의 복지 체감도는 여전히 낮고, 사회복지 서비스는 아직도 값싸고 질 낮은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다. 양적인 확대를 넘어 이제는 질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질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대표적인 흐름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변화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서비스 공급 체계는 전통적으로 공급자 중심 체계로 발전해 왔다. 국민이 국가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권리인 ‘사회권’ 차원에서가 아닌, 자선적이고 시혜적인 서비스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이다. 서비스 전달 체계 또한 지역주민의 복지 욕구에 따른 방식이 아닌, 대상별 시설 공급방식(즉,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아동복지관 등을 건립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됐다.

또 정부가 시설 운영비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반면, 수요자의 욕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주로 대인 서비스로 이루어지는 사회복지 서비스는 투입의 수준만으로는 그 성과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사회복지 서비스는 서비스 대상자의 삶의 질이 얼마나 향상됐느냐를 통해서 평가돼야 한다.

앞으로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에서는 대상자의 욕구와 삶의 질 변화를 중심에 놓는 수요자 중심적인 공급 체계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곧 수요자의 서비스 선택권이 확대 보장되는 체계이기도 하다. 수요자 중심적인 공급 체계에서는 서비스 제공 기관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도 수요자 위주로 바뀌게 된다. 기존에 기관의 투입과 산출 위주의 평가에서 서비스 이용자의 욕구 충족 혹은 삶의 질 변화를 반영하는 성과지표를 통한 평가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용자 직접 지원 방식인 ‘바우처 제도’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회복지 서비스에서의 수요자에 대한 강조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수요자의 자기결정과 선택이 강화되는 패러다임하에서는 기존의 공급자 중심적인 시각으로는 생존하기 힘들게 된다. 수요자 중심으로의 변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앞으로 한국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의 미래를 가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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